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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지 이케다 개인전에 선보인 신작 '더 크리티컬 패스(the critical paths)'. 하우스오브레퓨즈 해가 지고 나서야 그가 나타났다. 검은 모자에 색안경을 낀 그는 환갑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달 22일 제주에 등장한 세계적인 데이터 아티스트이자 일본의 전자음악가인 료지 이케다(60)다. 숫자와 소리, 빛처럼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재료로 삼아 '데이터 예술'을 창조하는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독보적인 아티스트로서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제9회 백남준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최근 타임(TIME)지가 선정한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spin', 2023, 레이저 프로젝터, 컴퓨터, 스피커 기획, 컴포지션(료지 이케다) 프로그래밍(도모나가 도쿠야마). 하우스오브레퓨즈 제주 애월에서 열리는 최첨단 전시 지난달 2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애월의 하우스 오브 레퓨즈(house of refuge). 기자 간담회가 열렸던 이날 오후 6시 30분 이케다는 2층에서 턴테이블 10대를 놓고 30분간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쳤다. 턴테이블은 아날로그 LP판을 감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바늘이 특정 구간을 계속 겉돌며 똑같은 소리를 무한 반복하도록 설정된 '사운드 루프' LP판이 10대의 턴테이블에 각각 얹어졌고, 이들은 저마다 다른 회전 속도와 주기로 돌아갔다 오션파라다이스온라인 . 처음에는 같은 박자처럼 들리던 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어긋나고 충돌하며, 복잡한 사운드 조합을 끊임없이 생성해냈다. 통창 너머로 제주의 어스름한 숲이 펼쳐졌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공간을 채운 소리가 음악인지 혹은 소음인지 그 경계조차 모호해졌다. 퍼포먼스가 열린 '하우스 오브 레퓨즈'는 이름 그대로 제주의 '문화 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숲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이지만 지난 20년간 폐건물로 방치됐다. 2024년 두 명의 전문가가 손을 잡고 1900여 평의 대지 공간을 감각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지하 1층에는 료지 이케다 개인전이 개최되고, 1층과 2층은 카페와 패션 매장, 음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케다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하우스오브레퓨즈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데이터가 머리 위로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이케다의 신작 '더 크리티컬 패스(the critical paths)'다. 25m에 달하는 긴 통로를 걷는 동안 양쪽 벽면의 거울과 천장의 LED 화면에는 10만명의 유전 정보가 흐른다. 빛으로 환원된 데이터가 거울에 무한히 반사되며 3차원 공간을 가득 채우고, 마치 인류 역사가 담긴 데이터 은하수 사이를 걸어가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 모바일 바다이야기배당 통로를 빠져나온 다음 마주한 작품은 '더 줄일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진 '디 이리듀시블(the irreducible)'이다. 수백만 자리의 숫자가 거대한 LED 벽면을 가득 채우고 거울 바닥에 끝없이 반사된다.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숫자다. 알고 보니 '3.141592'로 시작돼 끝없이 이어지는 원주율 파이(π)를 백만 자리 이상으로 펼친 것이다. 작가는 더 나아가 '잠자는 미녀 파이'라는 작품을 통해 컴퓨터가 수백만 자리까지 정밀하게 연산해 낸 파이 숫자를 투명한 아크릴에 아주 조그맣게 인쇄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어 휴대폰으로 찍어 확대해야 겨우 숫자 '3' 등이 보인다. 멀리서 볼 때는 모노톤의 회색 면이나 현대적인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것이 빽빽한 숫자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자는 미녀'라는 제목도 무한한 숫자들이 인간의 지각 너머에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 상태임을 보여주는 은유다. 작가는 수학을 비롯한 추상적인 것을 데이터로, 데이터를 다시 감각 가능한 물질 혹은 공간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대표작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데이터 벌스2(data-verse 2)'다. 미시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를 거쳐 우주로 향하는 세 단계를 다룬다. 소립자, 원자, 분자, DNA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계에서 시작해 뇌, 몸, 생명체, 기후, 인터넷 같은 인간의 세계를 지나 지구, 태양계, 은하, 초은하단, 관측 가능한 우주로 나아간다 신천지게임 . 세포에서 우주까지 가면 규모는 엄청나게 달라지지만 작가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언어로 바꾼다. 그것이 바로 0과 1의 이진법으로 구성된 데이터다. 과학에서 출발한 정보가 빛과 소리, 움직임이라는 예술을 통해 전혀 다른 감각적 경험으로 바뀐다. 규칙이 선사하는 아름다움 이케다의 작업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규칙과 제약이다. 숫자와 코드, 그리고 무수한 데이터 속에도 저마다의 규칙이 존재한다. 이 엄격한 수학적 규칙과 제약 속에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흥미로운 .은 이 규칙과 제약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로 확장될 때 이마누엘 칸트의 '수학적 숭고' 개념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칸트는 대상의 크기(양)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해 압도적으로 클 때, 인간은 일차적으로 무력감과 좌절을 느끼지만 이내 무한함이라는 개념을 이성으로 사유하고 이해하면서 깊은 쾌감, 즉 '수학적 숭고'를 경험한다고 보았다. 일본 중부 지방인 기후현에서 태어난 작가는 파리와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수재로 독학으로 전자음악과 데이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데이터 아트의 거장 반열에 올랐다. 컴퓨터의 이진법 데이터(0과1)만을 가지고 인간의 오감을 몰입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했다.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180스튜디오 등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인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이 상당수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로그 LP판을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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