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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입니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편견을 해소하고자 제정된 국제 기념일입니다. 정신건강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문제지만, 정신질환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정신질환 당사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력해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따님 덕분에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어요. 같이 근무하면서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조울증 당사자 진예은 씨의 아버지 진종섭(69) 씨가 최근 딸의 직장 동료에게서 들은 말이다. 딸이 동료들에게 힘이 되고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진 씨는 딸의 장.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꼽았다. "심성 자체가 남을 잘 돕고 배려하려고 해요. 누가 어려움에 처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요. 미용이나 사무, 그래픽 관련 기능도 익혔어요. 그런 재능을 살려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동료들을 많이 돕고 있다고 생각해요."
활발해진 줄만 알았다
진 씨는 교회 목사다. 1989년 목사가 된 뒤 부산과 마산, 미국 시카고 등에서 일했다. 딸에게 변화가 나타났다고 느낀 것은 미국 생활을 거친 뒤였다. 가족과 함께 시카고에서 지내다 진 씨가 영주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딸은 미국에 남았다. 이후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혼자 생활을 이어갔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도와줄 형편이 안 돼서 아이가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생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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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뒤 보니까 원래는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도 하고 훨씬 활발해졌더라고요. 그때는 '성격이 밝아졌구나. 좋다'고 생각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과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딸은 "누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 감시카메라가 붙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내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자고 권했지만 딸은 거부했다. 이후 증상이 심해져 망치로 벽을 부수는 등 소란이 벌어졌고,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한 끝에 입원하게 됐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 씨가 처음부터 딸의 정신질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있나' 싶었고, 마음을 다잡으면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이 달라진 것은 딸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부터였다. 정신질환 역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에는 '저 집에 문제가 있구나' 하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까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문제구나 싶었죠."
그 과정에서 오래전 스쳐 지나간 한 문구도 다시 떠올랐다. 부산에서 길을 지나며 본 대형 전광판에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았다. 지금은 그 문구가 전하려던 의미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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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적절히 치료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시선
진 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목사 가정에 왜 저런 일이 있느냐', '모범적이고 잘돼야 할 집안인데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부모라면 자녀가 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이야기가 돌고 돌아 저한테까지 들려올 때 힘들었어요. '남들이 우리를 이렇게 보고 있구나' 싶었죠."
힘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 진 씨가 가족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교인들도 공감하고 곁을 지켜줬다. "놀랍게도 제가 아픔을 받아들이니까 교인들이 공감해 주셨어요. 가정이나 아이가 아픔을 겪을 때 우리가 잘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게 힘이 많이 됐죠."
아내도 딸의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는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찾아보고 관련 서적도 수십 권 읽었다. 상담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상담을 돕기도 했다. "딸이 '엄마, 이제 나 좀 그만 파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가족은 그 과정을 거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이런 경험을 해 보라고 할 수는 없죠. 다만 저는 이 일을 겪으면서 부모의 기대를 내려놓고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배우게 됐어요."
생각의 변화는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처음에는 아내만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하는 강의를 들으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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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나도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같이 강의를 듣고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내 가족의 일이 되면 달라진다
진 씨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느낀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생기면 치료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정작 그 일이 자신의 가족에게 닥치면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관리하면 된다는 인식은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의 일일 때는 '도움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내 아이, 우리 가족의 일이 되면 '큰일 났다'고 생각하죠. '정신 차려라', '네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기도 하고요."
그는 딸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 데에는 부모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인이 태생적인 것이든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든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그래도 부모가 준 영향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데 대해 부모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요."
진 씨는 정신질환을 둘러싼 편견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과 체면을 의식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만큼,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자신부터 그런 시선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부터라도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가 인터뷰에 응한 진짜 이유입니다."
는 것 같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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