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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 전시된 이우성의 '노래하는 마음으로'. 성북구립미술관
문인과 화가, 조각가가 유독 많이 터를 잡고 산 동네가 서울 성북동이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유명한 미술사학자이자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가 이 동네에 살았다. 이쾌대가 1946년 연 성북회화연구소에서는 김창열과 권진규가 그림을 배웠고, 권진규는 훗날 성북동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조각가 최만린은 후배 박병욱에게 자신의 성북동 집과 작업실을 물려줬다. 설치미술가 서도호는 아버지인 한국화가 서세옥이 지은 성북동 한옥에서 자랐다.
예술가들이 살고 작업했던 공간들이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성북구 곳곳이 미술 무대가 됐다. 지역의 역사와 예술가의 삶을 동시대 미술로 잇는 제1회 성북아트위크가 지난 20일 개막했다. 성북구청과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이 주최·주관한다.
이번 행사는 '집: 이어진 숨결'을 주제로 성북구립미술관,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고려대박물관, 거리갤러리가 다섯 개의 특별전을 연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는 성북구립미술관의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다. 부자 관계인 두 사람이 함께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세옥의 대표 연작 '사람들'을 비롯해 서도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성북동 한옥을 탁본으로 옮긴 신작과 실 드로잉을 선보인다.
서도호의 신작 '문고리'(2026). 성북구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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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세옥의 '사람들' 연작과 서도호의 '카르마' 연작은 인간 형상이 연결되는 방식에서 서로 호응한다. 서세옥의 '남향집'과 서도호 집의 요소를 탁본한 '문고리' '돌상'은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두 작가의 관심사를 잇는다.
최만린미술관에서는 선후배 사이였던 최만린과 박병욱의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가 열린다. 최만린은 이 공간을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집이자 작업실로 썼다. 이후 공간을 물려받은 박병욱은 2010년 작고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서 전시 중인 '이정윤:노래하는 집' 전시 전경.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
고려대박물관에서는 변시지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가 열린다. 제주에서 태어난 변시지는 일본에서 유학한 뒤 성북구 돈암동에 자리를 잡고 18년간 작업했고, 제주로 돌아가 황토빛 풍경으로 자기 세계를 완성했다.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서는 김중업의 사유에서 영감을 받은 이정윤의 '노래하는 집'이 이어진다.
성북구의 역사문화공간 11곳도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품는다. 최순우 옛집에서는 조각가 최인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재료의 물성을 살린 단순한 조각과 드로잉이 본채와 뒤뜰까지 이어지며 한옥의 구조와 여백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최순우가 머물던 사랑방에는 김환기와 박수근의 작은 그림도 걸려 있다.
심우장은 한용운이 1933년부터 별세한 1944년까지 살았던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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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은 독립의 염원과 문인들의 발길이 모였던 이곳에 음악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마음으로'를 선보인다.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 설치된 정현의 작품 '서 있는 사람'. 성북구립미술관
또 불교에서 동자가 불성을 깨닫고 수행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열 단계로 그린 '심우도'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정현의 대표 조각 연작 '서 있는 사람' 7。이 서 있다. 이연숙은 성북회화연구소 터, 승설암 터, 장승업 집터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성북회화연구소는 이쾌대가 1946년 설립해 운영한 미술 교육 공간으로, 김창열과 권진규, 남관, 이봉상 등이 이곳에서 수학했다. 서예가 배정국의 집이었던 승설암 터는 김환기, 소설가 이태준, 서예가 손재형 등이 모였던 곳이다.
조선시대 전통 정원의 원형을 간직해 명승 제118호로 지정된 성북동 별서에서는 한성필이 지난해 화재로 일부 소실된 송석정을 가림막 위에 수묵채색화로 재현했다. 이곳은 성북아트위크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공개되며, 하루 관람 인원은 15명으로 제한된다. 삼청각 취한당에서는 가수이자 작가인 유나얼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자연과 기억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거부 이종석의 별장에서는 김동해가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조각을 설치했다. 성북구의 미술관과 갤러리, 대안·문화 공간 22곳도 네트워크 전시로 힘을 보탠다. 간송 전형필이 보화각으로 세운 간송미술관은 12월 6일까지 '상서, 컬렉션을 읽다'를 연다.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이달 25일까지 '님의 침묵' 100년 아카이브 특별전을 개최한다. 성북아트위크는 11월 1일까지 열린다.
한 작업을 선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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