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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바다 위에서 만난 일본의 백록담. 켄가미네(3,026m) 오름길의 하이라이트인 분화구 호수 초가타이케潮見池. 지상의 풍경이라 믿기 어려운 경치를 짧은 당일 산행으로 누릴 수 있다. 김진옥 독자가 경치에 환호하며 바위 위에 섰다. 일본 북알프스의 산장에서 일하는 일본 산악인이 월간山 사무실을 찾아온 적 있다. 그는 흥분한 얼굴로 "한국 사람들 북알프스 올 때 주의해 달라는 기사를 써 달라"고 했다. 북알프스에서 한국인 사망 사고가 해마다 일어나는데, 대부분 준비 부족으로 인한 인재라는 것이다. 북알프스를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도로 여기고, 등산로가 한국 국립공원처럼 잘 닦여 있으리라 오해한다고 했다. 경험과 장비, 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산행을 고집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도 한국인 사고가 있었다. 최고봉 정상에 서는 것도 좋고 주능선 완주도 좋다. 하지만 압도적 스케일의 아름다움 뒤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북알프스의 바위 능선은 몇 백 미터 벼랑 곁을 지나는 위태로운 길과 쇠사슬에 몸을 맡겨야 하는 곳이 많고, 날씨는 한나절 사이에도 한겨울로 돌변한다. 본지는 일본 전문 여행사 브라이트스푼과 함께 국내 당일산행 채비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북알프스의 명소들을 골라, 10월 4~7일 3박4일 여정을 꾸렸다. 애초 20명 안팎으로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31명이 함께했다. 해발 3,000m대 산을 안전하게 오르고, 북알프스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 주는 자리를 골라 걷는 길이었다. 기자도 이 여정에 동행했다. 첫날은 열세 개의 폭포가 이어지는 우스에48폭포 계곡을 걸으며 몸을 풀었다. 둘째 날은 '신의 골짜기' 가미코지에서 호타카 연봉을 올려다보며 아즈사강을 따라 걸었다. 셋째 날은 버스로 해발 2,702m까지 오른 뒤, 한 시간 남짓 걸어 노리쿠라다케 최고봉 켄가미네(3,026m) 정상에 섰다. 일본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3,000m대 봉우리지만, 그 정상에서 바라본 북알프스의 장대함은 어느 험봉 못지않았다. 마지막 날은 높이 64m의 히라유대폭포를 보고 여정을 마무리했다. 무리한 체력을 요구하지도,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국내 당일산행 장비만으로 가능한 여정이었다. 평소 등산을 하지 않던 이들도, 출발 전날 야근하고 피로가 쌓인 사람도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휴식이 되는 풍경을 담았다. 그 나흘의 기록을 지면에 옮긴다. 우스에48폭포 입구의 매。. 식당과 화장실, 기념품 가게를 겸하고 있다. 우스에48폭포 부처의 목소리로 남은 폭포 '우스에48폭포'는 폭포 코스 요리다. 호텔 코스 요리마냥 명작 같은 폭포를 연이어 볼 수 있다. 이름은 48폭포지만 실제 폭포는 13개다. 일본에서 48은 '아주 많다'는 뜻으로 쓰인다. 다키가미산에서 흘러나온 1km의 짧은 골짜기에서 폭포가 연달아 이어진다. 물고기가 거슬러 오르다 더 이상 오를 수 없어 되돌아간다는 우오가에리魚返, 아침 안개를 닮은 아사기리朝霧처럼 이름마다 옛사람들이 물을 바라본 눈길이 담겨 있다. 폭포가 이렇게 촘촘히 이어지는 것은 화산석의 무른 부분이 물에 깎여 나가면서 계단 같은 낙차가 생긴 덕분이다. 중간쯤의 조단上段폭포 옆에는 부동명왕不動明王을 모신 작은 사당이 있다. 일본에서 폭포는 오래도록 수행의 자리였다. 슈겐도修験道 수행자들은 폭포수를 맞으며 몸과 마음을 씻었고, 그 곁에는 으레 분노한 얼굴로 번뇌를 끊는다는 부동명왕을 모셨다. 짙은 숲이 1km 내내 이어져 산림욕과 폭포 구경을 겸할 수 있다. 옅은 비가 내렸지만 덕분에 더 힘 있는 폭포를 볼 수 있었다. 계수나무와 너도밤나무 고목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달고나를 졸일 때 나는 달짝지근한 계수나무 잎 향기가 진동해 발걸음이 설렌다. 골짜기는 작고 아담했으나, 이끼와 울창한 숲이 잘 어우러져 정교한 일본식 정원 같았다. 계곡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는 다리가 연이어 나오고, 돌계단이 줄을 이었다. 비탈진 돌길은 의외로 힘들지 않았다. 오를 때마다 새로운 폭포가 나타나, 흥미로운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기요노키梵音(범음)폭포 앞에서 일행이 걸음을 멈췄다. '범음'은 부처의 목소리라는 뜻. 바위틈을 빠져나온 물이 둥근 소沼에 떨어지며 낮고 고른 소리를 냈다. 이름을 알고 들으니 물소리가 불경처럼 들렸다. 부처의 목소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수련했을까. 