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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시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화재 안전관리의 중요성도 높이지고 있다. 배터리 열폭주에 따른 연쇄 화재, 대규모 전력설비에서 비롯된 화재, 화재로 인한 정보통신 서비스 중단 등 과거와 다른 유형의 위험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부도 전기차 충전시설과 지하주차장 소방시설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산업과 기술의 변화 속도를 제도가 온전히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시설별 위험 특성을 반영한 시험·연구와 민간 화재안전기준을 활용해 법정 기준을 보완하는 안전관리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친환경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20년 35건에서 2024년 126건으로 5년 새 약 3.6배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전기차 화재가 2020년 11건에서 2024년 73건으로 늘었고, 하이브리드차 화재도 같은 기간 24건에서 51건으로 증가했다. 수소차 화재는 2024년 2건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배터리 열폭주가 꼽힌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내부 단락이나 과충전, 외부 충격 등으로 열폭주가 발생하면 가연성 가스를 분출하고 급격히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 배터리 내부에서 시작된 화재가 인접 배터리로 옮겨붙는 연쇄 열폭주로 이어질 경우 차량 전체는 물론 주변 차량과 건물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화약제가 화원에 직접 도달하기 어렵다는 .도 문제다. 가스계나 수계 소화설비만으로는 배터리 팩과 모듈 내부의 화재를 초기 단계에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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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역시 배터리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ESS는 대규모 배터리를 한 공간에 집적하는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배터리로 열이 전이돼 랙 전체나 컨테이너 단위의 화재로 번질 수 있다. 한 차례 사고가 발생하면 설비 전소 등 물적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에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은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ESS 맞춤형 자동소화장치를 개발했다. 배터리의 이상 징후를 감지한 뒤 발화 지.에 소화약제를 신속하게 집중 방출해 화염을 억제하고 배터리를 냉각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동일한 조건에서 실규모 화재시험을 진행해 장치 적용 여부에 따른 차이를 확인했다. 자동소화장치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 열폭주가 주변 배터리로 전이되고 상하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배터리 전체가 전소했다.
반면 장치를 적용한 경우 화재 감지 직후 소화장치가 작동해 냉각 효과를 내면서 열폭주 전이를 차단했고, 재발화 방지 성능도 확인했다.
데이터센터도 새로운 화재위험에 노출된 대표적인 시설이다. 다양한 설비와 시설이 한 곳에 밀집돼 있으며, 화재가 발생하면 설비 손상에 그치지 않고 금융·통신·행정 등 사회 기반 서비스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와 네이버 등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당시에는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가 장애를 겪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화재로 인한 설비 손상 뿐 아니라 서비스 연속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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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준공 이후 소방시설을 .검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화재위험을 검토하고 운영 과정에서 위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방재시험연구원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파우치형과 원통형에 자동소화장치의 실질적인 소화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동일 조건 하에 소화장치 실규모 비교 화재 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소화장치 적용 전에는 배터리 전체가 전소됐지만, 자동소화장치 적용 후에는 열폭주 발생 후 장치가 즉각 작동해 소화약제가 화원에 방출되며 냉각 및 열폭주 전이를 차단하고 재발화까지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방재시험연구원 제공) 2026.11.08.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새로운 산업시설의 화재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정 기준과 함께 시설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안전기준이 필요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자체 민간 화재안전기준인 KFS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과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시설의 위험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류시현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책임은 "KFS는 해외 화재안전기준과 시험·연구 자료를 참고하되 국내 시설 여건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고려해 전문가 심의를 거쳐 제정·개정하고 있다"며 "민간 기준의 유연성을 활용해 선도적으로 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국내 기준의 개선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설비 안전기준인 KFS 1130은 충전설비 자체의 물리적 보호부터 충전구역의 방화구획, 감지·소화설비, 유지관리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충전설비의 설치 위치와 지하주차장 방호 방식 등에서 국내 법정 기준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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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설비를 가급적 지상층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지하에 설치하더라도 지하 2층까지만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건물 입구나 경사로 인근에 설치해 소방대 접근성을 확보하고 연기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쉽도록 고려했다.
소화설비 기준도 구체화했다. 실내 충전구역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최소 방사밀도는 12.2LPM/㎡ 이상, 수원은 30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하도록 했다. 특히 지하 충전구역에서 스프링클러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화재감지기와 연동해 자동으로 물을 채우는 전기차 전용 소화수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도 KFS 1280을 통해 방화구획과 소방시설 등 화재안전 관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방화협회(NFPA)의 데이터센터 관련 기준인 NFPA 75와 보험업계의 위험관리 기준인 FM 글로벌 기준 등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KFS 보완하기 위해 매년 전문가 심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법정 기준과 달리 민간 기준은 기술 변화에 맞춰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개정할 수 있다는 .이 특징이다. 시설별 위험 특성을 반영해 보다 구체적인 방호 수준과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흥수 한국화재보험협회 신재생E안전연구센터장은 "신산업 분야의 화재는 발생 빈도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한 번 사고가 나면 피해 규모가 크고 주변 시설로 확산하거나 서비스 중단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설별 특성을 고려한 예방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반면 제도가 이를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사고를 통해 도출된 문제.을 시험·연구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민간 기준을 현장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널리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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