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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년 파리에서 태어난 소녀 지젤은 2026년 평택에서도 다시 사랑하고, 쓰러지고, 끝내 용서했다.
18일 평택아트센터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한 여인의 사랑과 배신, 죽음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현실과 환상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 펼쳐놓으며 낭만발레가 지닌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평택시문화재단 기획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지젤'은 18·19일 양일에 걸쳐 두 차례 공연됐다. 첫날에는 이하연이 지젤, 김기완이 알브레히트를 맡았으며 정은영이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로 무대에 섰다. 이하연은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첫 지젤을 맡았다. 19일에는 엄나윤과 박종석이 각각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연기했다.
'지젤'은 1841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낭만발레의 대표작이다. 국립발레단은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원안무를 바탕으로 파리오페라발레 부예술감독을 지낸 파트리스 바르가 재안무한 버전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아돌프 아당의 음악, 루이사 스피나텔리의 무대와 의상은 작품이 태어난 19세기 낭만주의의 색채를 짙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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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묘미는 무엇보다 1막과 2막의 극명한 대비에 있다.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의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막은 사람의 세계다. 춤과 사랑에 설레는 지젤, 신분을 감춘 귀족 알브레히트, 두 사람을 의심하는 힐라리온 사이에서 이야기는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된다.
이하연의 지젤은 첫 무대인 만큼 화려한 기교가 아닌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갔다. 소녀의 수줍음부터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감정까지, 움직임의 온도를 서서히 조절했다.
앞서 행복했던 지젤의 움직임과 기억은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변하고, 사랑을 확인하던 몸짓이 공허한 움직임으로 향하는 과정을 통해 한 소녀의 비극을 완성했다.
2막은 어두운 침묵의 공기가 객석을 감싼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과 묘지, 흰 의상을 가지런히 입은 윌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현실의 드라마는 초현실의 세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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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각도와 계산된 움직임에 맞춰 일제히 움직이고, 멈추는 윌리들의 군무를 통해 공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수평선과 대칭은 '지젤'이 왜 180여 년 동안 낭만 발레를 상징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지젤 역시 2막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요구받는다. 지면과 공중의 경계에서 닿아 있는 듯, 떠 있는 듯 보이는 발, 팔인 듯 날개인 듯 움직이는 팔로 감정선을 이어간다. 사랑에 들떠 세상을 향하던 몸은 죽음 이후 모든 감정을 초월해 외부로 발산한다.
지젤은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내며, 배신으로 시작된 비극을 복수가 아닌 용서로 끝낸다. 그러기에 작품이 마지막에 남긴 것은 죽음의 차가움보다 사랑의 따뜻함 대한 질문이다.
사랑에 들뜬 소녀의 발끝은 가볍지만, 사랑이 무너진 뒤 다시 나타난 영혼의 발끝에는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무용수의 몸 하나로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것.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고전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를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보여줬다.
tum, 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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