옛사람들은 폭포를 눈으로만 보지 않고 귀로도 들었던 모양이다. 술병 주둥이처럼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쏟아지는 조시구치폭포. 조금 더 오르자 이 골짜기의 주인 격인 오타키王滝가 나타났다. 높이 20m 남짓, 13개 폭포 중 가장 크다. 비에 불어난 물이 한 줄기로 곧게 떨어지며 흰 물보라를 피워 올렸다 온라인 릴게임 사이트 .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앞서 지나온 작은 폭포들이 모두 이 폭포를 향해 줄지어 선 신하 같았다. '왕'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눈과 귀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를수록 숨은 가빠오지만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술병 주둥이처럼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쏟아지는 조시구치銚子口폭포, 말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흙받이를 닮았다는 아오리障泥폭포. 바위를 타고 넓게 퍼져 흐르는 물이 볕에 널어 둔 무명천 같다는 누노사라시布晒폭포가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루리瑠璃폭포는 이름 그대로 물웅덩이가 푸른 유리빛을 띠었다. 비 오는 날이라 빛은 흐렸지만, 바위 이끼의 초록이 미모를 더 돋보이게 했다. 하얀 천을 넓게 펼쳐 놓은 것 같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하는 누노사라시布晒폭포. 마지막 폭포 가미히라上平를 지나면 짧은 계곡 산행이 끝나고 작은 잔디밭이 나온다. 여기서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는 오를 때 놓쳤던 것들이 보였다. 돌계단 틈에 자리 잡은 작은 고사리들, 나무다리 난간에 낀 푸른 이끼, 빗방울을 매단 채 고개를 숙인 들풀. 젖은 숲의 냄새 사이로 계수나무의 단내가 다시 스쳤다. 10월 중순부터는 골짜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든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10월 초는 그 사이, 초록이 짙고 잎끝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니었다. 하지만 열세 개의 폭포를 하나씩 세며 걷는 동안 몸은 산의 걸음을 되찾고 있었다. 북알프스로 들어가기 전, 산이 먼저 건네는 인사 같은 하루였다. info *우스에48폭포宇津江四十八滝는 기후현 다카야마시 북쪽의 다키가미산滝上山 자락에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13개 폭포를 모두 둘러본 뒤 마지막 폭포인 가미히라폭포上平滝. 상부 잔디밭 쉼터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되짚어 내려오는 코스다. 왕복 거리는 약 2.4km이며, 사진 촬영과 휴식을 포함해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출발 지. 주차장의 해발고도는 약 760m, 종。인 가미히라폭포 상부는 약 980m다. 왕복하는 동안 표고차 220m 정도를 높여야 한다. 돌계단과 나무다리가 잘 정비되어 있어 위험하지 않다. *화장실은 계곡 입구 주차장과 캠핑장 구역에 완비되어 있으며, 산책로 안쪽에는 없으므로 출발 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입구 주차장 주변에는 향토 식당과 특산물 매., 천연 온천 시설(시부키노유)이 있다. 신비로운 빛깔로 가미코지의 첫 페이지를 여는 다이쇼 연못. 1915년 활화산 폭발로 쏟아진 흙이 강을 막아 생긴 호수다. 가미코지 트레킹 신이 내려온 골짜기, 아즈사강을 따라 가미코지는 해발 1,500m, 호타카 연봉 아래 깃든 골짜기다. 지금은 '上高地'라고 쓰지만 옛사람들은 '神垣内' 또는 '神降地'라 적었다. 호타카의 신이 내려와 머문 땅이라는 뜻이다. 트레킹은 다이쇼이케大正池(다이쇼 연못)에서 시작했다. 1915년 6월, 활화산 야케다케가 폭발하며 쏟아낸 토사가 아즈사강을 막아 이 연못이 생겼다. 당시 연호를 따 '다이쇼 연못'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취색과 황토색, 검은색이 뒤섞인 수면은 북알프스 입구에서 건네는 묘한 환영 인사 같았다. 평일인데도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줄지어 걸었다. 고요는 사치였다. 그래도 능선은 힘이 넘치고 숲은 넉넉해서 불평할 틈이 없었다. 사람들이 유독 몰려 있는 곳엔 어김없이 원숭이가 있었다. 먹이 주기를 엄격히 금지한 덕에 사람과 원숭이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로 못 본 척, 그러나 힐끔힐끔. 길은 아즈사강을 따라 이어졌다. 만년설 녹은 물이 투명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흘렀다. 설악산 수렴동계곡을 닮았지만, 품이 더 크고 물살이 더 거셌다. 