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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우편물 폭탄 테러로 23명이 다치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 FBI 유나봄 수사팀이 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조앤 밀러가 기존의 프로파일링과는 다른 접근법을 제안한다. 범인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를 분석하자는 것이다. 17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제안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958년, 테드 카진스키는 뛰어난 수학적 재능으로 열여섯 살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테드에게 심리학자 헨리 머리가 연구 참여를 제안한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토론 형식의 연구였다. 테드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기에, 처음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연구는 그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토론 상대는 의도적으로 그의 지성과 인격을 공격했다. 영화는 이 연구가 CIA의 비밀 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묘사한다. 연구의 목적은 참가자에게 굴욕감을 주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몰아넣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테드는 자신이 믿었던 세계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키워 가기 시작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유나바머: 비밀실험>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비밀 실험은 한 인간의 인생을 바꾸었을까
시어도어 카진스키, 일명 '유나바머(Unabomber)'는 17년 가까이 16차례의 폭탄 테러를 저질러 23명을 다치게 하고 3명을 숨지게 한 인물이다. 현대 산업사회와 기술 문명을 비판하는 반기술주의 사상을 내세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여러 콘텐츠에서 그를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가 등장했고, 그를 직접 다룬 작품도 꾸준히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유나바머: 비밀 실험> 역시 그중 하나로, 이야기의 중심에 바로 이 '비밀 실험'을 놓는다.
'MK 울트라(MKUltra)'는 CIA가 1950년대부터 추진한 비밀 연구 프로그램으로, 심리와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인간실험을 진행했다. 영화는 카진스키가 참여한 헨리 머리의 하버드 연구를 이 프로젝트와 연결해 그린다. 다만 실제 연구가 MK 울트라의 일부였는지, 그리고 카진스키가 겪은 실험이 이후의 삶과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
영화는 당시의 실험이 카진스키의 내면에 증오와 분노,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심었고, 이러한 감정이 훗날 그를 흉악범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그러나 실제 당사자인 카진스키는 훗날 해당 연구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영화가 제시하는 인과관계와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카진스키는 열여섯 살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을 정도로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개인적 고립감이 그의 성향과 맞물렸을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심리 실험 하나가 그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다고 단정한다면, 한 인간의 복잡한 성장 배경과 스스로 내린 선택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셈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유나바머: 비밀실험>의 한 장면.
ⓒ 넷플릭스
AI 시대에 다시 묻는 유나바머의 경고
사건과 인물 모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승부처는 '디테일'에 있다. '그는 왜 그토록 뛰어난 지능과 앞날을 뒤로 한 채 숲 속에 숨어 지내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고 관객을 그의 10대 시절과 하버드의 비밀 실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그런 。에서 <유나바머: 비밀 실험>은 범죄 장르라기보다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유나바머 사건이 결정적 국면에 접어든 1995년의 FBI 요원 조앤 이야기와 테드 카진스키가 열여섯 살에 하버드에 입학했던 1958년을 오가며 두 시간대를 교차시킨다. 조앤은 범인의 심리를 이해하려 하고, 헨리 교수 역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한 소년의 내면을 파고든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고, 훗날에는 그가 세상을 가만두지 않았다. 이 대비가 영화에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그렇다면 '지금 왜 다시 유나바머인가?' AI가 인류의 삶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오늘날,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반기술주의 선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폭력적 선택에 동의할 수는 없으며, 선언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가 던진 질문까지 폐기할 수는 없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발전하며, 그 발전은 과연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유나바머를 이해하거나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위험한 선택과 그가 던진 질문을 분리해 우리 시대의 불안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유나바머: 비밀실험> 포스터.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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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뛰어난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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