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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낮 볕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늦더위가 이어졌지만 통영 통제영주차장 바로 건너편 중앙로 일대에는 책을 든 사람들이 계속 오갔다. 9~10일 통영에서 열린 '오이스터 북페어' 현장이다.
청명한 하늘에 항구도시 통영 특유의 풍경까지 더해지면서 행사장에는 이틀 내내 산뜻한 활기가 돌았다.
통영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본격적인 민간 북페어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오수영·공가희·김게을·김시은·김종현·두희·성효진·김형석·장샛별·정요한·안지원·안승환·정나영·노유다·이상미·이성웅 등 작가와 출판인들이 통영을 찾았고, 서울·부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온 독자들도 이틀간 행사장을 오갔다.
참가팀과 독자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규모였고, 한 권의 책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가 길어지는 장면도 곳곳에서 보였다. 북페어를 보러 온 사람이 행사장을 둘러본 뒤 통영 골목과 가게로 흩어지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행사 후 많은 참가자가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에 후기를 남겼다.
독서모임에서 출발해 직접 출판까지 이어가고 있는 '호모북피엔스' 팀은 행사를 마친 뒤 "이상하리만큼 뜨거운 태양에 부채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10월, 태양보다 더 뜨거운 환대와 사랑을 통영에서 한껏 받고 돌아왔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넘치던 첫 번째 페어부터 지금까지 여정을 회고하며 그동안 늘어난 사람과 책을 돌이켜봤다"며 "다음이 더 기대되는 팀과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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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독립출판사 '발코니'에게 통영은 약 1년 만의 방문이었다. 지난해 통영에서 독립출판 교실을 운영했던 터라 북페어 현장에서는 익숙한 얼굴도 다시 만났다. 동시에 이번 행사에서 처음 발코니를 알게 된 독자도 적지 않았다.
9~10일 통영에서 열린 오이스터북페어 총괄기획자인 김지혜(오른쪽) 동네책방 너의책임 대표가 행사 운영진과 같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혜
발코니는 북페어가 끝난 뒤 "지역 곳곳에 더 다녀야겠구나 실감했던 이틀이었다"고 했다. 특히 "알고리즘 바깥에 당신과 꼭 맞는 출판사가 있다는 걸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은 아직 북페어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역 북페어는 처음 만나는 독자 앞에 직접 책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드문 자리이기도 하다.
출판사 라이크북도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에 놀랐다고 했다. 라이크북은 "올해 첫 행사라 손님이 많이 올까 노파심이 있었는데, 웬걸 쉬지 않고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원없이 책소개를 하고 왔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신간 <별일 없이 다녀왔습니다>와 새 표지로 단장한 책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라이크북은 "준비해간 책들을 거의 소진하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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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파는 일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기억에 남았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철가방매거진'을 만드는 어푸어푸는 부스에서 방문객에게 각자의 꿈을 종이에 적어달라고 부탁하고, 참여한 이들에게 비눗방울을 건넸다. 그는 "책을 팔러 왔지만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날이었다"며 "누군가의 꿈을 듣고, 처음 만난 사람과 웃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일, 이런 순간들이 좋아 자꾸만 북페어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고향 통영에서 북페어를 맞은 작가 오월에게는 조금 다른 감회가 있었다.
오월은 "무려 고향 통영에서 열린 북페어에 참가하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낭만이 가득했던 이틀이었다"며 "멋진 기획부터 다정한 창작자들과 만남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었다"고 했다.
그는 "2026년의 10월은 금목서 향이 가득했던 통영의 가을, 그리고 주홍빛 노을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했던 오이스터 북페어로 기억하려고 한다"며 벌써 다음 행사를 기약했다.
행사 곳곳에는 첫 북페어를 위해 준비한 작은 장치도 있었다. 김시은 작가는 행사 시작 전 참가자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한 。과 포토존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운영진은 참가자들에게 김밥과 치아바타, 음료 등을 챙겼고 삼문당은 콜드브루를 제공했다. 운향의 향수도 행사장에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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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기획단에서 매대 세팅이며 굿즈 등 준비하신 게 진짜 많아 보였다"며 "다정하고 따뜻한 북페어, 다음에도 기대하겠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통영 동네책방 '너의책임' 김지혜 대표가 총괄기획했다. 물론 혼자 만든 자리가 아니었다. 창작자와 출판사뿐 아니라 통영 여러 공간과 사람들이 준비 과정에 참여했다. 라인도이치 브루어리, 삼문당 커피, 운향, 인아웃, BTY 등이 힘을 보탰고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도 지원했다.
행사를 마친 김지혜 대표에게는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남았다.
김 대표는 "많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만들었고, 이제 막 태어난 행사를 믿고 참여해준 여러분 덕분에 페어를 열고 닫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늦더위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김 대표는 "늦은 무더위에 대응하지 못해 많은 분의 불편함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벌써 다음 행사를 물어오는 모습에서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회 개최를 물어와 주시는 분들 덕분에 크게 웃는 척, 벅차서 울기도 했다"며 "열심히 하고도 채울 수 없는 곳엔 사랑을 많이 쌓아두려고 노력했는데, 사랑과 다정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또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했다.
9~10일 통영에서 열린 오이스터북페어 운영진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혜
9~10일 통영에서 열린 오이스터북페어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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