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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흰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기어가던 사람들을 보았니. 그들 가운데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사람도 보았어?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네 앞을 기어갈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의 빠름과 느림에 따라 사람들은 울고 웃는다지. 일확천금을 벌거나 가산을 탕진한다지. 때로는 사람이 죽고. 말을 잃고. 2020년 1월의 경기도 과천경마장.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뜻을 가진 말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줄여 말하면, 동음이의어. 이런 낱말들을 가지고 말장난하기란 얼마나 즐거운가. 밤에 밤을 구우니까 고소하구나. 배에서 배를 먹으면 배가 부릅니다. 차에서 차를 마시면 어떡하니! 그런 말 중에 말이 있다. 말은 우리를 사람이게 한다. 지구에서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구별 짓게 하는 핵심 능력이 바로 말 아닌가. 깨어나서 잘 때까지, 말은 우리를 감싸는 일상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또 다른 말은 일상과 살짝 떨어져 있다. 돌아보라, 우리 주변 어디에 말이 있는가. 그 말은 마치 ‘백마를 탄 왕자님’처럼 어딘가 있을 테지만, 곁에는 없는 환상처럼 느껴진다. 갈기를 휘날리며 초원을 달리는 그런 말은 영화나 잡지 속에서나 익숙할 뿐이다. 말과 더불어 말을 탄 사람도 어딘가 멀고 , 어딘가 근사해 보인다. 바다이야기 공략법 2019년 11월29일, 문중원이 죽었다. 말을 타던 사람이었다. 가장 빠른 말들이 달리는 경마장에서 15년 말을 탄 베테랑 기수였다. 말에서 떨어진 게 아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첫 죽음이 아니었다. 그가 속했던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후 일곱 번째 죽음이었다. 문중원은 경주마를 관리하고 기수를 감독할 수 있는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5년 넘도록 마구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갓 면허를 취득한 기수도 넙죽넙죽 배정받는 마구간을 왜 배정받지 못했을까. 그가 남긴 유서는 한국마사회의 구조적 갑질과 만연한 부조리를 폭로했다. 마사회 실력자들은 ‘말 잘 타는’ 기수보다 ‘말 잘 듣는’ 기수를 원했다. “이번엔 살살 타라”고 말하면 군말 없이 승부조작에 협조하라는 뜻이었다 . 거부하면 따돌림과 불이익이 뒤따랐다. 기수들은 알아서 기고, 알아서 줄 대고, 술대접에 나서야 했다. 오죽하더라도 살아야 하는 것이 산 자의 책무라지만, 오죽하면 목숨을 끊고 억울함을 글로 남겼을까. 용기를 낸 동료들과 유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한겨울 거리농성을 벌였다. “죽음의 경주를 멈춰라! 바다이야기시즌7 ”며 경기도 과천경마장에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까지 오체투지로 얼어붙은 아스팔트를 기었다. 말 바꾸기로 일관하며 사태 해결을 방관하던 마사회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상조사와 문제 개선에 합의하면서 100여 일 만에 장례가 치러졌다. 수사와 기소로 책임자들이 심판대에 올랐으나 1심은 모두 무죄였다. 2심은 달랐다. 이들의 부정거래와 갑질, 증거인멸이 사실로 인정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되기까지 6년 세월이 걸렸다. 경마장에서 달리는 말을 직접 본 적도 없는데, 경마장 앞에서 오체투지로 기어가던 흰옷 입은 사람들의 행렬을 본 뒤로 내게 과천경마장은 달리는 말이 아니라, 기어가던 사람들이 떠오르는 곳이 되었다. 말 바꾸기의 귀재들이 말과 사람을 호령하던 그곳은 달라졌을까. 사진으로 본 문중원은 작은 사람이었다. 말에게 무겁지 않도록. 어느새 7주기가 다가온다.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 치 ‘백마를 탄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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