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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가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대학의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로 들어오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중국 국적의 유학생이다. 대학가 인근 원룸촌과 상권은 이미 이들의 생활권으로 자리 잡았고, 중국인들의 거주와 왕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해졌다.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관련 범죄의 양상도 .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체류 자격이나 언어 장벽, 연고지 부재 등으로 인해 외국인 밀집 지역이나 학내 커뮤니티 내부의 갈등이 사법 당국의 감시망에 쉽게 잡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폐쇄적인 관계망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범행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자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 이는 더 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피해자 옷 입고 '실종 동선' 조작
8월21일 오후 7시5분, 경북 경산경찰서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서툰 한국어로 "여자친구가 대구로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신고자는 경산 지역 한 대학에서 외부 강사로 일하는 중국 국적의 남성 정창성(31)이었다.
실종자는 중국인 유학생 A씨(여·25)이며, 대학원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학 동안 머무르던 중국에서 얼마 전 재입국한 상태였다. 졸업 수료증을 받기로 한 전날 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마지막 동선 파악에 나섰다.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폐쇄회로(CC)TV 분석이 동시에 이뤄졌다. A씨의 마지막 행적은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 일대에서 포착됐다. 경찰은 대구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하고 관할 지구대 인력을 투입해 현장을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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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동대구역 일대 어디에서도 A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A씨 가족들이 작성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동료 유학생들도 SNS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며 수색을 도왔다. 단순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은 .차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찰은 신고자인 정창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진술과 실제 기지국 신호, 주변 정황 사이에서 어긋나는 지.이 하나둘 드러났다. 진술에서 모순이 드러나자 경찰은 강력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8월25일 오후 7시30분, 경찰은 경산시 하양읍 길거리에서 정창성을 긴급체포했다. 같은 날 인근 금락리에 위치한 정창성의 주거지 원룸을 수색한 경찰은 내부에서 혈흔 등 A씨의 흔적을 확인했다. 실종신고를 했던 인물이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정창성의 범행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 그는 사건 당일인 8월20일 새벽 2시쯤 A씨와 함께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갔다. 당시 외부 CCTV에 찍힌 두 사람의 모습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정창성은 원룸 내부에서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 이후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은 날 밤 10시30분, 정창성은 원룸을 나섰다. 이때 그의 옷차림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원피스 형태의 여성복을 입었다. 얼굴을 마스크와 모자로 가린 채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었다. 이 옷은 피해자의 소지품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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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성은 A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택시에 탑승했다. 택시 안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 냈고, 택시기사 역시 승객을 여성으로 인지했다. 동대구역 인근에 내린 정씨는 역 건물 내부의 여자 장애인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준비해 간 남성복으로 갈아입고는 갖고 있던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완전히 껐다. 이후 다시 원룸으로 돌아갔다.
이런 행위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교란하기 위한 장치였다. CCTV를 확인할 경우 A씨가 밤늦게 스스로 집을 나와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 동대구역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도록 유도해, 수사 인력이 동대구역 일대에 집중되도록 판을 짠 것이다.
동선 조작을 마친 정창성은 이튿날 태연하게 112에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며 실종신고를 하는 자작극이었다. 수사망에서 자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경찰이 A씨의 출국 예정일이었던 8월23일까지 동대구역 일대를 수색하는 동안, 정창성은 범행 흔적을 지우는 데 집중했다.
정창성은 단순한 대학 강사가 아니었다. 그는 경북 영천의 한 정형외과에서 근무하며, 대학원에서 강의를 병행하던 인물이었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유학해 202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학기에는 대학에서 '재활치료학'과 '신경해부학'을 가르쳤다. 2학기에는 '인체해부학'과 '근골격계질환 및 치료' 과목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피해자인 A씨 역시 정창성이 맡았던 신경해부학 수업을 들은 수강생이었다.
정창성은 인체의 구조와 관절, 결합 조직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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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지식을 활용해 범행 후 시신을 정밀하게 분리하고 처리했다. 그는 훼손한 시신을 차량에 실어 자신의 생활권인 경산 일대를 벗어났다. 경주 토함산 불국사 인근과 안강읍, 대구 팔공산, 경기도 군포시 등의 야산과 쓰레기장에 분산 유기했다.
