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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우주에 잠시 스쳐가는 우리가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양이고, 어떤 빛깔을 내고 있을까.
오는 6일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는 춘천 출신 김수일 작가의 도예 개인전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김 작가의 개인전 ‘Trail of Cosmos(우주의 흔적)’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에서 미리 알려주듯, 장엄한 우주가 지구에 보내 온 오묘하고 신비로운 색채들이 도자의 표면 위에 빛난다.
2009년 이후 ‘흔적(Trail)’이라는 키워드에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작가는 인간이 남기는 흔적 뿐 아니라 자연과 모든 생명체, 무생물까지 넓혀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류의 상상력조차 닿기 힘든 깊은 ‘심우주’로 시선을 확장했다.
▲(왼쪽부터) 김수일 작 ‘Blackhole 2026 Ⅱ’, ‘Galaxy 2026Ⅰ’, ‘Nebula 2026 Ⅲ’, ‘Nebula2026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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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우주망원경이 선사하는 심우주의 풍경, 천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 작가는 이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모든 존재들의 흔적을 내어 놓는 방식을 택했다.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별들의 시간을 도자라는 매체로 형상한 결과다. 백토로 천체, 혹은 우주를 빚은 후 도자의 표면을 곧 캔버스로 삼았다. 빛과 먼지, 가스와 에너지가 이루는 장엄한 우주의 풍경을 담아낸다.
▲ 김수일 도예 개인전 ‘Trail of Cosmos(우주의 흔적)’ 전경. 전시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흐르고, 번지고, 스며드는 유약의 특성이 오히려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색채와 텍스쳐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유약은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는 물질이어서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김 작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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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재료와 대화하다 보니,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1~2달씩 소요된다.
그렇게 도자 위에 쌓인 유약의 흐름과 층위는 곧 빛이 지나간 시간과 우주가 남긴 흔적이 됐다.
실제로 도자 작품마다 무언가 스치고 지나간 듯한 흔적들이 과감한 방식으로 표현돼 눈에 띈다. 밤 하늘에 긴 꼬리를 그리며 사라지는 혜성과 닮은 이 표현에서 모든 존재들이 품었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
▲ 김수일 도예 개인전 ‘Trail of Cosmos(우주의 흔적)’ 전경. 전시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작은 도자들이 빨려들어 간 형태의 ‘블랙홀’ 시리즈 3。도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김수일 작가는 이번 개인전 작품들에 대해 “우주의 질서 속에 살아가는 인간 존재를 비추는 작은 풍경과 같은 작품들”이라며 “시간의 유한함을 깨달을수록 우주의 질서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고 했다. 김여진 기자
#우주 #흔적 #개인전 #천체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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