한 시간쯤 숲길을 걷자 가미코지의 상징, 현수교 갓파바시에 닿았다. 묘진이케에서 도쿠사와로 이어진 숲길. 일본잎갈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가 우람하게 솟았다. 다리 위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틈에 끼어 서자 까닭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오쿠호타카다케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호타카 연봉의 주봉 오쿠호타카다케奥穂高岳(3,190m)는 북알프스 최고봉이다. 후지산(3,776m)과 기타다케(3,193m)에 이어, 남알프스 아이노다케(3,190m)와 함께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다. 나가노현과 기후현 경계에 걸친 중부산악국립공원의 맹주로, 험준한 암릉과 압도적인 고산 경관 덕에 일본 100명산에 이름을 올렸다. 그 곁으로 기타호타카다케北穂高岳(3,106m), 가라사와다케涸沢岳(3,110m), 마에호타카다케前穂高岳(3,090m), 니시호타카다케西穂高岳(2,909m)가 장대하게 이어진다 온라인배경 . 북알프스 최고봉을 야리가타케槍ヶ岳(3,180m)로 아는 한국인이 많다. 오해할 만도 하다. 하늘을 찌르는 야리가타케의 첨봉이 훨씬 카리스마 넘치니까. '일본의 마터호른'이라 불릴 만큼 균형미가 빼어나고, 높이도 고작 10m 차이라 더 인기 있는 산행지로 꼽힌다. 해발 1,500m에서 3,000m 넘는 암봉을 올려다보았다. 1,500m의 고도차가 빚어낸 압도적인 산세는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발아래로는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옥빛 강물이 흘렀다. 아즈사강의 발원지가 바로 북알프스의 상징, 창槍처럼 솟은 야리가타케다. 데크길의 일본 원숭이 어미와 새끼. 갓파바시河童橋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갓파'는 물가에 산다는 일본의 요괴다. 갓파가 살 법한 깊은 소沼가 있어서라는 설도 있고, 다리가 놓이기 전 옷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던 사람들 모습이 갓파 같아서라는 설도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927년 소설 <갓파>에서, 주인공이 이곳 가미코지에서 호타카로 오르다 갓파의 나라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썼다. 갓파바시 근처에는 버스 터미널이 있어 관광객으로 붐볐다. 그런데 10분쯤 걸었을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가문비나무와 물참나무, 일본잎갈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가 사람의 체취를 지우려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능선에 오르지 않는 산행은 오랜만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구수한 흙길. 이따금 시야가 트일 때마다 능선을 렌즈에 담았지만, 길의 9할은 숲이었다. 도쿠사와로 이어진 산길에서 본 묘진다케(2,931m). 압도적인 산의 원경과 풍성한 숲의 싱그러움을 동시에 즐기며 걷는다. 발바닥이 슬슬 달아오르고 화장실 생각이 날 즈음, 묘진이케明神池가 나타났다. 묘진이케는 가미코지에서 신성한 연못으로 꼽히는 명소로, 호타카 신사 오쿠미야穂高神社 奥宮 경내에 있다. 그래서 연못을 둘러보려면 신사 입구에서 참배료 500엔을 내야 한다. 이곳은 산과 바다의 신 '호타카미노미코토穂高見命'를 모신다. 북알프스 전체를 거느리는 대장 격 수호신이라, 예부터 산악신앙의 중심지였다. 이치노이케와 니노이케 두 연못이 표주박 모양으로 이어져 있어 '거울 연못', '신의 연못'이라고도 불린다. 맑은 물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상류로 오를수록 게쇼야나기(화장버들)가 눈에 띄었다. 어린 가지가 붉고, 겨울이면 하얀 분을 바른 듯해서 '화장한 버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가미코지와 홋카이도 일부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다. 강가에는 느릅나무와 가래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아래 빈자리는 조릿대가 빼곡히 메웠다. 일본잎갈나무 잎끝이 아직 초록이라 아쉬웠지만, 큰 산의 숲이 풍기는 넉넉한 향기만으로 충분했다. 아즈사강을 따라 걷는 계곡 트레킹이며, 습지와 호수를 거치는 산길이다. 작은 습지들도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 상류로 갈수록 잔잔한 오르내림이 이어졌다. 다음 산장 도쿠사와徳沢까지는 3.4km,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도쿠사와의 너른 잔디밭 캠핑장에 닿자 '오길 잘했다' 싶었다. 