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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르미술관 이다 유키마사 개인전 전시 전경. 오른쪽이 출세작 ‘밥’이다.
물감이 덩어리째 덕지덕지 얹힌 캔버스 표면을 보면서 저렇게 그릴 때 작가의 감정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뒤로 옮기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서구 중년 남자 얼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30대에 이미 유명세를 누리는 이다 유키마사(36)가 경주 오아르미술관과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 등 전국 세 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하고 있다. ‘리멤버링 유: 기억의 행위’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오아르미술관 개인전에서 전시장 초입에 건 저 작품 ‘밥(Bob)’은 그의 출세작이다. 8월 25일 개막식에 만난 작가는 “(조각과 교수였던) 아버지의 미국인 친구로 제게 미술에 대한 사랑을 키워주셨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28세였던 2018년 포브스 재팬 선정 일본의 주목받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렸지만 화가 인생의 출발이 간단치는 않았다. 미대 입시에 거푸 고배를 마시고 3수 끝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험생 시절 낙심해 있던 그에게 아버지는 묘비 제작 아르바이트를 주선했다. 일본은 습한 기후 탓에 납골함에 봉안한 뼈를 다시 꺼내 닦는 일까지 해야 했다. 그로 인해 일찌감치 삶의 유한성을 깨달았다.
“미대에서는 데생을 토대로 재현적인 미술을 배웁니다. 저는 그렇게 그리기 싫었어요. 한 번뿐인 삶, 내 맘대로 해보자 싶었어요.”
그 시도의 첫 성공적인 결과물이 ‘밥’이었다. 작업의 근간에는 일본 전통 사유인 ‘이치고이치에’의 사유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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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이다.
어릴 적 자신과 놀아준 털보 아저씨를 어른이 돼 그린 것이니 밥의 초상화는 한순간에 멈춰진 이미지가 아니다. 물감을 쌓고 다시 지우며 기억과 시간으로 발효시킨 이미지다. 이다는 그렇게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 세계 역시 멈추지 않고 진화한다. ‘밥’의 10년 뒤인 2026년 작 ‘자화상’ ‘아버지’ 등에서 형태는 뭉개지며 추상적인 색상으로만 존재한다. 대상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을 색으로 표현하는 추상화로 변해 있다. 세 곳 전시에서는 고흐, 벨라스케스 등의 명화를 차용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는 데생을 토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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