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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온라인상에 공유한 인공지능(AI) 제작 애니메이션. (왼쪽부터)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희화화한 이미지. 출처=네타냐후 X(옛 트위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 중이던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낙담하며 전화를 끊는다. 온몸에 깁스를 한 채 병원에 누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나는 내 벙커로 돌아갈게”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들은 네타냐후가 몰락하길 원합니다. 그들이 승리하게 두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영상 한 구석에는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영상’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다.
10월 27일로 다가온 이스라엘 선거를 앞두고 AI를 활용한 홍보와 여론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기술법·정책 전문 상임연구원 테히라 슈와르츠 알트슈울러는 “AI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번 선거는 세계 최초의 실질적인 ‘AI 선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AI가 민주주의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할 기회로 보고있다.
경쟁 후보가 전사한 아들 외면하는 연출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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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성형 AI 영상으로 상대를 비방하는 AI 선거 시대가 열렸다”며 “이런 영상에 비하면 기존의 흑색 선전들은 진부하고 심심해 보일 정도”라고 이스라엘의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논란이 된 AI 영상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X에 공유한 영상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리쿠드당이 AI로 제작한 이 영상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한 젊은 남성을 외면하고 아랍계 정당 인사를 포옹하는 장면이 담겼다. 문제는 해당 젊은 남성의 이미지가 가자 전쟁에서 전사한 아이젠코트의 실제 아들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조국을 위해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아픔을 선거 공작의 소재로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스라엘 개방대 연구에 따르면 최근 수 개월간 게시된 이스라엘 선거 관련 소셜 미디어 게시물 8개 중 1개꼴로 AI를 통해 생성되거나 변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AI 게시물의 46%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집권당인 리쿠드당에서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챗봇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때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 컨설턴트를 고용한 사례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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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나 러시아 등의 선거 개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론 공작 방어 전문 기업 ‘인터셉트9500’에 따르면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AI 여론전의 표적이 돼왔다. 이에 선관위는 국가 안보 기관들과 공조해 여론 공작 대응 전담팀을 신설했다.
연구자들은 선거 당일 AI 활용이 정。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실제 정치인의 목소리를 모방한 AI 로보콜(자동 전화)을 확대 발송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 등이다.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9차례의 선거를 감독한 데안 리브네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우리가 맞닥뜨린 선거운동 가운데 가장 어려운 선거 중 하나”라고 WSJ에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 당일 발생할 수 있는 AI 가짜 뉴스 유포 등에 대한 가상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 밀리던 네타냐후 진영, 최근 들어 ‘반등세’
선거 당국은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영상이 제작·확산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발표된 개정 법규에 따라 사진·영상·음성을 포함해 AI로 제작된 모든 선거 선전물에 AI 콘텐츠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됐으나, 선관위는 능동적으로 모니터하지는 않고 있다. 선관위는 민원 신고로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만 위반 여부를 검토하며, 지금까지 선관위가 규정 위반으로 삭제 명령을 내린 AI 영상은 극소수다. 신고가 들어와 영상 삭제 등을 명령한다고 해도 이미 영상이 널리 퍼진 이후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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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선거 캠페인이 비전이나 정책 대신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만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에 현지 언론들은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복잡한 경제나 보건 정책을 설명하는 대신, 감성을 자극하는 30초짜리 AI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정책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선거는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을 띠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여부는 이란 전쟁의 향방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 측면에서도 이번 선거는 초미의 관심사다.
박빙의 선거 판세 속에서 친네타냐후 진영은 전쟁 장기화와 국제적 고립에 대한 우려로 반대 진영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 조사에서 깜짝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 2일 이스라엘 채널13방송이 공개한 총선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네타냐후 진영과 반네타냐후 진영은 각각 53석을 얻어 동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야권에 밀리던 네타냐후 진영에서 원내 진출이 어려웠던 일부 우파 정당이 합당 선언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리쿠드당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이젠코트 주도의 야샤르당과의 격차를 좁혔다. 앞선 조사에서는 야샤르 24석, 리쿠드 19석이었으나, 2일 조사에서는 야샤르가 22석으로 21석의 리쿠드를 단 1석 차이로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94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3.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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