노랗고 빨갛고 파란 텐트들 사이에서 하룻밤 묵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곳에는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빙벽>의 무대가 된 산장 도쿠사와엔이 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겨울 마에호타카다케 동벽을 오르던 중 선등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는다. 날카로운 바위 모서리에 로프가 끊어진 것인데, 산악계와 로프 제조사는 오히려 확보자였던 주인공을 의심한다. 살아남으려고 자일을 칼로 끊은 것 아니냐고.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과 산악계의 카르텔, 그 위선에 환멸을 느낀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겨울 호타카의 거대한 빙벽 앞에 선다. 눈보라를 맞으며 단독등반에 나선 그는 끝내 산이 된다. 이노우에 야스시 소설 '빙벽'의 주무대였던 도쿠사와엔 산장. 1층 미치쿠사 식당에선 커피와 음식,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산장에는 지금도 <빙벽> 초판본과 작가의 친필 원고가 남아 있다. 도쿠사와엔 벤치에 앉아 오후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셨다. 마치 <빙벽>의 주인공 우오즈라도 된 듯. 짙은 숲 어디선가 야시로 미나코가 걸어 나와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만 같았다.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같은 길이었지만, 호타카를 등지고 걷는 숲은 올 때와 사뭇 다른 표정으로 저물어 가고 있었다. 묘진이케에서 갓파바시로 이어진 습지를 지나는 목도. 왼쪽으로 롯퍄쿠산(2,450m)이 울퉁불퉁하게 솟았다. 서서히 가을옷을 갈아입고 있다. info *다이쇼이케에서 걷기를 시작하거나, 버스터미널이 있는 갓파바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손오공게임랜드 . 가미코지가 처음이라면 다이쇼이케부터 걷는 것이 좋다. *다이쇼이케에서 출발해, 갓파바시~묘진이케~도쿠사와 경로로 갔다가 갓파바시로 돌아오는 코스는 거리 21km이며 5시간 정도 걸린다. 대부분의 대절버스와 관광버스는 갓파바시에서 손님을 태워 숙소나 시내로 돌아간다. *출발지인 다이쇼이케의 해발고도가 1,540m, 도쿠사와의 해발고도가 1,620m이다. 11km를 걷는 동안 고도 80여 m를 높이는 트레킹이므로 대체로 완만하다. *아즈사강을 따라 상류로 걷는다. 다이쇼이케에서 묘진이케까지 강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이 나있으나, 어느 길로 가더라도 길찾기 어렵지 않다. *화장실은 다이쇼이케와 갓파바시, 묘진이케, 도쿠사와에 있다. 환경보전협력금 100엔을 내는 곳도 있다. *갓파바시에는 산장과 식당이 여럿 있어, 식사와 기념품 구입에 알맞다. 묘진이케와 도쿠사와의 산장에서도 식사 가능하다. *임도를 따르는 숲길이고 완만해 옅은 비가 오는 날도 트레킹 가능하다. 해발 2,820m까지는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이후부터 가파른 산길이다. 지구력만 있다면 초보자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노리쿠라다케 켄가미네 해발 3,026m, 구름 위의 능선에 서다. 버스로 2,702m까지 히라유온천의 아침은 빗소리로 시작됐다. 창밖으로 젖은 산자락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노리쿠라다케 정상에 오르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을 먹는 일행의 표정이 。。 어두워졌다. 노리쿠라다케는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다. 최고봉 켄가미네(3,026m)를 중심으로 23개의 봉우리와 7개의 호수, 8개의 고원이 모여 이룬 거대한 산이다. 산의 생김새가 말 등에 얹은 안장을 닮았다고 해서 '노리쿠라乗鞍'라는 이름을 얻었다. 날을 세운 바위 봉우리가 많은 북알프스에서 이 산은 드물게 둥글고 너그럽다. 한때 정상 부근에 국립천문대의 태양 관측소가 있었을 만큼 하늘이 맑은 곳이기도 하다. 버스 주차장이 있는 다다미다이라(2702m)의 카페 건물과 분지 데크길.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이다. 북알프스의 3,000m급 고봉 가운데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노리쿠라다케다. 해발 2,702m의 다다미다이라까지 도로가 놓여 있어 버스로 닿는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가 굽잇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차창 밖은 온통 회색이었다. 버스는 안개 속을 묵묵히 올라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창이 환해졌다. 