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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해안분지)’. 해발 650m 고지에서 북쪽으로 7.9㎞만 올라가면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 철책과 마주하는 곳. 민간인통제선(CCZ) 안쪽, 안보의 최전선에 수목원이 자리 잡았다.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국립DMZ자생식물원이다.
2일 펀치볼에서 열린 DMZ 자생식물원 개원 10주년 기념행사에는 안병기 국립수목원장, 김왕규 양구군수, 김애자 양구교육장 등이 참석해 평화의 메시지와 식물 종자, 연구 기록을 담은 타임캡슐을 봉인했다. 이어진 ‘평화와 자연 콘서트’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상상휠 하모니’가 연주를 선보였다.
10월 2일 강원 양구군 해안면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 열린 개원 10주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에서 참석자들이 타임캡슐 위로 흙을 덮고 있다. 타임캡슐에는 평화의 메시지와 식물 종자, 지난 10년의 연구기록이 담겼다. /국립DMZ자생식물원 제공
안 원장은 “지난 10년이 DMZ와 접경지역의 식물다양성을 조사하고 보전하며 연구 기반을 축적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성과를 산림생태계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 국내외 협력으로 확장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립DMZ자생식물원이 DMZ 생물다양성 보전과 한반도 식물자원 연구의 거.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국립DMZ자생식물원이 다른 지역이 아닌 양구에 와서 안착했다는 것은 양구로서 큰 영광”이라면서 “식물원 아래에 100억원 정도를 투입해 야생화 단지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철책 조사 10년… 처음 드러난 DMZ 식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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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은 6·25전쟁 당시 .령군이 여덟 번이나 바뀔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대암산(1304m)과 도솔산(1148m) 등 고지를 두고 국군·유엔군과 북한군이 뺏고 빼앗기는 사투를 벌였다.
전쟁이 끝난 뒤 집단 정부 이주 정책으로 들어온 이주민 600여 명이 돌과 포탄, 지뢰를 골라내며 황무지를 일궜다. 식물원은 이 땅이 다시 버려져 생긴 계단식 묵밭(휴경지)에서 출발했다. 전쟁 뒤 주인이 돌아오지 못한 미등기 토지가 섞여 있어 소유권을 정리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식물원 측에 따르면 조성 초기에는 지뢰가 남아 있을 위험 때문에 지뢰 제거차가 부지를 여러 차례 다진 뒤에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11년 첫 삽을 뜬 식물원은 2016년 10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신현탁 국립DMZ자생식물원 원장이 지난 10년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국립수목원
지난 10년간 연구진은 육군본부의 허가를 받아 군인들과 함께 철책을 따라 걸으며 접경 지역 산지 150여 곳을 조사했다. 그전까지 조사된 곳은 10곳 남짓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식물표본은 8284。이다. 이를 바탕으로 DMZ·접경 지역 분포 식물 1840종의 데이터베이스(2022년 기준)를 구축했다. 철원·양구·화천 등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식물상 간행물은 올해 모두 완간됐고, 내년에는 이를 집대성한 DMZ 식물도감을 낼 계획이다.
복원 사업도 성과를 냈다. 군사 시설 공사로 훼손된 철책 주변 맨흙 비탈에는 현지에서 채집한 자생식물 54종의 씨앗을 뿌렸고, 3년 만에 비탈이 ‘야생화 벨트’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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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올해 문을 연 ‘북한식물전시원’이다. 백두산떡쑥, 황산차, 두메양귀비 등 남한에서는 보기 힘든 북한 식물 54종을 증식해 일반에 공개했다.
◇ “DMZ는 국제 생태 협력의 본보기”
북한 땅을 밟을 수 없는 식물원은 국제 네트워크로 눈을 돌렸다. 한국·중국·일본·몽골·러시아 등 7개 기관과 동아시아생물다양성보전네트워크(EABCN)를 꾸리고 있으며 해외 식물원에서 이력이 확실한 북한 식물들을 들여 왔다.
식물원은 국내 협력도 넓히고 있다. 2016년 9개 기관으로 출발한 DMZ 생물다양성 보전 네트워크는 2023년 14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효성화학, 육군, 통일부와도 손잡았으며, 3차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DMZ자생식물원은 개원 10주년을 맞아 '생물다양성과 평화, DMZ 너머의 미래'를 주제로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국립수목원
이 같은 성과를 기념해 지난 1~2일 포천 국립수목원과 양구 현지에서 개원 10주년 국제 행사가 열렸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해 DMZ의 가치에 주목했다.
마리아노 카스트로 히메네스 CBD 팀장은 “DMZ는 서로 다른 국가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로 세계 다른 접경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시키아리디 독일 하이브리드 스페이스 랩(Hybrid Space Lab) 교수는 “이곳은 식물을 수집하고 경관을 복원하는 곳을 넘어 엄청난 서사를 지닌 치유의 장소”라며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국제센터나 예술가 레지던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DMZ 너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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