시신 일부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장으로 배출했고, 이후 소각장으로 옮겨져 소각 처리됐다. 경찰은 정창성의 차량 GPS 기록과 블랙박스, 진술을 토대로 전국 각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확보된 시신 일부에서는 A씨의 지문과 DNA가 검출됐다.
정창성은 범행 이후에도 태연했다. 체포 전날에는 수강생 단체 채팅방에 다음 학기 수업 일정을 공지했다. A씨의 실종을 걱정하던 중국인 지인들에게도 접근했다. 그는 자신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내 안심시켰다. 피해자의 지인들은 당시 한국어에 능통한 정창성이 도와줘 다행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까지 했다.
CCTV와 기지국 기록에 무너진 알리바이
그러나 완전범죄를 노렸던 정창성의 계획은 디지털 증거와 동선 재분석 과정에서 허.을 드러내면서 무너졌다. 먼저 정씨는 CCTV 감시망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여장을 하고 여행용 가방을 끌며 피해자로 위장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동대구역 일대 CCTV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다른 신체 비율과 걸음걸이가 포착됐다.
역 내부 화장실에 들어간 여자 차림의 인물이 밖으로 나올 때는 남성 복장으로 변해 있었다. 인상착의를 대조한 결과 해당 남성은 정창성과 일치했다. 피해자가 대구로 이동했다는 정창성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통신기록도 정창성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았다. 정창성은 A씨가 대구로 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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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통신 기지국 기록을 추적하자, A씨의 휴대전화가 이동한 동선과 정씨의 실제 이동 동선이 겹쳐 있었다. A씨가 혼자 이동한 것이 아니라 정씨가 그의 휴대전화를 들고 움직였다는 증거였다.
경찰은 정씨를 A씨 실종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그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며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방과 화장실 등에서 루미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집 안 곳곳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정씨의 범행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들이었다.
정창성은 자신이 피해자와 비밀 연애를 했던 사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결혼을 강요하며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화를 참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서사였고, A씨의 지인들이 전한 내용은 정씨의 주장과 달랐다.
A씨에게는 중국에 이미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는 같은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먼저 귀국해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A씨 역시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출국해 중국에서 취업할 예정이었다. A씨의 지인들은 "정창성은 지도 강사였을 뿐이며, A씨가 거절함에도 지속해서 집착하고 쫓아다녔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스토킹과 집착이 어떻게 강력범죄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수강생과 강사라는 지위 차이 속에서 정창성의 일방적 구애는 지속됐다. 피해자는 학업을 마치고 거리를 두려 했으나, 정씨는 상대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출국하려 하자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체포 직후 정창성은 사선 변호인 입회를 요구하며 진술을 거부했다. 프로파일러 2명이 투입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도 거부하며 불리한 증거 수집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 입장을 바꿔 검사에 응했다.
경찰은 수사에 혼선을 준 행위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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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씨에게는 살인, 시체손괴, 시체유기, 시체은닉을 포함해 총 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경북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을 인정해 정창성의 이름과 얼굴, 나이를 공개했다.
다국어 위기 대응 핫라인 구축해야
이번 사건은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과 교원 관리 체계, 그리고 스토킹 처벌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과 외래 강사를 대거 유치했으나,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착이나 사적 갈등, 스토킹 정황을 파악할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다.
강사와 수강생이라는 위계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토킹 정황에 대해 학칙이나 관리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대학 내 다국어 상담 창구나 위기 개입 프로그램이 작동했다면 비극을 막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언어 장벽과 연고 부재로 스토킹 등 범죄 위협에 노출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피해자 A씨 역시 생전에 불안감을 느꼈으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과 외래 교원을 임용할 때 범죄 예방 교육 및 스토킹 대응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사적 집착이나 위력 행사가 포착될 경우 즉각적인 조사와 공간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학칙을 정비해야 한다.
경찰과 지자체는 체류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신변 보호 시스템을 확충하고, 긴급 피신할 수 있는 안심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간 발생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자체, 대학, 경찰 사이의 선제적 정보 공유 핫라인도 구축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문화 캠퍼스라는 그늘 아래서 언제든 제2의 정창성이 등장해 또 다른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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