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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U
“13세 아동이 소셜미디어(SNS)에 자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모든 반 친구와 수천 명의 낯선 사람으로부터 평가(‘좋아요’ ‘리트윗’ ‘공유’)를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중략) 이는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깊은 공허감을 안겨준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뉴욕대(NYU)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SNS 사용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이트 교수는 ‘고등학교 진학 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의 주장이 담긴 ‘불안 세대(Anxious Generation)’의 저자로 널리 알려졌다. 2024년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250만 부 넘게 팔린 ‘불안 세대’ 는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SNS 사용 규제 관련 논의를 촉발했고, 2025년 말 호주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아동·청소년 SNS 금지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호주의 아동·청소년 중 상당수가 규제를 우회해 SNS 사용을 계속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더 건강한 어린 시절을 보내도록 돕는 게 목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며 “완벽한 시행이나 준수가 목표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과속한다 해도 속도제한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5년 말, 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청소년 SNS 계정 차단 조치를 도입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호주 정부는 SNS 계정을 개설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최소 연령을 16세로 규정함으로써 글로벌 표준을 수립했다. 이전에도 자녀가 SNS에 빠져 지내는 걸 원하는 부모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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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가 모두 SNS를 사용하는데, 자기 자녀만 소외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의 조치는 부모를 이 같은 ‘집단행동의 덫’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해당 조치 시행 이후에도 호주의 아동·청소년 상당수가 규제를 우회해 SNS 사용을 계속하는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완벽한 시행이나 준수가 목표는 아니다. 더 건강한 어린 시절을 보내도록 돕는 게 목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호주 온라인 안전 기관 e세이프티(eSafety)의 줄리 인먼 그랜트 위원장이 지적했듯이,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과속한다 해도 속도제한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대가 거대 기술 기업의 지배 아래 자라도록 방치하게 될 것이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동·청소년의 시간과 관심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런 규제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는 건가.
“호주의 경우 정책 시행 한 달 후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대다수의 부모는 해당 규제가 자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3%는 자녀와 대면 교류가 늘었다고 했고, 38%는 자녀와 관계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냅챗은 13~15세 호주 사용자 중 40%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천 명의 아이가 성적 협박과 사이버 괴롭힘의 위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SNS가 아동·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뭔가.
“‘불안 세대’에서 나는 (스마트폰과 SNS 활용이 본격화한)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기를 설명하기 위해 ‘대재편(The Great Rewir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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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아이들이 하루 7~9시간 이상을 온라인에서 보내면서 친구, 가족, 지역사회와 대면적·사회적 상호작용은 급격히 줄었다. 그 결과 ‘놀이 중심의 유년기’가 ‘스마트폰 중심의 유년기’로 대체됐다. 이 같은 대재편은 수면 부족, 주의력 산만, 중독,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사회적·심리적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2010~2015년 미국 청소년 사회 활동의 중심이 SNS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정신건강 위기’가 시작됐다. 미국 청소년의 우울증 발병 건수는 201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대 초반 여아의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 건수는 세 배 이상 늘었다.”
대체 SNS의 기능 중 어떤 부분이 그렇게 해로운 것인가.
“한 가지 예로 끊임없는 시각적·사회적 비교를 들 수 있다. 13세 아동이 SNS에 자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모든 반 친구와 수천 명의 낯선 사람으로부터 평가(‘좋아요’ ‘리트윗’ ‘공유’)를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매일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 게시물을 모든 친구의 게시물과 비교하는 모습도 상상해 보라. 이는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깊은 공허감을 안겨준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 텐데.
“나는 ‘불안 세대’에서 한 챕터를 사춘기에 할애했다. 두뇌의 재구성과 정체성 형성에 있어 사춘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발달심리학자에 따르면, 사춘기의 두뇌는 아동기 형태에서 성인 형태로 변화하는데, 아이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이 같은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의 뇌는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와 회로를 강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두엽 피질에서 약 25세까지 계속되긴 하지만, 청소년기의 초기 단계, 특히 사춘기에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며, 이 시기의 변화가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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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추천 알고리즘처럼 중독을 유발하는 기능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가능한 한 많은 관심을 끌도록 설계된 기존 SNS 플랫폼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관심 극대화보다 학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SNS 플랫폼은 더 나은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버몬트주를 기반으로 하는 ‘프런트 포치 포럼(Front Porch Forum)’이 좋은 예다. 이 플랫폼은 의도적으로 대화가 오가는 속도를 늦췄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한 설계는 아니지만,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진실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낯선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인이나 10대 후반 청소년에게 어떤 이.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전면 금지 대신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건 어떨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온라인에서도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SNS는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아직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아동· 청소년이 ‘중독’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플랫폼에서 스스로 사용 시간을 관리하길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을 실패로 몰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은 고등학교 때까지 미루고, SNS 사용은 16세가 될 때까지 미룰 것을 권한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닐 텐데.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 감상 시간이나 과제를 위한 자료 조사의 경우처럼 유익한 스크린 타임(스마트폰·컴퓨터·TV 등 화면을 응시하며 보내는 시간)도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아이들은 언제나 이야기를 통해 성장했다. 문제가 되는 건 숏폼(short-form·짧은 영상)이다. 숏폼이 전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다. 도파민을 분비하게 해 주의를 끌고, 계속 스크롤하게 하며, 하루 중 몇 시간을 빼앗아 가고, 공허함을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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