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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도이치그라모폰 제공
오는 9월 4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조금 색다른 무대에 선다. 장소는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이때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6’이 한창이다. 미술 작품이 모이는 박람회에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키아프 클래식’이 마련됐고, 여기에 조성진이 초대됐다. 올해 키아프의 주제는 ‘공존(Coexistence)’.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돌아보는 전시에, 조성진의 연주가 ‘공존’하게 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미술 행사에 등장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최근 음악계에서는 미술관과 전시장, 영상과 가상현실(VR)까지 무대화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피아니스트가 유자 왕이다. 지난해 11월 파리 필하모니에서 선보인 몰입형 프로젝트 ‘플레잉 위드 파이어(Playing with Fire)’에서는 피아니스트가 가상 공간으로 들어갔다. 관객은 헤드셋을 쓰고 360도 영상과 공간 음향을 통해 유자 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연주자의 터치와 페달 움직임까지 재현하는 스타인웨이의 자동연주 피아노 ‘스피리오’에서는 미리 기록된 그의 연주가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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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손가락과 현실의 건반이 합을 맞추는 것.
유자 왕의 몰입형 프로젝트 ‘플레잉 위드 파이어’. 가상현실(VR)과 자동연주 피아노 등을 결합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시했다. 파리 필하모니 유튜브 캡처
QR코드를 찍으면 ‘유자 왕’의 몰입형 프로젝트 ‘플레잉 위드 파이어’ 예고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세심한 음악 선정도 돋보였다. 드뷔시, 라벨, 리스트, 바흐, 브람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작품이 ‘불’ 이미지 아래 이어졌다. 화려한 시각 요소가 가상에서 펼쳐지고, 무라노 유리 조명과 유자 왕의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조향사가 곡마다 영감을 받고 만든 향도 더해졌다. 드뷔시 ‘달빛’과 라벨의 ‘물의 유희’를 듣는 동안 관객의 눈, 코, 몸이 동시에 자극받는다. 파리 필하모니는 이를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더욱 앞선 사례도 있다. 201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시 ‘중국: 거울을 통하여(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가 열렸을 때, 개막 공연은 피아니스트 랑랑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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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의 웅장한 그레이트 홀에서, 랑랑은 중국 작곡가들의 작품과 함께 쇼팽, 차이콥스키를 연주했다. 전시와 연주가 하나의 행사에서 만난 셈이다.
세계적 연주자들이 이런 실험에 참여한다는 。은 눈여겨볼 만하다. 유자 왕은 기술이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이고어 레비트 역시 행위예술가 아브라모비치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이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지, 공연장이 사람들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소와 청중 자체가 연주의 일부라는 뜻이다.
조성진의 키아프 무대도 이런 흐름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미술과 음악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는 관객이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듣는지까지 공연의 일부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음악과 미술, 공간을 묶으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19세기 바그너는 음악·문학·연극·무대미술을 아우르는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을 꿈꿨고, 세기말 파리 살롱에서도 회화와 노래, 연극은 한 공간에서 어우러졌다. 지금은 여기에 비디오와 VR 같은 기술까지 가세했다. 클래식은 요즘, 익숙한 콘서트홀 밖에서도 새로운 감상법을 찾아가고 있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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