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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자주 얼굴을 보게 되는 배우를 꼽으라면 노재원(33)은 그 맨 앞줄에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마음이 아픈 공시생으로 얼굴을 알린 뒤, ‘살인자ㅇ난감’, ‘오징어 게임’ 시즌 2·3, ‘메이드 인 코리아’에 이어 각종 예능에다 첫 상업 영화 주연작 ‘타짜: 벨제붑의 노래’까지, 참 숨 가쁘게 달려왔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1인극이지만 그날의 관객들에게 화자인 ‘나’의 아버지나 상담 교사, 연인 같은 즉석 배역을 맡긴다. 배우 노재원은 “편견이나 판단 없이 관객을 보려 한다. 눈이 마주쳤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무엇보다 그냥 ‘좋은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다. /크리에이티브 테이블 석영
하지만 요즘 매일 그의 행선지는 카메라 앞이 아니라 대학로다. 지난 17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연출 오경택)에서 90분을 오롯이 홀로 이끌어가는 1인극 주인공 ‘나’를 맡았다.
물 들어왔으니 노 저어야 할 시기, 왜 하필 소극장 연극일까. 최근 대학로에서 만나 물었더니, 노재원은 “희곡을 받아 읽었는데 그냥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이나 뮤지컬, 그 어떤 형태든 제가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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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작품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좋은 사람 됐음 증명서’ 떼줘야 한다니까요.” 웃는 눈매가 참 선해서, 독한 연기를 보여주던 화면 속 배우를 금세 잊게 된다.
연극은 우울증을 앓는 엄마와 살던 ‘나’의 일곱 살 시절 회상으로 시작된다. 엄마에게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나’는 ‘내게 빛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든다. 아이스크림, 물총 싸움, 밤늦게 TV 보기…. 자라면서 그 목록도 함께 늘지만, 아픔과 이별도 찾아온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끝내 구할 수 없는 사람, 연결되지 않는 마음도 있다.
배우로서 가장 바쁠 시기, 소극장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하는 노재원 배우. 관객은 극장으로 들어서며 각자의 빛나는 것을 떠올리며 포스트잇에 적어 보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테이블 석영
1인극이지만 1인극이 아니어서 더 특별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나’의 부탁에 따라 빛나는 것들의 목록을 읽기도 하고, 아버지나 수의사, 상담 교사나 연인이 되어 ‘나’의 삶 속으로 들어선다. 관객의 말과 표정, 머뭇거림과 웃음이 매일 다른 공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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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서로 바라보며 함께 웃고 우는 대화 같은 연극이다.
노재원에게 이런 방식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겁 없이 4수 끝에 들어간 중앙대 연극 전공 학부 시절, 그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면을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이 제일 즐거웠다”고 했다. 보는 오디션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누군가 원할 것 같은 틀을 생각해서 열심히 맞춰가면 꼭 떨어지더라”며 웃었다. “붙으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나를 위해서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오히려 ‘타율’이 높아졌어요.”
노재원은 이 연극의 화자인 ‘나’ 역시 “세상을 빛나는 것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사람”이라고 했다. “대사 중에 ‘어렸을 때 이 목록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바꿔줬는지 생각해봤다’는 말이 있어요. ‘나’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이 아름다운 사람인 걸 알아가려 애쓰는 사람들 아닐까요.” 연극 속 ‘나’를 이해해 가며 알게 된 것도 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때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도, 나는 나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연극은 2018년 초연 뒤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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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에 함께 ‘나’로 캐스팅돼 번갈아 무대에 서는 김아영, 정새별 배우에 대해 노재원은 “두 누나의 공통。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웃었다. “연기의 화려함이 아니라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작품 같아요. 곁에만 있어도 힘이 나는 분들이라, 그 마음이 제게도 전해집니다.”
노재원에게 ‘빛나는 것’은 뭘까. 어린 시절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것, 분신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 요즘 거울을 보면 좀 잘생겨졌다고 느낀다는 것, 가을이 왔다는 것…. 그리고 지금 재미있다는 것. 노재원은 3주 남짓한 공연을 마치면 “더 이상 억지로 뭔가를 연기하려는 배우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마음도 조금 더 예뻐졌으면 좋겠고, 나 자신을 믿는 힘이 더 단단해지고, 저를 조금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연기했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항상 빛나지는 않더라도, 분명 좋아질 거예요”. “늘 잘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게 해줘요. 저를 좀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말이에요.” 연극을 본 뒤엔, 좀 더 편안하고 단단해진 배우 노재원의 다음 단계가 궁금해진다.
2013년 영국 초연 뒤 66개국에서 44개 언어로 공연한 글로벌 흥행 연극. 올봄엔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출연해 뉴욕 브로드웨이의 1000석 규모 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전석 6만원.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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