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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항 선박은 줄었는데 원유는 왜 더 흐르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0656dapi.png" data-org-width="569" dmcf-mid="FBrH0DqFS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0656dapi.png" width="658">
<그림1> 통항 선박은 줄었는데 원유는 왜 더 흐르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트럼프가 말하는 ‘통제’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같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해상전력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상선의 통항을 보호하고 있다. 전쟁 초기 거의 멈추다시피 했던 원유의 흐름도 상당 부분 회복됐다. 군사적 우세와 원유의 흐름만 보면 미국이 호르무즈의 통제권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다. 추적 가능한 상선은 전쟁 이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원유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일부 선박은 위치정보를 제한하는 ‘다크 운항(Dark Transit)’을 하고, 선박 간 환적( STS·Ship-to-Ship Transfer)과 셔틀 운송(Shuttle System)을 통해 위험구간과 장거리 수송구간을 분리하고 있다. 해운시장이 호르무즈의 정상화를 기다리는 대신, 전쟁이 계속되는 바다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유가 흐른다는 사실만으로 호르무즈가 정상화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군사적 통제(Control), 이란의 거부능력(Denial), 국제해운의 적응(Adaptation)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전쟁 이전과 다른 통항체제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미국은 호르무즈를 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며 호르무즈를 전쟁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바다로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통제를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김태준 소장 제공
I. 선박은 줄었는데 원유는 왜 더 흐르는가
현재 호르무즈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숫자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원유의 흐름이다. 선박추적 자료에서 확인되는 통항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상당한 양의 원유는 계속 이동하고 있다. 보이는 선박의 숫자와 실제 에너지 흐름 사이에 간격이 생긴 것이다.
그 중심에 다크 운항과 선박 간 환적, 셔틀 운송이 있다. 전쟁 초기에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제한해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다크 운항이 주요 위험회피 수단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운송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걸프 내부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이 호르무즈의 위험구간을 통과한 뒤 오만만 등에서 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넘겨주고 돌아간다. 원유를 넘겨받은 대형 유조선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외해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한다. 모든 대형 유조선이 위험한 해협을 직접 통과하는 대신 일부 선박이 위험구간을 반복적으로 담당하는 셔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과 자산을 줄이는 데 있다. 처음에는 선박의 위치를 숨겼다면 이제는 운송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다크 운항(Dark Transit)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 STS)과 셔틀 운송(Shuttle System)으로 변화는 위험회피가 위험관리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호르무즈의 통항은 세 가지 형태가 중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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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는 특별한 군사적 보호 없이 이뤄지는 정상통항(Normal Transit), 둘째는 군함의 호송과 감시 아래 이뤄지는 ‘보호통항(Protected Transit)’, 셋째는 전쟁위험을 전제로 다크 운항과 STS, 셔틀 운송으로 물류를 유지하는 ‘전시 적응형 통항(Wartime Adaptive Transit)’이다.
지금 호르무즈는 정상통항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이 아니라 보호통항과 전시 적응형 통항이 함께 작동하는 바다에 가깝다. 미국은 군사력으로 해협의 완전한 폐쇄를 막고 있고, 이란은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부과한다. 그 사이에서 국제해운은 전쟁환경에 적응하며 원유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호르무즈는 미국의 군사적 통제(Control)와 이란의 거부능력(Denial)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사이에 ‘시장의 적응(Adaptation)’이라는 제3의 변수가 등장했다. 원유가 계속 흐르는 것은 전쟁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국제해운이 그 위험을 관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은 공짜가 아니다. 군사적 보호와 추가 선박, 환적, 높은 보험료와 운임이 필요하다. 결국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은 호르무즈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과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가.
