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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한가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따뜻한 영화 한 편의 감동을 나누는 정겨운 순간을 담았다. /AI 생성 이미지
곧 추석 연휴다. 가족이 함께 모여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며칠 전 재미난 게임을 했다. ‘이상형 월드컵 80년대 한국 가요 월드컵 128강(입문용)’ 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노래 선택 게임이다. 두 곡을 짧게 들으며 의논해서 한 곡씩 선택해서 64강, 또 선택해서 32강, 이렇게 해서 마지막 4강에 어떤 노래가 남는지, 어머니 아버지의 취향이 같다가도 달라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선택해야 할 때도 있었다. 20대 아들은 황치훈의 ‘추억 속의 그대’를 처음 듣는데 완전 지금 스타일이라고 좋아했다. 친척들과도 해보면 취직이나 결혼 언제 하냐는 부담스러운 대화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 볼 영화 몇 편 골라보았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생텍쥐페리는 존경하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그가 비행기 사고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여긴다. 그가 탄생시킨 어린 왕자는 슬픈 날에는 노을을 보는데, 그가 사는 별은 작은 별이라 뒷걸음을 치면 노을을 또 볼 수 있다. 어느 날은 수십 번 노을을 보았노라고 했다. 길들이는 것, 나만의 장미 이야기 등등, 유명한 장면은 알아도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 다녀온 별들과 자기 별 B612로 돌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거리거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 특히 어린 왕자의 포항 버전 ‘애린 왕자’는 더 모를 것이다. 독일의 한 출판사가 세상의 사라지는 다양한 언어로 어린 왕자를 출판했다. 그중 하나가 포항 사투리 버전 ‘애린 왕자’다. 전체 글이 포항 사투리라 가족끼리 한 문단씩 나눠 읽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함께 경주문화관 1918에서 전시 중인 ‘어린 왕자 영상전’을 보면 더 알찬 시간이 된다. 경주문화관1918은 옛 경주역을 전시 공간으로 바꾼 장소다.
모바일 뉴야마토
영화 ‘내 딸을 위하여(Eye for an Eye)’ 포스터.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공
△‘내 딸을 위하여(Eye for an Eye)’ -존 슐레진저 감독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된다. 엄마 카렌은 딸이 죽어갈 때 전화로 그 소리를 들으며 달려가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낙망한다. 범죄로 자녀를 잃은 부모 모임에도 나가 보지만 헛헛한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려고 경찰서를 찾아가고,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범인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다른 여성에게 접근하는 걸 보고 그녀에게 경고를 해주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모든 일에 낙망하고 우울증에 걸려 출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남은 가족들에게 무심해진다. 둘째 딸에게도 접근하는 범인을 보며 복수를 결심하고, 체력 단련을 하고 총 쏘는 법도 익힌다. 영화를 보면 법은 완전하지 않다. 누가 봐도 범인이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게 만든다. 살인자도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은 누가 해결해 주는가. 영화 제목이 ‘내 딸을 위하여’로 번역됐지만 영어 제목은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말이다. 눈에는 눈, 영화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기를.
영화 ‘언포기버블’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언포기버블’-노라 핑스체이트 감독
긴 수감 생활을 거쳐 가석방된 루스 슬레이터(산드라 블록). 사회에 다시 적응하려 하지만 그녀를 쉽게 받아주는 곳은 없다. 루스에게 돌아오는 것은 편견에 찬 차가운 눈초리와 용서받지 못한 과거뿐. 과거를 만회할 길이 있을까? 유일한 희망은, 어린 시절 헤어져야 했던 여동생을 찾는 길뿐이다. 처음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산드라 블록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거친 외모의 꽉 다문 입, 출소 후에도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공장에 취직해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남자 친구, 그와 가까워졌을 때 자신은 경찰을 총으로 쐈던 전과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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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공장에서 폭행을 당하고 더 외톨이가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감옥 가기 전 함께 살았던 여동생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 루스가 살인자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진다. 루스는 목공 기술자다. 집을 고치고 새로운 방도 만든다. 집을 새로 고치는 일은 새로 짓는 것보다 힘들기도 하다. 루스의 삶이 그렇다. 영화는 반전이 있어서 더 재밌다. 산드라 블록이 살인자로 나오는 게 최고의 반전이긴 하다.
영화 ‘디 애프터’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디 애프터’-미산 해리먼 감독
아주 짧은 영화다. 보통 영화라면 이제 제대로 된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을 때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그다음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 주인공은 끔찍한 범죄로 가족을 잃고 삶이 무너진 남자다. 사건이 나기 전 일에 빠져 딸의 공연도 보러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잘나가던 남자 바로 눈앞에서 딸과 아내가 사라진다. 그 후 모든 걸 잃고 공유 차량을 운전하며 지내던 중, 어느 승객으로 인해 자신의 슬픔을 대면하게 된다. 떠난 가족, 그리고 살아남은 남자. 슬픔이 아무리 짓눌러도 남은 자는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삶을 엮어낼지, 멀리서 파이팅을 외친다.
‘행복을 찾아서’ 스틸 컷. /소니 픽처스 제공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
실제 부자 지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가 합을 맞추어 뭉클함을 더하는 실화 바탕 영화다.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 한물간 의료기기를 팔러 다니지만 세금조차 내지 못해 전 재산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아버지 크리스 가드너의 이야기다. 아내마저 떠나고 다섯 살배기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와 함께 지하철 화장실과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는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돈 한 푼 없는 주식회사 무급 인턴 생활을 버텨내며 아들에게 “누구도 너에게 ‘넌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못 하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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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다면 지켜내야 한다”라고 덤덤히 일러주는 장면은 짙은 울림을 준다. 절망의 끝에서도 아이의 손을 결코 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헌신과, 마침내 정직원이 되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모습은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 ‘모범시민’ 포스터. 오버추어 필름스 제공
△‘모범 시민(Law Abiding Citizen)’-F. 게리 그레이 감독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클라이드. 범인들은 곧 잡히지만, 담당 검사 닉은 불법적인 사법 거래로 그들을 풀어주고 만다. 이에 분노한 클라이드는 범인들과 그들을 보호한 정부를 향해 거대한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10년 후, 클라이드 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 잔혹하게 살해되고 그 살인범으로 클라이드가 지목된다. 기다렸다는 듯이 순순히 유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들어가는데 클라이드가 감옥에 수감되자마자, 도시는 그가 경고한 대로 연일 처참한 살인사건과 대형 폭파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다. 당황한 닉은 온갖 사법 수단을 동원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복수 행각을 막을 수가 없다. 클라이드,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범인과 검사가 거래하면 할수록 도시는 위험해진다. 착실하게 살아가던 모범 시민이 도시를 파괴하는 범죄자가 되도록 몰고 가는 사법 체계. 실화는 아니지만 주인공 아버지가 불법에 맞서는 모습이 통쾌하다.
영화 ‘캐리온’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캐리온’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브, 장소는 공항의 검색대 앞이다. 검색 요원들의 뒤,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모습, 승객들의 캐리어를 실어서 비행기로 보내는 장면 같은 실제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장면이 나와서 흥미롭다. 항공기에 위험한 물건을 실으라는 강요를 받은 공항 보안 요원. 이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의문의 여행자보다 한 수 앞서 움직여야 한다. 범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는 협박을 받는다. 이번 추석에 추천하는 영화는 대부분 가족을 위해 달리는 집안의 가장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물론 산드라 블록은 엄마도 아닌 언니다. 하지만 집을 지키는 가장이다. 추석 연휴 동안 아버지 이름을 다정히 불러보면 좋겠다.
/김순희 수필가
‘디 애프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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