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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에덴의 동쪽’ 101화에 등장하는 애덤 트래스크 역의 크리스토퍼 애벗(왼쪽부터), 캐시 에임스 역의 플로렌스 퓨, 찰스 트래스크 역의 마이크 파이스트. 사진 제공=넷플릭스
존 스타인벡의 1952년 소설 ‘에덴의 동쪽’이 넷플릭스 7부작 미니시리즈로 다시 태어났다. 제임스 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동명 영화(1955)가 소설의 후반부만을 압축해 형제의 갈등에 초。을 맞췄다면, 이번 시리즈는 살리나스 밸리를 배경으로 한 트래스크 가문의 다세대 서사를 온전히 펼쳐 보인다. 형제의 대립, 아버지의 편애, 그리고 한 여성의 파괴적 존재가 불러오는 파장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제임스 딘을 ‘청춘의 상징’으로 만든 엘리아 카잔 감독의 손녀인 조이 카잔이 각본과 공동 쇼러너를 맡아 직접 각색했고 플로렌스 퓨, 크리스토퍼 애벗, 마이크 파이스트가 핵심 배역을 소화한다.
작품의 중심 주제는 창세기 4장 7절의 ‘팀셸(Timshel)’이다. 히브리어로 ‘너는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인간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 있음을 말한다. 사람은 과거를 돌처럼 무겁게 짊어질 필요도 없고, 하찮게 내던질 수도 없으며, 변화의 가능성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희망이 작품 전체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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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잔은 이 주제를 모든 인물과 이야기의 층위에 촘촘히 엮었다. 선과 악을 고정된 본질로 규정하는 대신, 선택과 환경, 상처와 대응이 한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형제의 질투와 부모의 사랑 결핍, 그 상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순환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설득한다. 가장 강력한 존재감은 플로렌스 퓨의 캐시 에임스다. 원작에서 “인간 부모에게서 태어난 괴물”로 규정되던 인물을, 퓨는 공감은 하되 동정은 하지 않는 섬세한 선에서 그려낸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변주에서 육체성과 심리의 층위가 동시에 드러나며, 시리즈에 긴장과 추진력을 불어넣는다. 예측 불가능한 동시에 심리적으로 투명한 연기는 시리즈 전체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플로렌스 퓨가 ‘에덴의 동쪽’에서 캐시 에임스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크리스토퍼 애벗의 애덤은 겉으로는 선량하고 희망에 기대지만, 그 맹목적 믿음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모순을 조용히 드러낸다. 마이크 파이스트의 찰스는 부모의 사랑에서 밀려난 열등감과 수치심을 안고 폭력과 자기 구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로 구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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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배우가 빚어내는 형제간의 긴장감이 작품의 감정선을 단단히 지탱한다.
한인 배우 훈 리가 연기한 리 역시 인상적이다. 원작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놓였던 시선에 무게를 실어, 작품을 단순한 백인 가문의 비극이 아닌 더 넓은 인간의 서사로 확장한다. 특히 리의 존재는 ‘팀셸’이라는 주제를 대표하며, 자유의지와 책임에 대한 성찰을 한층 깊게 만든다.
연출은 가스 데이비스와 로르 드 클레르몽토네르가 나눠 맡았다. 캘리포니아의 광활하고 거친 풍경, 건조하면서도 장중한 촬영, 애절한 현악 중심의 음악이 서사에 무게를 더한다. 중반부에서 세대가 되풀이되는 구조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원작의 알레고리적 단순함을 인간적 복잡성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이 선명하다.
‘에덴의 동쪽’은 단순한 문학 각색을 넘어, 선악을 고정된 본질이 아닌 선택과 환경의 결과로 바라보게 하는 드라마로 완성됐다.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인물의 내면과 선택의 무게를 끝까지 응시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스타인벡의 세계를 다시 읽고 싶은 이들, 인간 본성의 그늘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7부작이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문화부
존 스타인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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