미국의 호르무즈 통제에 대한 1일 전쟁 비용분석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3365mnqa.png" data-org-width="569" dmcf-mid="0eXxLUAiv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3365mnqa.png" width="658">
<그림 2> 미국의 호르무즈 통제에 대한 1일 전쟁 비용분석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미국은 호르무즈 통제를 위해 하루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가
호르무즈의 통제권을 판단할 때 군사력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그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미국이 이란보다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그 전력을 수개월 동안 계속 전개해 해협의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해양통제(Sea Control)는 능력인 동시에 비용과 지속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에는 조지 부시호(USS George H.W. Bush)와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을 중심으로 한 2개의 항모타격단(CSG)과 박스함(USS Boxer) 상륙준비단(ARG)이 전개돼 있다. 여기에 다수의 이지스 구축함과 지원함이 항모 방어, 미사일방어, 상선 보호, 해상봉쇄와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9월 중순 기준 중동 전구의 유도미사일 구축함은 약 15척, 이란 봉쇄에 직접 또는 순환 투입되는 미 해군 전력은 약 22척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loomberg Economics)는 현재 이란 해상봉쇄에 투입되는 전력의 운용비를 하루 약 3250만 달러로 추산한다. 봉쇄전력이 최대 31척까지 증가했던 8월 중순에는 약 4200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항모와 항모항공단, 구축함, 상륙전력과 지원함의 운용·연료·정비·군수지원 등에 들어가는 해상봉쇄 관련 비용이다.
전쟁 전체의 비용은 더 크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추계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낮은 수준의 전투가 지속될 경우 추가 국방비용은 약 6700만 달러, 7월과 같은 높은 전투강도가 이어질 경우 약 1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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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통제 비용과 전쟁 전체 비용은 구분해야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적되는 부담이다.
비용은 돈에 그치지 않는다. 항모와 구축함의 장기 전개는 함정과 승조원의 피로, 정비주기 압박을 가져오고 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의 지속적인 사용은 탄약재고에도 부담을 준다. 중동에 집중된 전력은 인도·태평양 등 다른 전구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도 발생시킨다.
실제로 에이브러햄 링컨호(USS Abraham Lincoln(은 300일이 넘는 장기전개 끝에 전구를 이탈해 태국과 괌을 거쳐 샌디에이고로 향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호(George Washington)가 이를 보강해 조지 부시호와 함께 2개 항모전단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전력투사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장기간의 통제를 위해서는 전력을 계속 교대하고 보충해야 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따라서 해양통제의 비용(Cost of Sea Control)은 재정적 비용(Financial Cost), 전력 피로(Force Fatigue), 탄약 소모(Munitions Depletion),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함께 봐야 한다. 이 때문에 ‘능동적 현존전력(AFIB)’과 ‘지속적 능동현존전력(CAFIB)’의 구분이 중요해진다. 항모와 구축함을 집중해 이란의 현존위협(TIB)을 제거하는 것이 AFIB라면, 재생되는 위협을 반복적으로 제거하면서 해협의 통제를 지속하는 것은 CAFIB의 문제다.
결국 ‘해양통제 능력(Capability of Sea Control)’과 ‘해양통제 지속능력(Sustainability of Sea Control)’은 동일하지 않다. 미국이 오늘 호르무즈를 통제할 수 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통제를 상대가 전략적 행동을 바꿀 때까지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해양통제의 진정한 비용은 함정을 움직이는 하루의 비용만이 아니라 그 통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시간의 비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다영역 압박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4783chel.png" data-org-width="569" dmcf-mid="p04mvdHlS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4783chel.png" width="658">
<그림3>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다영역 압박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트럼프는 왜 바다에서 이란의 경제 전체로 압박을 확대하는가
미국이 호르무즈 통제를 위해 군사적 비용을 부담한다면 이란은 다른 성격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봉쇄에 경제·금융제재와 항공·물류망에 대한 압박까지 결합하면서 이란이 전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물자의 흐름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은 해상봉쇄다. 원유수출은 이란이 외화를 확보하는 핵심 통로다. 항구와 원유수송망에 대한 압박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외화수입이 줄고, 이는 환율과 수입가격, 물가와 국내 경제활동으로 파급된다. 군사적 해양통제가 경제적 압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제재가 결합된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과 기업, 제3국의 중개망까지 달러 금융체계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강화하면서 이란의 우회거래 공간을 좁히고 있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항공과 물류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 항공사와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연료공급과 지상조업, 항공권 판매 등을 제한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압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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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미국이 이란의 항공교통 자체를 군사적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연료공급과 지상조업, 항공권 판매가 제한되면 국제항공망의 정상적 이용은 어려워질 수 있다. 해상봉쇄가 항만과 원유수송을 압박한다면 항공·물류 제재는 사람과 물자의 국제적 이동까지 압박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상봉쇄, 금융제재, 항공·물류 제재는 서로 분리된 조치가 아니다. 해상에서는 원유와 화물의 이동을 제한하고, 금융에서는 거래와 결제를 어렵게 하며, 항공·물류에서는 국제적 연결망을 좁힌다.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을 결합해 이란의 전쟁 지속능력을 약화시키는 ‘다영역 압박(Multi-Domain Pressure)’이다.
