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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 감식가 오세창은 전형필이 구입한 이 작품에 대해 1934년 ‘단원 인물화의 걸작으로 근래 보기 드문 가품(뛰어난 작품)’이라고 적었다.오세창이 ‘낭원투도’의 작가명과 작품명을 쓴 오동나무 상자 겉면(가운데)과 작품을 평가한 글이 적힌 내부. 간송미술관 제공
오동나무 상자가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 옆에 나란히 걸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최근 개막한 특별전 ‘상서(箱書), 컬렉션을 읽다’의 주인공은 흥미롭게도 이 오동나무 상자다. 간송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컬렉션을 보관하던 오동나무 상자와 그 위에 남겨진 글씨를 뜻하는 ‘상서’를 처음 대규모로 공개했다.
전형필은 1930년대부터 해외로 유출되던 우리 문화유산을 사재를 털어 경매와 거간을 통해 수집하고, 스승 오세창 등의 감식을 거친 뒤 유물에 꼭 맞는 오동나무 상자를 제작해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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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서는 입수에서 감식, 보존과 전승으로 이어지는 간송컬렉션 수장 체계의 마지막 단계였다.
상서가 본격적으로 기록된 것은 전형필이 1934년 성북동에 북단장을 조성하고 종로 본가의 소장품을 옮기면서부터다. 습기 조절과 방충·방부에 뛰어난 오동나무로 유물마다 맞춤 상자를 만들었다. 상자 하나의 제작비가 당시 20~200원대로 쌀 수십 가마니 값에 달했다.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오동나무 상자는 약 700건이며 이 가운데 상서가 확인된 것은 258건이다. 상서에는 작품명과 재료·기법뿐 아니라 감식가의 평가와 당대 열람자·소장자의 기록 등이 담겼다. 서예가 겸 전각가인 위창 오세창, 서화가인 관재 이도영과 무호 이한복, 그리고 일본인 한학자 나가오 우잔의 글씨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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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감식가들이 작품의 진위와 수준을 공인한 절차였던 것이다.
예컨대 김홍도가 동방삭의 얼굴을 중국식 신선의 기형적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모습으로 묘사한 ‘낭원투도’가 있다. 오세창은 전형필이 1930년에 입수한 이 그림을 북단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식하며 상자 겉면에는 작가와 작품명을 적었고, 상자 안면에는 ‘단원 인물화의 걸작으로 근래 보기 드문 가품(뛰어난 작품)이다. 갑술년(1934) 초경 비 내리는 장가에서 위창이 제하다’라고 적었다. 전시에는 김홍도, 김정희를 비롯해 김수철, 장승업, 조석진, 안중식 등 조선시대부터 일제강。기 최고 서화가의 작품들이 나와 오동나무 상자와 함께 감상하는 기쁨을 준다.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상서는 1920년대 경매회사 경성미술구락부가 설립되며 일본의 컬렉션 문화가 전파된 것”이라며 “그림에 적는 문장인 제발이 감상평 위주인 것과 달리 오동나무 상자에는 미술품 감정의 근거가 되는 내용이 주로 적혔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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