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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수도권에 하나 남은 연탄공장인 경기도 동두천시 동원연탄의 철제 프레스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석탄을 내리찍었다. 회색 시멘트 벽 아래 사각 구멍으로 막 찍힌 검은 연탄이 두 줄씩 쏟아져 나와 컨베이어 벨트를 탔다. 지난 4일 벨트 앞에는 일렬로 늘어선 트럭 여섯 대 가운데에 선 김용근(83·여의도순복음남양주구리교회) 장로와 아내 최상숙(74) 권사의 손길이 바빠졌다. 최 권사가 난간에 한쪽 발을 걸치고 서서 검은 고무장갑 낀 양손으로 연탄 네 장(14.6㎏)을 한꺼번에 끌어안아 올렸다. 맞은편 김 장로가 노란 고무장갑 낀 두 팔을 뻗어 받아낸 뒤 허리를 돌려 짐칸에 쌓았다. 내려놓고 돌아서면 벨트 끝에는 이미 다음 네 장이 와 있었다. 기계가 연탄을 찍어내는 속도가 곧 40여 년간 손발을 맞춰온 두 사람의 박자였다. 말 한마디 없이 같은 동작을 350번 되풀이하자 두 사람의 얼굴과 옷은 땀범벅이 됐고, 짐칸 위로 1400장(5110㎏)의 검은 벽이 쌓였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공장 마당에는 순번을 잡기 위해 새벽 2~3시부터 달려오거나, 전날 밤 트럭과 사무실 쪽방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한 배달업자들의 트럭 수십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빈속에는 상차를 못 한다”며 새벽 5시에 일찌감치 밥을 챙겨 먹고 온 업자들 사이로 상차를 끝마친 부부는 공장 구내식당으로 향해 흐르는 땀을 식혔다. 콩나물국에 소시지, 김치, 짠지, 유채나물 두부무침이 오른 한 끼 3000원짜리 단출한 식사였다. 노쇠한 배달업자들, 공장 마당서 시대 변화 느껴 내년이면 50살이 되는 이 공장의 하루 생산량이 50만~70만 장에 달하던 시절부터 10만 장으로 줄어든 지금까지 김 장로는 어김없이 새벽길을 달려왔다. 1977년 공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들여놓은 기계가 그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현재 가동률은 20% 남짓이다. 공장 관계자는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아직 연탄을 쓸 수밖에 없는 서민 가구들이 있다”며 “수요가 남아 있는 한 서민 연료를 지원한다는 사명감으로 기계를 돌린다”고 말했다. 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김 장로가 처음 연탄 배달을 했을 땐 가정마다 아궁이에서 밥을 짓는 취사용으로 여름에도 연탄을 썼고, 골목 곳곳마다 연탄가게 주인들이 지게를 지거나 리어카를 끌고 연탄을 팔았다. 한창때는 ‘할렐루야’라는 글씨를 붙인 대형 트럭을 몰고 전방 철책선(GOP) 군부대까지 연탄을 대느라 하루 다섯, 여섯 차씩 날랐다. 그가 연탄을 대던 군부대에선 내무반 난방은 물론 식당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데도 하루 수백 장씩 연탄이 들어갔다. 비포장 전방 길을 달리다 무거운 연탄 무게에 트럭 바퀴가 진흙탕에 푹 빠지면, 부대에서 군용 트럭이 나와 차를 끌어내고 장병 100여명이 줄지어 서서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옮겨 실어주던 시절이었다. 배달업자들은 공장 마당에서 시대의 변화를 알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연탄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서울·경기는 물론 강원 철원에서도 이곳으로 트럭들이 몰려든다. 공장에 등록된 70~80명의 배달업자는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이다. 40년 넘게 연탄을 나른 이호순(70)씨는 “예전엔 하루 세 차(3000장)씩은 기본으로 했는데 요즘은 많이 해야 두 차”라며 “먼저 온 순서대로 실어주니 새벽부터 줄을 서는 생존 경쟁이다. 힘든 일이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오지 않고, 나이 먹은 사람들이 몸을 못 움직이게 되면 연탄 배달도 다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봄 연탄값이 장당 100원 인상되면서 현재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가격은 장당 1000원 선이다. 보통 한 가구당 최소 100장(10만 원) 단위로 주문을 받는다. 이씨는 “연탄 가격이 오르면 결국 달동네의 형편 어려운 이웃들만 부담이 커진다”며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연탄을 때는 서민들도 막막해지고, 공장 직원 열서너 명과 배달업자 등 100명 가까운 사람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걱정했다. 5t 싣고 달린 서울길… 골목길의 실랑이와 믹스커피 한 잔 이젠 머리가 희고 얼굴에 주름이 진 김 장로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후원으로 마련한 연탄을 싣고 서울 끝자락 달동네를 찾아간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기계 . 1400장 연탄에 차체가 가라앉은 트럭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올림픽대로와 동작대교를 건너 1시간 40분을 달려 서울 서초구 남태령전원마을 골목에 멈춰 섰다. 