이란 경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유수출과 외화획득이 압박받는 가운데 리알화와 물가가 불안정하고 해외에서 필요한 물자와 부품을 조달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육상과 비공식 금융망을 이용한 우회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정상적인 해상·금융거래보다 비용이 높고 규모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이 지불하는 전쟁비용은 서로 다르다. 미국은 항모와 구축함, 항공전력과 탄약을 투입하면서 해양통제의 군사적 비용을 부담한다. 이란은 원유수출과 외화수입 감소, 금융·물류망 제약, 환율과 물가 압박이라는 경제적 비용을 부담한다.
이 차이는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요해진다. 미국은 해상봉쇄와 경제·금융·항공·물류 제재를 결합해 이란이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시간을 줄이려 한다. 반대로 이란은 호르무즈의 위험을 유지해 미국의 군사비용과 국제사회의 에너지·해운비용을 높이면서 미국의 정치적 시간을 압박하려 한다.
결국 미국은 이란의 경제적 시간을 줄이고,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 시간을 줄이는 시간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압박이 누적되는 시。에 이란 측에서 호르무즈를 7일 이내 다시 열 수 있다는 조건부 제안이 보도되고 미·이란 간 접촉이 재개됐다.
이를 경제적 압박에 따른 이란의 굴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지금까지 호르무즈를 닫거나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협상자산이었다면 이제는 호르무즈를 다시 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새로운 협상자산이 될 수 있다.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누가 호르무즈를 더 오래 위협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호르무즈를 다시 여는 조건을 결정할 것인가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카드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6141xhif.png" data-org-width="569" dmcf-mid="UUTfR1Lxy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6141xhif.png" width="658">
<그림4> 이란의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카드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왜 이란은 호르무즈의 ‘봉쇄’가 아니라 ‘재개방’을 협상카드로 내놓는가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전략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하거나 통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압박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호르무즈를 다시 열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협상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로이터통신 등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경우 이란이 7일 이내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다른 이란 관계자가 이를 부인해 이란 정부의 공식 제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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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도가 미·이란 간 외교적 접촉이 다시 모색되는 시.에 나왔다는 。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현재 미국의 전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트럼프는 이란이 합의를 통해 국가를 재건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이란을 ‘전멸(annihilate)’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도 높은 위협을 가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란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11월 3일 중간선거 직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군사적 위협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협상의 출구도 열어둔 것이다.
여기서 트럼프의 중간선거 발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자신은 중간선거가 자신의 대이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를 트럼프가 중간선거 때문에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트럼프 스스로 중간선거라는 미국의 정치적 시간표를 이란의 협상 계산과 연결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은 중요하다. 미국의 정치적 시간과 이란의 경제적 시간이 협상전략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위협에 굴복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위협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가 공격에는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한편, 군사적·경제적 압박이 완화된다면 외교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미·이란 관계는 단순한 긴장완화라기보다 양측이 강압의 수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종전조건을 탐색하는 단계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르무즈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의 협상력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정상통항을 방해할 수 있는 거부능력(Denial)에서 나왔다.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고속정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국제해운에 위험과 비용을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의 위협전력을 반복적으로 제거하고 해상봉쇄와 경제제재를 지속할수록 이란 역시 거부능력을 유지하는 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때 거부능력은 단순히 미국의 해양통제를 방해하는 군사적 수단에서 정상화의 조건을 거래하는 협상자산(Bargaining Asset)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메시지가 “우리는 호르무즈를 닫거나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였다면 이제는 “조건이 충족되면 다시 열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전략적으로 표현하면 현존위협(TIB)에서 거부능력(Denial)으로, 다시 협상자산(Bargaining Asset)으로 전환이다. 이란이 미국의 해양통제를 군사적으로 뒤집지 못하더라도 정상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불안정을 해소하는 조건을 협상하려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이란의 굴복이나 종전의 임박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조건부 재개방 제안 자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핵문제와 경제제재, 군사행동의 종료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차이도 남아 있다. 오히려 현재 나타나는 것은 압박의 극대화와 출구 탐색의 병행이다.