버스가 구름의 천장을 뚫고 그 위로 올라선 것이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발아래에는 방금 빠져나온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 있었다. 버스 안의 31명이 동시에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아침 내내 품었던 걱정이 그 한마디에 흩어졌다. 다다미다이라에 내리자 공기부터 달랐다. 차갑고 맑고, 조금은 희박했다. 버스로 단숨에 해발 2,700m까지 올라왔으니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몸이 고도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구름바다 너머로 겹겹의 능선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노리쿠라다케의 보석과 같은 분화구 호수 초가타이케. 정상까지 표고차는 324m, 편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남짓 걸린다. 일본 사람 몇 명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다. 뇌조雷鳥(라이초)였다. 일본에서는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고산에만 서식하는 새다. 옛사람들은 '신의 새'라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몇 달 전 다테야마에서 그토록 찾아다녀도 끝내 보지 못했던 새를 여기서 만났다. 짙은 흑갈색인데 겨울이 되면 흰색으로 빛깔이 바뀐다. 눈잣나무 사이를 비집고 나와 사진 찍으라는 듯 멀뚱히 서 있었다. 일본 산악인들은 뇌조를 만나면 급변하는 날씨에 주의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뇌조라는 이름의 뜻이 천둥 번개가 치고 눈비가 흩날리는 험한 날씨에 모습을 드러내는 새이다. 신비로운 행운의 새로 꼽히는 뇌조. 사진 한 가운데 흐릿한 새 모양의 형체다. 흐리거나 악천후일 때 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어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 민간 신앙 슈겐도에서는 길조로 여겨졌다. 신의 사자라고 하여 귀하게 여겼고, 천둥번개를 다스리는 뇌조를 해치지 않으면 벼락이나 사고를 피할 수 있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겼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 산장이 있다. 산장을 지나며 길이 달라진다. 화산석이 깔린 가파른 돌길이 시작되고, 바람은 고산답게 세고 차다. 걸음을 줄이고 숨을 고르며 한 발씩 올랐다. 깔딱이는 숨을 단순하고 명료한 능선과 끝없는 운해가 다독여 주었다. 이토록 광활한 풍경 앞에서는 거친 호흡마저 달콤하다. 능선의 안부에 올라서자 둥글게 패인 거대한 분화구가 발아래 나타났다 릴게임 아바타 . 곤겐이케였다. 화산이 남긴 그릇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고, 그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천지만큼 크지는 않지만 백록담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거친 화산 사면이 둘러싼 한가운데를 가장 연하고 맑은 물이 채우고 있었다. 구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늘의 호수였다. 일행 여럿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말없이 그 앞에 서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노리쿠라다케 주능선. 해발고도 300m만 오르면 정상에 설 수 있는 일본에서 가장 쉬운 3,000m대 산이다. 넉넉하게 2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마침내 켄가미네, 해발 3,026m. 사방이 탁 트였다. 발아래로는 아침의 그 비구름이 하얗게 흘렀고, 그 위로 북알프스의 뾰족한 봉우리들이 섬처럼 솟아 있었다. 정상에는 작은 목조 사당이 바람을 견디며 서 있었다. 노리쿠라 혼구의 정상 본사다. 840여 년 전 한 무장의 가신이 이곳까지 올라 금빛 상을 모시고 전쟁의 승리를 빌었고, 에도 시대에는 떠돌이 수행승 엔쿠가 올라와 기도했다고 한다. 산을 신으로 섬기던 사람들의 마음이 3,026m 꼭대기에 아직 머물러 있었다. 히라유의 빗속에서 시작한 하루가 이런 풍경으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구름 아래에서는 비가 내렸고, 구름 위에서는 하늘이 맑았다. 뇌조가 가져다준 행운일까, 산은 같은 날 두 개의 세상을 보여 주었다. info *해발 2,702m의 다다미다이라 버스정류장에서 켄가미네 정상(3,026m)까지 고도 300여 m를 높이는 산행이다. *외길에 가까운 코스이며,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왕복 코스이다. *왕복 6km이며 3시간 정도 걸린다.