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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상 작가. /본인 제공
흙과 불(火)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36년 넘게 흙과 불을 마주해 온 연봉상 도예가에게 그 답은 ‘우주’다. 흙은 그의 손에서 달이 되고 행성이 되며, 장작가마의 불길은 작품 위에 별과 은하를 닮은 흔적을 남긴다.
흙과 불을 중심으로 달과 별, 우주를 도자(陶瓷)예술로 표현해 온 연봉상 작가가 개인전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연봉상 작가의 개인전 ‘흙과 불, 우주를 빚다’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12층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와 회화적 도자, 설치작품 등 작가의 우주관을 담은 35여 .의 작품이 선보인다.
연 작가는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장작가마 ‘용진요’(龍津窯)에서 오랜 시간 작업해 왔다. 전통적인 도예의 재료인 흙과 불을 작업의 출발.으로 삼되, 여기에 자신만의 실험과 상상을 더해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만이 아니다. 오히려 장작가마 속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우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품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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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가마에서는 불의 온도와 방향, 장작의 상태, 작품이 놓인 위치 등에 따라 같은 흙과 유약이라도 전혀 다른 표정이 만들어진다. 연 작가는 이러한 불의 변화를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흙과 불이 만나고 유약이 반응하면서 만들어지는 색과 질감은 그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특히 연 작가는 직접 개발한 유약을 자신의 호에서 따온 ‘토하(土荷)유약’이라 이름 붙이고 오랜 실험을 이어왔다. 토하유약과 장작가마의 불이 만나 만들어내는 색과 표면은 때로는 행성의 거친 표면처럼, 때로는 깊은 우주 속 은하처럼 보인다.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매끈한 도자기 표면보다는 불이 지나간 자리가 보인다. 흙의 결이 살아 있고, 유약이 흘러내린 흔적과 불꽃이 스친 자국이 겹쳐진다. 작가에게 이 흔적은 실패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작품이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연봉상 작
이번 전시는 ‘共鳴(공명)’, ‘불의 기억’, ‘달의 기억’, ‘빅뱅’, ‘우주의 작은 행성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불의 기억’은 장작가마의 불이 작품에 남긴 흔적에 주목한다. 불은 흙을 단단하게 굳히는 역할을 넘어 작품의 색과 표정, 질감을 결정하는 창작의 동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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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기억’에서는 달항아리를 비롯해 달의 이미지와 둥근 행성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달항아리의 형태는 연 작가의 작업을 통해 단순한 도자기를 넘어 하나의 천체(天體)로 확장된다.
‘빅뱅’과 ‘우주의 작은 행성들’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욱 자유롭게 펼쳐진다. 거대한 우주를 도자라는 작은 물질 안에 담아내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하나의 행성(行星)처럼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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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연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전통 도예의 틀에 머물지 않고 흙과 불이라는 익숙한 재료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왔다. 그가 바라보는 우주는 멀리 있는 거대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기억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연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는 일은 결국 흙과 불이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흙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가 불을 만나 단단한 물질로 변하고, 그 위에 우주를 향한 인간의 상상(想像)과 기억이 더해진다.
연봉상 작가는 “흙과 불,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통해 달과 별, 우주의 작은 행성들을 빚어왔다”며 “흙과 불로 빚은 작은 우주에서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별을 만나고, 잠시 자신의 시간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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