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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름이나 그 내용들이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10여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서울에 살던 지인들이 주말을 이용해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정 가운데 잠시라도 얼굴을 만나기를 청했다. 기꺼이 하루를 할애해 약속을 하고 지인들이 미리 예약해 두었다는 숙소로 향했다. 저녁 무렵 그들의 숙소를 애써 찾아가서 하루를 함께 묵었던 곳이 바로 저자의 민박이었다. 구례를 거쳐 남원의 실상사 계곡을 지나 햠양의 백무동 계곡 맞은편에 위치한 저자의 민박은 허름한 농가이지만, 주인장 내외의 넉넉한 마음씨와 음식솜씨가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저자도 자리를 함께 하여 밤새 술자리를 가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에는 환경운동을 하다가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민박을 운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진솔한 생활 이야기가 담겨있다. 농촌 생활을 애써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생활과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는 .이 특징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힘들어지는 농사일로 인한 현실에 귀촌을 선택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은 저자에게 ..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농사일의 고단함과 그것으로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조차 없는 농촌의 현실이 실감나게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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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를 짓는 이들이 즐겨 하는 말이, 농작물의 수확이 좋아도 걱정이고 나빠도 걱정이라는 표현이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하락하여 애써 수확한 농산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흉년에는 그 자체로 열악한 결과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 속에는 이런 농촌의 고달픈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사회정의'라는 대의명분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던 저자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이제 며느리와 손주까지 함께 모여 살고 있는 현실의 상황들이 책의 곳곳에서 진솔한 문장으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민박의 손님으로 찾아왔다가 저자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사연을 읽으면서, 그러한 결과로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가 저자의 집에 묵었을 무렵에는 며느리와 손주가 생기기 전이니, 만약 다시 민박을 찾는다면 새로운 가족들과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하였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저자의 가족들은 길고양이들을 거두고, 닭들을 키우고 집에 찾아든 개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책에는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저자 가족들의 일상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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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종양을 잔뜩 지니고 저자를 찾아온 개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정성스럽게 돌보는 모습에서, 이 가족의 넉넉한 품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힘든 농사일에 대해 푸념을 하고 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저자의 일상은 고단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게 느껴졌다. 먹이를 찾아 내려온 멧돼지에게 애써 가꾼 고구마밭이 황폐화되는 모습에 화를 내면서도, 저자는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고 굳게 지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운동가 김석봉의 지리산 산촌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진솔한 산촌생활의 면모를 보여주며 저자의 가족이 모여 일상을 엮어내는 모습은 도시생활에 찌든 독자들에게 한없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묵묵히 저자의 옆을 지키며 일상을 살아내는 가족들의 삶은 분명 이 시대에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조만간 시간을 내서 민박집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당시 저자의 민박에 도착하여 본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문에 걸린 민박의 문패였다. 민박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된 문패에는 정현종 시인의 위와 같은 시 구절이 적혀있었다.
。. 희미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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