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2km를 오르면 임도가 끝나고 산장이 나온다. 화장실이 있다. *산장에서 정상까지 1km 급경사 돌계단이다. 위험한 구간은 없으며 초보자도 지구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산행 시작부터 끝까지 시야가 트인 곳이라, 바람과 햇살이 강하다. 방풍재킷과 보온옷, 장갑, 버프, 모자, 썬크림 등을 준비해야 한다. *전체 6km 중 돌계단 길은 2km뿐이므로 로우컷 트레킹화를 신고도 오를 수 있다. 다만 미들컷 이상의 창이 두꺼운 등산화를 신으면 발의 피로가 한결 줄어든다. *해발 2,700m까지 버스로 빠르게 고도를 높이면, 처음엔 어지럽거나 메스꺼운 고소 증세가 올 수 있다.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다면 멈춰서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다시 출발한다. 평소보다 느리게 걷고 따뜻한 물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구름 위에서 만난 사람들 밴드 '산처럼' 회원인 박영규, 윤은희, 김진옥 , 김경남, 김시인 독자(왼쪽부터). "산보다 사람이 좋아서요" 박영규 윤은희 김진옥 김경남 김시인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묻자 다섯 명이 동시에 외쳤다. "바로 지금!" 해발 3,026m 정상에서 받은 질문이니 당연한 대답이다. 회원 450명의 밴드 산악회 '산처럼'의 대표 선수들이다. 수도권 5060 등산인이 주축인데 경남지역 회원도 많다. 서울 회원이 남쪽 산에 가면 경남 회원이 길을 안내하고, 경남 회원이 올라오면 서울 회원이 안내한다. 학연도 지연도 없이 산 하나로 모인 사이라 술은 밥 먹을 때 한두 잔이 전부다. 괜한 오해로 산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다. "산이 전부가 아니에요. 사람도 좋고 산도 좋은 거죠." 원래 8월에 북알프스에 오려다 계획이 틀어졌는데, 그 덕에 월간산 여행을 만났다. 틀어진 계획이 오히려 복이 됐다. 박우근 독자. "비결이오? 그냥 이렇게 다니는 거죠" 박우근(81) 10대 때 처음 산에 올랐다. 올해로 등산 경력 64년째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고, 매일 1만5,000보를 걷는다. 건강 비결을 물으면 대답은 늘 같다. "열심히 걷는 거죠. 별거 없어요." 월간산 지면에서 여행 소식을 보고 신청했더니 '인원이 다 찼다'며 대기하라는 답이 왔다. 북알프스의 숙소가 한정되어 있어서다. 결국 운 좋게 동행하게 되었고, 비슷한 연배의 김화곤씨가 나타나, 룸메이트로 짝을 이루게 되었다. 그는 이번이 첫 북알프스 여행이며, 가미코지 숲길에 반했다고 한다. "물 흐르는 숲길을 걷는데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더라고요." 64년 산 인생의 다음 목표는 정해졌다. 서울 미아동 집에 있는 아내에게 남긴 한마디. "여보, 다음엔 같이 옵시다." 김화곤 독자. "아침에 더 일찍 출발합시다" 김화곤(78) "카메라를 어디 뒀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가이드가 수소문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액땜한 셈 치죠, 다시 사면 되고."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와 랑탕을 걸어본 사람에게 물건 하나를 잃은 건 마음 아파할 일이 아니다 모바일 10원 야마토게임 . 여행 소감을 묻자 뜻밖의 불만이 나왔다. "코스는 아주 좋은데, 아침 출발을 더 일찍 했으면 좋겠어요." 일흔여덟 청년의 체력 비결은 36년 된 '오륜산악회'다. 올림픽아파트 주민들로 시작된 송파구 산악회인데, 분당으로 이사간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빠짐없이 산행에 참가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가미코지이다. 한국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어 함께 오지 못한 아내에게는 미안함부터 전했다. "나 혼자 즐겁게 놀아서 미안해요. 약속 잘 마치고, 건강하게 지내요." 한진우 독자. "항암 주사 맞던 날에도 의상능선은 탔죠" 한진우(59) 작년 이맘때 그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12월 말까지 항암 치료가 이어졌다. 보통은 집에서 몸을 추스를 시기지만 그는 산으로 갔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험하다는 북한산 의상능선을 탔다. 지금은 추적 관찰 중이고, 경과는 "상당히 좋다"고 한다. 다리에 예전 힘이 돌아왔다 싶던 차에 월간산의 북알프스 여행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월간산이 한다니까 믿고 바로 신청했죠." 켄가미네 정상에 서서는 한참 말이 없었다. "산세가 높아서 한국 산과는 맛이 다르네요." 집에는 이제 다 커서 아빠 따라 산에 안 가는 딸이 있다. 