따라서 이제 호르무즈의 핵심 질문도 달라진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닫을 수 있는가, 미국이 이를 다시 열 수 있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군사적 통제권의 경쟁이 정상화의 조건을 둘러싼 협상통제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호르무즈를 다시 여는 조건을 결정하느냐이다.
호르무즈의 통제·거부·적응에서 협상과 정상화로 이어지는 전략적 변화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7559hfbo.png" data-org-width="569" dmcf-mid="uzziAbrNh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munhwa/37559hfbo.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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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호르무즈의 통제·거부·적응에서 협상과 정상화로 이어지는 전략적 변화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트럼프는 호르무즈를 통제하는가, 전쟁에 적응시키고 있는가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를 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호르무즈를 전쟁에 적응시키고 있는가.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분명하지만 현재의 호르무즈는 아직 전쟁 이전의 정상적인 바다와 다르다.
미국은 항모와 구축함, 항공전력과 정보감시자산을 집중해 이란의 위협전력을 제거하고 해협의 완전한 폐쇄를 막고 있다. 그러나 국제해운은 여전히 군사적 보호와 다크 운항, STS와 셔틀 운송에 의존하고 높은 보험료와 운임을 부담하고 있다. 원유가 흐르고 있다는 것과 정상적인 자유통항이 회복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현재 호르무즈에는 미국의 통제(Control), 이란의 거부(Denial), 국제해운의 적응(Adaptation)이 동시에 작동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기에 비용(Cost)과 버티기(Endurance)가 더해졌다. 미국은 해양통제를 유지하는 군사적 비용을 부담하고, 이란은 거부능력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압박을 견뎌야 한다. 결국 통제와 거부의 경쟁은 어느 쪽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의 버티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협상(Bargaining)이 등장하고 있다. 이란의 조건부 재개방 가능성이 실제 협상카드로 발전한다면 거부능력(Denial)은 미국의 통제를 방해하는 군사적 능력에서 정상화의 조건을 협상하는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된다. 미국 역시 군사적 우위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우위를 원하는 정치적 결과와 전쟁종결 조건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호르무즈에서 진행되는 변화는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통제(Control) → 거부(Denial) → 적응(Adaptation) → 비용(Cost) → 버티기(Endurance) → 협상(Bargaining) → 정상화(Normalization).’
이 과정의 마지막은 정상화(Normalization)여야 한다. 군사적 보호 없이 국제상선이 예측 가능하게 통항하고 해운회사와 보험회사가 전쟁위험을 특별히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회복돼야 군사적 통제가 전략적 정상화로 전환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호르무즈의 군사적 공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과 정상화의 조건까지 결정하고 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란은 여전히 위험을 부과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해운은 그 위험에 적응하면서 움직이며 미국도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과제는 전쟁 속에서도 원유가 흐르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군사적 통제를 정치적 합의로 전환하고, 전쟁에 적응한 호르무즈를 다시 전쟁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호르무즈로 되돌리는 것이다. 미국이 호르무즈의 군사적 공간을 통제하고 있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누가 정상화의 조건을 결정하느냐이다.
에필로그. 통제의 완성은 정상화다
호르무즈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분명하다. 그러나 군사력으로 해협의 폐쇄를 막고 원유를 흐르게 하는 것과 전쟁 이전의 정상적인 항행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의 호르무즈는 미국의 통제 아래 움직이고 있지만 동시에 이란의 거부능력과 국제해운의 전쟁 적응이 공존하는 바다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통제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느냐만이 아니라 그 힘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고, 상대에게 부과한 비용을 얼마나 유리한 협상조건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이다. 최근 호르무즈 재개방 가능성이 협상카드로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결국 트럼프의 호르무즈 통제가 완성되는 시。은 더 많은 군함을 배치하거나 더 많은 원유를 통과시키는 순간이 아니다. 군사적 통제를 정치적 합의로 전환해 국제상선이 특별한 군사적 보호나 전시 운송방식 없이 다시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을 때다.
전쟁 속에서도 원유가 흐르는 바다를 만드는 것은 통제의 능력이다. 전쟁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바다로 되돌리는 것은 통제의 완성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금융체계에서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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