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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네팔 대홍수 발생 후 피해 지역에 차 있던 물이 빠지면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재난의 참상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완전히 기울어진 스쿨버스의 사진이 등장했다. 사진 출처 X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를 휩쓴 빙하 붕괴에 따른 대규모 돌발 홍수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를 맞으면서 물이 빠지고, 침수 현장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네팔 현지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30대 니쿤 씨는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트리슐리 강물이 빠지고 비가 오지 않아 네팔군과 경찰의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 직접 홍수가 덮쳤던 마을의 집 안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간 사태 수습에 집중해 온 네팔 정부는 이번 돌발 홍수가 강대국의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재난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은 지난달 31일 현지 칸티푸르TV에 출연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 2위 미국, 3위 인도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이 네팔 등 기후 취약국에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90도로 쓰러진 통학버스에 토사 가득
니쿤 씨는 홍수 피해가 집중된 북부 라수와 일대에서 홍수에 떠밀려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통학버스를 목격했다. 버스 내부 좌석은 토사로 뒤덮여 있었고,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학생이나 교사가 타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가 난 오전 9시는 등교 시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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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참사 시。은 네팔에서 중국 티베트로 넘어가는 관문인 국경 지역의 비자 발급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니쿤 씨는 “그 시간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하필 사고가 났다.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피해 지역으로 가는 길이 아직 복구되지 않아 실종된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주민들은 애를 태운다. 라수와 출신 키란 네우파네 씨(57)는 본보 통화에서 “친척과 친구 등 고향 사람 가운데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50명이 넘는다”며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이 죽거나 실종돼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전날 구호품을 챙겨 고향으로 향했지만, 도로와 다리가 끊긴 데다 당국이 길목을 통제해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했던 네팔 북부 람체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1일 모습. 구조대는 폭약 등을 동원해 진흙과 토사에 막힌 발전소 터널 내부로 진입했지만 아직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람체=뉴스1
네우파네 씨는 고향 마을의 피해가 지형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 집은 강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고지대라 무사했지만, 강 좌우로 300m 안에 있던 마을들은 전부 쓸려 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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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산을 모두 잃은 이재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된 중상자들은 수도 카트만두의 대형 병원으로 속속 이송됐다. 네우파네 씨도 지인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카트만두의 티칭 병원을 찾았지만 “환자와 사람들이 몰려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쓰나미보다 더 심한 재난이 하루아침에, 산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라고 했다.
● 구조대, 수력발전소 터널 속속 진입
네팔 당국은 홍수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소 6곳의 터널 안에 최소 933명의 노동자가 고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구조대는 굴착기와 폭약을 동원해 터널 진입을 시도하며 구조에 나서고 있다. 93명이 실종된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에선 구조대가 터널 내로 들어가 일부 구간을 기어서 접근했지만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하 발전소까지 약 7m를 남겨둔 지.에서 터널이 잔해로 완전히 막혀 구조를 중단한 상태다.
42명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3A 수력발전소에선 터널 상부를 뚫고 안으로 들어간 구조대가 생존자를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어퍼트리슐리-3B 발전소에서도 122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네팔군과 전력청이 터널 주변을 굴착하며 접근로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인 실종자 9명이 근무한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터널에선 전날 구조대가 터널 안 300m 지。까지 진입해 시신 한 구를 수습했다. 희생자의 국적과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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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의 신속대응팀도 육로로 현장 접근에 나섰지만, 한국인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티베트의 지룽현에서도 생존자 수색은 진흙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 현장 곳곳에 진흙과 돌무더기가 쌓여 있어 일부 구간은 구조대원이 발을 디디면 허리까지 진흙에 빠질 정도다. 이 때문에 생명탐지기 등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구조대는 여러 조로 나뉘어 육안으로 잔해를 살피고 소리를 지르며 수색에 나서고 있다.
생존자 수색 골든타임을 넘어서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난 전문가인 제니퍼 호니 미 델라웨어대 교수는 AP통신에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없이 사흘을 훨씬 넘어서 버틸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하지만 터널이 트럭이 다닐 정도로 넓은 데다 일부 터널엔 산소도 공급되고 있어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인도 터널 붕괴 당시 음식과 물, 산소를 파이프로 공급해 노동자 41명이 17일 만에 구조됐다.
●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 1000명 넘어
홍수에 따른 네팔과 중국의 사망자 수는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1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네팔 측 사망자만 1010명, 실종자는 4599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티베트 내 사망자는 16명, 실종자는 546명이다.
네팔은 유엔 특별기후기금에 긴급 재정 지원도 요청했다. 다만 리처드 셔먼 유엔 특별기금 이사회 위원은 “기후 변화를 초래한 국가들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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