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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바람에 뒤집힌 우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장응복 작가의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 /서울공예박물관
바람이라도 맞은 듯 뒤집힌 우산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천장으로 갈수록 크기가 커지는 우산들은 위로 오목하게 뒤집혀 우산살을 그대로 드러낸다. 장응복 작가가 전북 무형유산 윤규상 지우산 장인과 협업해 제작한 작품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다.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에퀴녹스 추분_춘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장응복 작가의 공예 세계를 조명한다. 장응복은 한국 전통 문양을 바탕으로 한 직물 디자인에서 출발해 생활 기물과 가구, 공간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온 작가다.
72개의 나무틀에 실크와 한지, 유리를 활용해 선보인 작가의 무늬를 결합한 '조각잇기-벽'.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는 장응복의 40여 년 작품 세계를 세 가지 구성으로 조망한다. 그동안 작가가 디자인한 100여 종의 패턴을 선보이는 ‘무늬집’, 평면을 넘어 가구와 인테리어 등 입체적인 영역으로 확장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집 속의 집’, 지우산을 활용한 샹들리에 작품을 중심으로 꾸민 ‘탑돌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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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조성된 ‘탑돌이’ 공간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신작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치유의 공간을 꾸몄다. 작품 아래에는 원형 나무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천장에는 별자리가 펼쳐지고, 국가무형유산 정관채 염색장과 협업해 쪽염으로 바다의 깊고 푸른 빛을 표현한 작품과 겸재 정선의 산수화에서 영감을 얻어 금강산의 산세를 담아낸 패턴이 공간을 에워싼다. 산과 바다,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다. 관람객이 명상하듯 공간 전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지우산, 염색 장인과 협업한 작품으로 명상의 공간을 조성한 '탑돌이' 파트. /서울공예박물관
작가가 선보인 패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무늬집' 공간.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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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공예박물관 김서란 학예사는 “작가님은 옛 조상들이 직물에 무늬를 놓는 행위에 우리 삶의 안녕을 빌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며 “이와 같은 맥락으로 탑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던 우리 전통 민속놀이 탑돌이처럼 작품 주위를 명상하듯 맴돌면서 이 공간에서 안정감을 얻어가길 바라셨다”고 전했다.
작가는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출발。이 된 시리즈 ‘도원몽’은 조선시대 규방 문화를 바탕으로 한 패턴이다. 꽃신과 화조도, 부채 등의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시리즈를 처음 선보일 당시만 해도 과거 여성의 노동과 생활은 대중적으로 널리 활용되지 않던 디자인 소재였다.
평면 패턴 작업에서 조명과 가구 등 생활 기물과 인테리어 등으로 확장된 작업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집 속의 집' 파트. /서울공예박물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낭화 지우산 샹들리에’ 역시 찰나의 순간에서 얻은 영감을 놓치지 않고 작품에 적용한 결과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파란색 비닐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던 어린 시절, 바람에 뒤집혀 드러난 우산살에서 건축적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이 기억을 시작으로 우산의 안쪽 형태를 살린 디자인을 개발해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샹들리에를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3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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