이번 사진은 아내와 딸에게 보여 줄 자랑이자, 딸을 산으로 꼬드길 설득 자료다. 64m 높이의 히라유대폭포 앞에 선 배상원 독자. "숲은 10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배상원 여행 내내 나무를 유심히 보던 그는 산림박사였다. 광릉 산림생산기술연구소에서 17년간 연구원으로 일했고, 퇴임 4년 전 서울 홍릉의 국립산림과학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대전에 있는 한국산림기술인교육원 원장이다. 전공은 조림,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다. 일본의 숲처럼 큰 나무를 키우는 비결을 물었다. 대답은 기술이 아니었다. "인내와 시간입니다." 벼농사는 한 해면 거두지만 숲은 짧아도 30~ 50년, 제대로 된 큰 나무는 100년 가까이 걸린다. 그래서 끈기와 꾸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 심어놓고 그냥 두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손을 놓아도 숲은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숲은 생기지 않아요." 사람에게 필요한 나무를 제때 얻으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가미코지는 이번이 네 번째다. 한여름에도 왔고, 비가 쏟아지던 날에도 왔다. 계절마다 경치도 느낌도 완전히 달라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시 온다. 걸을 때 나무만 보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산줄기를 보고, 전체 경관을 보고, 고산 지대의 식생을 본다. 한국과 다른 풍경 속에서 높이 오를수록 배우는 게 많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였다. "나무나 숲만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좋은 거죠." 여행 중에 떠오른 얼굴들이 있는지 물었다. 함께 산을 다니다 몸이 아파 더 이상 오지 못하는 산 친구들이다. "몸 빨리 회복해서, 다시 같이 산에 갑시다." 윤현기 가이드. 브라이트스푼 윤현기 가이드 일본 여행 일을 한 지 올해로 12년째다. 일본어를 전공하지는 않았다. 재일교포 친구가 "너는 일본어를 못한다"고 놀린 것에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공부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브라이트스푼 단골손님이 많은 까닭을 묻자, 일반 여행사와 다른 스케줄 때문이라고 한다. 일정 중에 면세。을 들르지 않고, 싸기만 한 단체 식당도 가지 않는다.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로 몰아치던 일정도 버렸다. 대신 여유로운 일정 속에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즐기게 하고, 관광지를 빠르게 훑기보다 자연 속을 걸으며 쉬는 데 초。을 맞춘다. 요즘은 미술관을 일정에 넣기도 한다. 손님 대부분이 중장년 여성인 것도 손님이 편안하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회사의 방향 덕분이라고 한다. 흔한 코스를 따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처음에 일본 지자체들과 자매결연을 맺으며 시작한 회사여서, 코스를 찾는 데 지자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지 지인들이 추천하는 숲길을 직접 연구해 코스를 다듬기도 한다. 기준은 단순하다. 하루 두 시간쯤 걸을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그러면서도 더 걷고 싶은 사람은 따로 더 오를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할 여지를 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본 명소를 물었다. 하나는 홋카이도 최북단의 리시리·레분섬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 오로지 걷기만 하는 여행인데, 탁 트인 바다와 길가에 핀 야생화가 일품이다. 다른 하나는 오제국립공원이다. "일본의 어떤 코스를 뒤져도 오제만큼 난이도 조절하기 쉽고,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걸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미혼인 그에게 짓궂게 미래의 아내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한국인이든 일본 사람이든 상관없어요. 마음만 맞으면 됩니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날이었다.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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