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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책은 이념의 산물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는 감세를 통해 민간의 선택과 투자를 넓히려 한다. 반면, 형평을 중시하는 정부는 높은 소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모든 소득을 과세망에 넣으려 한다. 어느 쪽이 옳으냐를 떠나 세금에는 정권의 철학, 말하자면 ‘조세의 이념적 유전자(DNA)’가 담긴다.
가상자산 과세의 역사를 이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주식 등 금융자산의 자본이득에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 가상자산 양도·대여 이익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었다. 자본소득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좌파적 조세철학이 반영된 정책이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분도 분명했다. 문제는 실행할 용기였다. 문 정부에서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 모두 시행이 유예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두 차례 더 미뤘고 금투세는 결국 폐지했다. 성장을 중시하고 새로운 투자와 금융시장에 대한 과세를 경계한 보수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이념적 일관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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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형평을 강조한다. 특히 부동산정책을 보면 그 철학은 선명하다. 문 정부가 실패했던 부동산정책보다 더 강한 규제와 세제를 밀어붙인다. 그런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유예한다면 설명이 필요하다. 부동산 자본이득에는 엄격하면서 가상자산 자본이득 앞에서는 왜 멈추는가. 이것은 ‘선택적 형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미국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참여가 2029년으로 늦어, 해외 거래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을 내세운다. 그러나 과세 정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행정의 문제이지 과세 철학을 바꿀 이유는 아니다.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형태는 달라도 가상자산 이익을 과세하고 있다. 완벽한 제도를 기다린 뒤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시행하면서 제도를 보완한다. 정책에는 철학만큼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
야당이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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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형평을 내세운 정부가 같은 결론으로 가고 있다는 .이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44%가 2030세대라고 한다. 결국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도 표(票)가 많은 곳에서는 멈추는 것인가. 조세의 형평이 정치적 지지율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것은 ‘조세정책’이 아니라 ‘조세정치’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주식과 가상자산은 모두 금융자산이며 거래이익은 자본이득이다. 일반 투자자의 주식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으면서 가상자산 이익에만 22%를 부과하면 자산의 이름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진다. 세금이 투자자의 자산 선택을 왜곡한다. 이는 조세 중립성의 훼손이다.
그래서 해답은 단순한 과세도, 또 한 번의 유예도 아니다. 가상자산에는 과세 원칙을 선언하고 시행은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미루는 ‘원칙과 실행의 분리’부터 끝내야 한다. 동시에 주식과 가상자산을 같은 자본이득이라는 틀에서 다시 봐야 한다. 형평을 말하려면 자산 간 형평도 지켜야 한다. 정치에는 유리한 세금과 불리한 세금이 있을 수 있지만, 좋은 조세에는 그런 구별이 없어야 한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 전 한국재정학회장
폐지했다. 성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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