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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코넥타 상황은 여러 곳을 통해 들으셨겠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차례상이 차려지고 있는 가운데, '행사를 시작하려면 10분쯤 남았다'는 말에 빨간 조끼를 입은 남성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집었다. "들으셨겠지만"이라는 말이 귀에 걸린다. 들은 적 없다. 잘 모른다. 싸우는 곳은 너무 많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데 그걸 다 알고 살지 못한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었지만, 오래 싸운 사람들의 사연을 모르고 있다는 멋쩍음을 지우기는 어렵다. 성능이 좋지 못한 엠프가 지지직 소리를 내더니 곧 광화문 광장에 그의 목소리를 내보낸다. 추석날(25일) 오전, 광장에는 관광객이 제법 오갔다.
"저희는 천안에 위치한 우창코넥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입니다. 2026년 1월 22일 오후 3시에 회사 변호사로부터 '이 시간부로 회사가 파산했기에 여러분은 모두 정리해도 됐다.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통보받기 전에 사장이랑 경영진들은 이미 짐을 싸서 다 도망간 뒤였고요. 파산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통보를 받은 당일에도 잔업 특근을 준비하고 있었고요. 3개월 전부터 계속 잔업을 하던 회사입니다."
▲ 우창코넥타 조합원들의 차례 우창코텍타 조합원들이 거리 차례를 지내고 있다
ⓒ 희정
우창코넥타 이야기... "깡통 회사를 만들어"
2019년에 모베이스가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창코넥타는 30년간 적자 한 번 낸 적 없던 건실한 중견기업이었다.
"모베이스가 인수하고 1년 만에 정규직으로 있던 직원을 모두 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돌리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래서 2020년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파산 준비에 들어가는데요. 인수한 지 3년 만에 회사 자산과 현금과 특허권까지 모두 모조리 모회사(모베이스 전자)로 이관을 시켰고, 그렇게 빼간 돈만 자그마치 570억 원이 넘습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을 불과 3년 만에 빼 먹고, 깡통 회사를 만들어 파산시켜버립니다."
그의 뒤에 선 빨간 조끼의 사람들은 우창코넥타 직원들. 아까 한 여성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오니, 주변에서 걱정하던 것이 떠오른다. 김민정 우창코넥타 지회장. 지난여름 40일간 단식투쟁을 하다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어지간하면 파산한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이 위로금 투쟁 정도로 끝낸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간 과정이 너무 억울해서 그럴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할 만한 투쟁을 다 했습니다. 땅바닥 기고 밥 굶고 걸어 다니고 별것 다 했는데. 이제 저희도 다른 사람들처럼 하늘 꼭대기로 올라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명절에 고공농성 결심을 듣는다. 이 차례상이 마지막으로 갈 곳은 세종호텔 앞. 336일 동안 고공농성이 이어졌던 곳이다.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이 코로나19를 빌미로 해고된 이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하늘 위로 올랐다. 복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세종호텔 거리 차례상 앞 "자본가들은 돈이 제일 좋구나"라는 말
▲ 세종호텔 거리 차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서 거리 차례를 지내고 있다
ⓒ 희정
차례상이 다 차려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술을 따르고 절을 한다. 거리에서 차례를 지낸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싸우기 위해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올해 초 설에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내년에는 거리에서 보지 맙시다.' 복직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연대해서, 다음 명절은 조합원들이 집에서 보내게 하겠습니다." - 연대자 민들레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한 연대자가 작년에 했던 말을 반복한다. 같은 말을 하지만 같은 마음일까. 잠시 더듬어 보는데, 올해 처음 거리에서 지내는 차례에 함께하는 장광 씨가 마이크를 잡는다. 쿠팡에서 일하다가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아버지다.
"오늘 처음 참석했는데, 갑자기 막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가 무슨 죄를 그렇게 졌길래 집에도 못 가고 이렇게 길바닥에서 차례를 지내나. 우리가 뭐 거창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권리를 찾고,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게 무슨 큰 죄라고, 길에서 이래야 하는 일인지 참 괴롭습니다. 한편으로 어차피 이런 마음을 가졌으니,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모든 노동자가 일한 만큼 편히 지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입니다."
그에 앞서 어머니 박미숙씨가 우창코넥타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역시 자본가들은 돈이 제일 좋구나'라는 것들을 또 한 번 확인합니다. 저희도 쿠팡과 싸우면서 많이 경험했어요. 얘네들은 법을 악용하는 거죠. 책임은 다 피하고, 이익만 가져가고. 결국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쿠팡과 싸우면서 '정말 상식이 통하지 않는구나' 느꼈거든요. 저희는 한국에서 도저히 답을 못 찾아서 지금은 해외로 나가려 해요. 다가오는 일요일에 미국을 가서 쿠팡의 문제를 알리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멀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두 번째 차례상이 차려진 곳은 서울역이다. 분주히 귀성길에 오르는 인파들 사이로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의 농성장이 보인다.
▲ 고 장덕준 씨의 부모님의 차례 쿠팡에서 일하다가 과로사한 장덕준 씨의 부모님이 거리에서 차례를 지내는 데 동참하고 있다.
ⓒ 희정
"내 고향이 전라북도 남원인데, 다녀온 지 한 30년이 넘었는데"
"내 고향이 저기 전라북도 남원인데, 다녀온 지가 한 30년이 넘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명절인 오늘을 살아갑니다. 오늘의 싸움은 명절 한 번이지만, 전장연과 장애 운동의 과제와 싸움은 365일 계속되고 있다는 。 꼭 기억해주시고, 끝까지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영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 공동대표
그의 뒤로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가지 못하는 날이 365일이니, 싸움도 365일 계속된다. 불과 이틀 전에 구치소에서 석방된 박경석 대표도 인사를 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하다가 부과된 벌금 300만 원을 노역으로 치르러 하였으나, 시민들의 후원으로 3일만인 23일에 서울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연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이중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마치 짐승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어요. 이중 처벌을 당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처벌의 무게는 같아야 하는데, 구치소 환경은 휠체어도 타지 못 하게 해 종일 누워 있어야 하고, 신변 처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그들이 제공하는 편의에 의해 굴종하도록 하는, 장애인에게 처참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행태였습니다. 다음에 (구치소에) 들어가는 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 전장연 거리 차례 서울역 농성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거리 차례를 하고 있다
ⓒ 희정
그리고 이 순간, 하늘 위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있다. 택시 노동자 고영기. 택시 월급제 시행을 2028년까지로 미루는 택시발전법 개정에 반대해 인천 통신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181일째인 오늘 택시 노동자들은 인천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거리 차례를 지낸다.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주관하는 명절 거리 차례는 올해로 8년째다.
덧붙이는 글 | 희정. 기록노동자
그에 앞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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