이튿날 오전 교회 봉사자들이 찾아와 각 가정에 배달하기 전, 아침에 실은 5t 연탄을 다시 손으로 내려놓을 차례였다. 고무장갑을 끼고 집게를 건네받아 함께 짐칸에 올랐다. 집게로 연탄 두 장을 찍어 들자 묵직한 무게가 손목과 어깨를 짓눌렀다. 몇 번 옮기지 않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마의 땀을 훔치던 코끝에 시커먼 검댕이 묻어났다. 반면 양손에 집게를 쥔 김 장로가 여덟 장(29.2㎏)씩 집어 내리면 최 권사가 허리를 굽혀 줄을 맞춰 쌓았다. 줄 맞춰 내려놓고 연탄이 안 깨지게 집게를 빼내는 손놀림에 40년 요령이 묻어났다. 작업 중 모서리가 깨진 연탄이 나오자 김 장로는 한쪽으로 따로 빼두었다. “깨진 걸 드리면 안 됩니다. 따로 모아뒀다가 공장에 가져가서 성한 걸로 다시 바꿔와야지요.” 절반쯤 내렸을 무렵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가스 배달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자는 “바쁜 사람인데 차를 막아놓으면 어떡하느냐”며 소리를 높였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항의가 이어졌다. 부부는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작업을 멈추고 바닥에 쌓은 연탄을 다시 옮겨 길을 터줬다. 김 장로는 “힘겹게 배달을 해도 바닥에 연탄가루가 묻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며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냥 ‘주여’ 하고 참는다”고 했다. 과거 선거철에는 정치인들이 연탄 봉사를 와서 배달업자들의 작업 동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만 연탄을 놓아달라고 요구해 “당신 돈으로 산 연탄이냐”며 쓴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실랑이를 지켜보던 마을 할머니가 따뜻한 믹스커피를 건네면서 “자식들 용돈 받아 편히 지낼 나이에 어떻게 이 무거운 걸 나르느냐. 나는 몸이 아파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대단하다”며 김 장로를 위로했다. 부도와 뇌사 고비 넘어 41년 “건강 주시는 날까지 순종” 릴게임먹튀검증 방법 부부가 40여 년간 연탄을 놓지 못한 건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김 장로는 1984년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나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6만 원짜리 지하방 보증금조차 이웃과 교회 성도들에게 빌려야 했다. 위궤양으로 위의 3분의 1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는 교회에서 기도하며 건강을 회복한 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사흘간 금식하며 매달린 끝에 1985년 연탄 배달을 사명으로 받아 시작했다. 최 권사도 그다음 해부터 함께 트럭에 올랐고, 김 장로가 여의도까지 100일 작정 철야기도를 다니던 시절엔 최 권사가 이웃집 아이들을 돌봐주며 생활비를 보탰다. 1990년대 후반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를 만나면서는 거래처에 연탄을 파는 대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쪽을 택했다. 당장 기존 거래처가 끊기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기도 끝에 나눔에 동참하기로 하고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인천 연평도까지 배편으로 연탄을 실어 보냈다. 배달 길에서 죽을 고비도 넘겼다. 2002년 9월에는 아내와 연탄을 싣고 경기도 포천 산길을 내려오다 브레이크 파열로 절벽 아래로 추락해 목과 어깨, 엉치뼈가 부러지고 뇌사 상태에 빠졌으나 교구 성도들의 중보기도 속에 나흘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이후 다시 기도원에서 사흘간 금식기도를 한 뒤 건강을 되찾아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자 부부는 마지막 연탄을 내린 뒤 비 소식에 대비해 검은 비닐을 씌우고 벽돌을 얹어 단단히 감았다. 바닥에 고인 빗물에 시커먼 고무장갑을 씻어내던 최 권사는 “오십 넘은 아들도 만류하지만 남편 고집을 못 꺾는다. 혼자 두면 못 할 일이니 따라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당 200원가량의 운임을 받고 왕복 기름값과 통행료, 밥값을 빼면 온종일 일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김 장로는 골목 어귀에서 연탄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새벽마다 일터로 나간다. 김 장로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라는 질문에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절대 못 해. 여든이 넘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 그래도 죽을 목숨 살려주신 하나님이 시키시니까 건강 주시는 날까지는 순종하고 가는 거야”라고 말했다. 맡기신 일’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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