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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에서 AI 모델 학습을 위한 저작물 무단 활용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AI 성능 경쟁이 격화할수록 온라인에 없는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기업들과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창작자 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는 AI 저작권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재판으로 꼽히는 ‘바츠 대 앤트로픽’ 소송과 연관돼 있다. 2024년 8월 안드레아 바츠 등 작가 3인은 앤트로픽을 대상으로 라이브러리 제네시스 등 디지털 불법 복제 라이브러리에서 AI 학습에 디지털 해적판 도서를 무단 사용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앤트로픽이 도서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한 편법이 낱낱이 드러났다. 앤트로픽은 2021~2022년께에 디지털 불법 복제 라이브러리에서 수백만 권의 책을 다운로드했다.
앤트로픽은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전략을 바꿔 2024년 전 세계 중고서.·출판유통사로부터 실물 서적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은 실물 서적 구매 프로젝트를 내부에서 ‘파나마 프로젝트’라고 불렀으며 “전 세계의 모든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24년 앤트로픽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한국 측의 도서 유통 파트너로 한국 최대 도서유통업체 웅진북센을 선택하고 서적 판매 계약을 진행했다. 자료에는 “현재는 (도서를) 주로 미국·영국에서 들여오고 곧 대만·일본·한국에서도 주문할 계획”이라는 메모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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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에는 유통사의 AI 기업 대상 도서 판매에 관한 규정이 없다. 저작권법 제20조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 정당하게 최초 판매된 책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소멸한다.
창작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AI의 발전에 따라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간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이 동의 없는 저작물 학습으로 창작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또 고서적과 희귀본이 기업의 이윤을 위한 AI 학습에 활용되고 폐기되는 것은 인류 공동체의 자산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 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바츠 대 앤트로픽’ 소송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은 7월 앤트로픽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앤트로픽이 합법적으로 구매한 서적을 학습시킨 경우와 디지털 해적판을 다운받은 경우를 나눠 판단한 것이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경우에는 책의 내용이 AI 학습을 거쳐 변형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은 ‘공정한 이용(fair use)’으로 판결했다. 다만 불법 복제본은 AI 활용과 무관하게 복제 행위 자체를 근거로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불법 복제본을 다운받은 약 50만 권만 대상으로 총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확정했다.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 또한 해당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목록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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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트로픽 측은 합의 도서 저작권자에게 다음 달 15일부터 합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반면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제3순회항소법원은 톰슨 로이터가 AI 기반 법률 스타트업 로스 인텔리전스를 상대로 자사 법률 서비스의 판례내용 요약자료를 AI 학습에 이용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로이터의 저작권을 인정했다.
유럽에서는 저작권을 더욱 폭넓게 보호한다.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7월 음악 AI 수노(Suno)와 독일 음악저작권 관리단체(GEMA) 간 소송에서 GEMA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AI가 만든 노래의 유사성이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EU는 올해 8월부터 AI법을 시행 중이다. 법에 명시된 특정 목적(연구·비평·보도 등)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학습 면책을 인정해 미국보다 저작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작가 등 권리자가 거부 표시를 한 경우 AI 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AI 저작권과 관련해 가장 강한 잣대를 갖고 있는 곳은 독일로 AI 내부에 콘텐츠를 저장(Memorization)하는 것 자체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AI 강국인 미국은 여전히 저작권 소송이 진행형이다. 뉴욕타임스는 허가 없이 수백만 건의 기사를 학습시켰다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빈스 차브리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메타의 저작권 위반 소송에 대해 메타 손을 들어주면서도 “AI가 기존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피해를 더 충실히 입증하면 다른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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