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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색을 쓸고 밟으며 삶의 기억과 감정을 화면에 담는 작가가 있다. 도시의 벽에 생긴 얼룩과 균열에서 산과 계곡을 발견하는 작가도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서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두 작가의 전시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성곡미술관은 노정란(78)의 회고전 '색과 함께 춤을: 색으로부터 색을 넘어'와 배종헌(57)의 개인전 '불면제색(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을 오는 16일 개최한다. 노정란의 전시는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6년 최근작까지 50여 년에 걸친 회화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노정란에게 색은 단순히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 요소가 아니다. 한국의 자연과 전통 색채에 대한 기억, 삶에서 겪은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는 회화의 언어다. 노정란 작 '진달래와 분꽃 이야기' [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색면회화와 미니멀리즘 등 서구 추상미술을 접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한국에서의 기억과 자연에 대한 감각을 결합해 자신만의 색채 추상회화를 발전시켰다. 그의 작업은 한국 앵포르멜(비정형)의 물질성과 신체적 움직임, 단색화의 반복적 제작 방식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풍부한 색채를 앞세워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릴게임가입머니 . 전시장에서는 노정란의 작업이 변화해온 과정을 작품으로 살펴볼 수 있다. 1972년 작 '진달래와 분꽃 이야기'는 어린 시절 자연에서 마주한 꽃과 풍경의 기억을 추상적인 색채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면을 채운 선명한 분홍색과 깊은 청색, 녹청색은 꽃의 생명력과 함께 기억 속에 쌓인 시간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꽃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색의 울림과 리듬으로 자연을 감각하게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색의 관계와 화면 구조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노정란은 2000년대 들어 색을 다루는 행위 자체를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붓 대신 빗자루로 물감을 쓸고 닦으며 색의 층과 흔적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캔버스 위의 물감을 직접 밟으며 온몸으로 작업한다. 전시 제목과 같은 2023년 작 '댄스 위드 컬러스 #12'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바닥에 캔버스를 펼치고 물감을 부은 뒤 발로 밟아 화면을 만든다. 색이 겹치고 밀리면서 생긴 불규칙한 결은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과 작업의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환전 가능 색은 표현의 대상인 동시에 삶의 시간이 쌓이는 장소가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노정란은 "처음에는 손으로 눌러보다가 온몸으로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밟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흙 위에서 노는 것처럼 색 위에서 놀기 때문에 색놀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전해지기 때문에 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란은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립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배종헌 작 '불면제색-고요한 요란_미장이의 흙손질, 시멘트 면의 균열, 도시 먼지' [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종헌은 회화와 영상 등을 통해 도시의 인공적인 환경에서 발견한 형상을 산수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버려진 사물과 오래된 공간, 도시의 벽에 생긴 얼룩과 균열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산과 바위, 구름과 계곡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려왔다. 전시 제목 '불면제색'에서 '불면'은 오랫동안 잠 못 이루는 작가의 상황을, '제색'은 비나 눈이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의 빛과 풍경을 뜻한다 다빈치다운로드 . 신작 '불면제색-고요한 요란_미장이의 흙손질, 시멘트 면의 균열, 도시 먼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시멘트의 균열에서 산수풍경을 발견했고, 나무판에 금색으로 칠한 뒤 짙은 청색으로 덮고, 이를 긁어내는 방식으로 산수를 표현했다. 감춰졌던 금빛은 산과 바위, 계곡과 구름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리는 동시에 지우면서 풍경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배종헌은 "내게 자연은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낸 산물 속에서 발견되는 자연"이라며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세계일 수 있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불 속 작업을 하고 있다. 이불을 덮은 뒤 외부 빛에 의해 보이는 이불 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여기에서 찾아낸 산수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배종헌은 "잠 못 드는 괴로운 시간에 눈앞을 스치는 섬광처럼, 눈을 감았는데도 알 수 없는 세계가 선명히 보였다"며 "잠들지 못했기에 볼 수 있었던 풍경으로 선물과 같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종헌은 가천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북대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안공간 루프와 아르코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부산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서울 등에도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아르코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rif;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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