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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남 공주시 국립소방연구원 가상전술연구동. 1층 훈련장에 들어서자 대형 스크린에 교통사고 현장이 펼쳐졌다. 사고 차량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해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이었다. 몸에 센서를 부착한 훈련자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 가상현실(VR) 속 구조대원도 똑같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버튼을 누르는 대신 온몸으로 구조 절차를 익히는 방식이다. 실제 사고가 아닌 가상현실에서 재난 대응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었다.
다른 건물에는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는 지하철 화재 현장을 재현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고층 건물에 소화탄을 투하하는 드론을 개발하고, 대형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분석하는 연구실도 마련돼 있었다. 실제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도 교통사고와 화재, 침수 등 다양한 위험 상황을 만들어 대응 기술을 검증하는 곳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 8월 충남 아산시에서 공주시로 이전했다. 총 545억원을 투입한 신청사는 부지면적 5만8916㎡(약 1만7822평), 연면적 1만1778㎡(약 3563평)로 기존보다 각각 약 6배, 3배 넓어졌다. 연구행정동과 가상전술연구동, 유해가스대응연구동, 특수연구동, 화재실험동 등 5개 동에서 첨단 소방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일 국립소방연구원 가상전술연구동 1층 개방형 훈련장 대형 화면에 교통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를 구조해 구급차에 인계하는 소방대원의 훈련 콘텐츠가 구현돼 있다. /소방청 제공
◇VR 훈련·지하철 실증 시설까지… 온몸으로 익히는 재난 대응
가로·세로 30m 규모의 개방형 가상 훈련장은 기둥 없이 탁 트여 있었다. 정면 대형 스크린에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훈련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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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층 관제실에서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훈련 공간과 VR 프로그램 작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층 폐쇄형 훈련장에는 움직일 수 있는 벽체가 설치돼 다양한 건물 내부 구조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형 훈련장에는 제자리 이동장치와 VR 기기를 갖췄다. 가상 공간에서 장비를 잡거나 조작할 때 촉각을 전달하는 ‘햅틱 글러브’도 개발 중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훈련자의 움직임이 화면에 그대로 반영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 약 3년간 훈련 콘텐츠를 개발해 실제 소방대원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해가스대응연구동에는 지하철 객실과 침수 구간이 실제 공간처럼 조성돼 있었다. 짙은 연기로 시야가 가려지는 지하철 화재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재난 환경도 구현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방 로봇과 웨어러블 장비가 연기와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한다. 필요하면 소방대원들의 구조 훈련에도 활용된다.
◇고층 건물 불 끄는 소화탄 드론… 대형 화재 원인도 추적
연구행정동 소방드론임무장비분석실에는 다양한 드론이 놓여 있었다. 실종자 수색용부터 물품 투하용, 재난 현장 3차원 지도 제작용까지 임무도 제각각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층 건물 화재 진압을 위해 개발한 소화탄 탑재 드론이었다.
고가사다리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고층 건물에 드론을 보내 소화탄을 원격으로 터뜨리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실증 실험에서 건물 외부 화염을 상당 부분 진압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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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 화재 현장에 투입하려면 관련 규제와 안전성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같은 건물 1층 감정물분해실에는 불에 탄 전자레인지와 전기밥솥 등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이 놓여 있었다. 연구진은 증거물을 육안으로 살핀 뒤 엑스레이 등 비파괴 검사 장비로 내부를 확인해 발화 원인을 추적한다.
지난 7월 인천 서구 석남동에서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 관련 증거물도 이곳에서 분석했다. 연구원이 연간 감정하는 화재 증거물은 약 130건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지난해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등 메자닌 구조에서 발생한 화재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형 화재 분석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댕 묻은 방화복·피부까지 세척… 소방대원 건강도 지킨다
특수연구동 유해물질분석실에는 검댕이 묻은 방화복과 세정 티슈, 폼 세정제 등이 놓여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피부와 보호장비에 달라붙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들이었다.
화재를 진압한 소방대원은 불길이 꺼진 뒤에도 방화복과 피부에 남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원은 현장에서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염물질을 닦아낼 수 있는 소방 전용 세정 티슈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차량용품 업체 불스원에 이전돼 상용화됐다. 연구원이 개발한 폼 세정제와 방화복 전용 세제도 일선 소방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공주 신청사를 기반으로 재난 대응 기술 개발과 실증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총사업비 460억원 규모의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 착공을 추진한다. 소방 연구개발(R&D) 협업센터 등 연구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해 ‘K-소방안전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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