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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 뉴욕 공연 장면. 2026.9.16. [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 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공연 현장. 5년 전 아들을 잃고 뉴욕으로 떠났다가 서울로 돌아온 재벌 3세 송도영의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대사에 객석에선 연신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한국인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속사포 대사들이 이어졌지만, 뉴욕 관객들은 무대 위 양쪽 스크린에 표기된 영어 자막을 부지런히 읽어가면서 2시간 30분가량의 공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공연 직후 이어진 커튼콜에서는 1천2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 상당수가 기립해 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을 포함해 이미 11회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실험적인 공연과 대형 예술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뉴욕의 대표적인 복합예술공간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도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낸 것이다.
연극 '벚꽃동산' 뉴욕 공연 장면. 2026.9.16. [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G아트센터가 제작해 2024년 6월 초연한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호주 출신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등 스타 배우들을 앞세워 제작 단계부터 해외 공연을 염두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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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제정 러시아의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의 벚나무 과수원은 현대 한국 재벌가의 대저택과 정원으로 바뀌었고, 신분제가 무너지는 격변기의 러시아 사회는 빈부 격차와 계층 이동이 교차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으로 치환됐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송도영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재벌 3세이지만, 세상 물정에는 어둡고 과거의 삶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특히 뉴욕에서 살다 돌아온 송도영의 설정을 따라 하이라인과 센트럴파크, 휘트니 미술관, 뉴욕대(NYU) 등 뉴요커들에게 익숙한 일상이 대사 곳곳에 등장하면서 객석에 즐거움을 안겼다.
전통을 부수려는 벼락부자와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하는 올드머니, 입만 살아 장광설을 늘어놓는 지식층, 단기적이고 속물적인 애정 관계, 건강하지 못한 위계질서와 가족 관계를 둘러싼 보편적인 이야기에 '뉴욕적'인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포개지면서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간 듯했다.
스타 연출가인 스톤 특유의 연출도 돋보였다.
흰 삼각형 모양의 이층집은 값비싼 조형물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인다.
배우들은 집의 안과 밖, 1층과 2층, 계단 위에서 동시에 대사를 내뱉고 저마다의 행동을 이어간다.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집 너머로 한 가족의 욕망과 균열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극 '벚꽃동산' 뉴욕 공연 장면. 2026.9.16. [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무대 디자인을 맡은 사울 킴은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나 "집은 안식처의 느낌도 있지만 중간에 지붕이 끊기며 낭떠러지도 된다"며 "한쪽은 부드러운 공간, 반대쪽은 불안감인데 이 두 가지가 무대에서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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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연 직후 만난 관객들은 무대와 연출 등을 두루 호평했다.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뉴욕 브루클린 주민 톰 로버트쇼는 "2막에서 무대의 모든 층이 동시에 살아 움직이던 순간이 정말 좋았다"며 "아주 오래된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대조도 멋졌다"고 말했다.
뉴욕대 스커볼 공연예술센터의 제이 웨그먼 예술감독은 "체호프의 이야기를 단순히 현대적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인 관.에서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 。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욕이 작품 속에서 중요한 준거。으로 등장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통해 뉴욕이 어떻게 바라보이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몰입도를 키웠다.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 에바 나고르스키는 배우들의 연기를 호평하며 박해수를 가리켜 "'오징어 게임'에도 나오지 않았느냐"며 반가워했다.
'전도연도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유명 배우'라고 전하자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 작품 이름을 알려달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박해수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LG아트센터를 통해 "작품 초반에는 자막을 보느라 살짝 낯설어하던 관객분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함께 깊이 공감해 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도연도 "늘 그렇듯 떨렸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긴장되는 무대였고, 뉴욕 관객분들이 어떻게 작품을 받아들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분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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