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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은 타성과 습관을 혐오한다. 시는 사랑의 한 종류다.”
2005년 서른아홉 살 생일, 시인 크리스천 와이먼에게 희소 혈액암이 찾아왔다. 미국 시단을 대표하는 ‘포에트리’ 편집장으로서 문학적 명성의 정。에 서 있던 때였다. 시한부 선고의 그늘이 짙게 가라앉은 병상에서 그는 오래 전 닫아둔 신앙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산문집 ‘나의 찬란한 심연’(비아)은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된 지 13년 만에 한국 독자를 만났다.
그의 신앙은 잘 정돈된 교리나 매끄러운 확신이 아니었다. 골수이식이라는 극심한 고통과 절망 한가운데서 깨어지고 부서진 현실의 언어였다. 저자는 자신이 하나님을 다시 부르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마주한 절망, 글을 더는 쓸 수 없었던 시간, 사랑에 빠졌던 순간, 불치병을 선고받은 날, 그리고 그 모든 과정 가운데 끝내 ‘하나님’이라고 부르게 된 존재 앞에서 마음이 산산이 무너지게 된 이야기였다.” 그에게 신을 만난다는 것은 관념적 지식을 얻는 일이 아니라 교만했던 자아가 산산조각 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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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과 일상에서 조각조각 떠오른 단상과 긴 호흡의 글이 뒤섞여 아포리즘(격언) 모음이 됐다. 저자는 디트리히 본회퍼, 폴 틸리히 같은 신학자와 조지 허버트 같은 시인의 사유를 길잡이 삼아 고통 때문에 신앙에 생긴 균열과 의심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하나님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화학요법 치료를 받으며 온몸을 찢는 통증 한복판에서 그의 신앙은 체화된다. 뼈마디를 파고드는 고통으로 자아의 허영과 그럴듯한 수식어가 말끔히 비워진다. 그 텅 빈 자리에 하나님을 부르는 언어가 터져 나온다. 저자는 이성으로만 신을 이해하려는 지성인의 오만을 꼬집는다. 복잡한 철학과 정교한 논리로 하나님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가두려 한다는 것. 오히려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진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고 고백한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추구하고 응답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 곧 자신의 존재, 삶 속 재료, 그리고 ‘존재 자체’가 맞물리는 교차。이다⋯ 자기 영혼에 깨어 있는 예술가에게는, 이 의식의 위기야말로 귀 기울여야 할 단 하나의 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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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기에 신이라는 이름 외에 붙일 이름을 알지 못한다.”
와이먼은 정연한 신학자 해설보다 고난 속에서 더듬거리며 토해낸 시가 하나님과 더 가깝다고 확신한다. 삶의 고통과 오묘한 힘 앞에 스스로를 내맡길 때, 시가 태어나고 진짜 신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신앙의 핵심을 경이로움과 순수함에서 찾는다. “신앙인에게 순수함은 지성의 진리가 터져나오는 유일한 조건으로 남는다. 경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전제 조건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힘은 어린아이처럼 신비를 받아들이는 순수함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희소암과 싸우면서도 사유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도 정기적인 치료를 받으며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시와 신앙’ ‘우연한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출간 10여년 만에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배경에는 기존 기독교 언어가 충분히 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이 쌓여 있는 시대적 현실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오늘날의 종교 언어와 형식에 실망한, 그러나 사려 깊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신이라는 존재의 무게를 여전히 느끼는 이들과 대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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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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