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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앙아시아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오랫동안 뿌리내린 이 지역에서 핵심광물 확보와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전략적 입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중앙아시아가 미·중·러의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해 미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 협의체인 'C5+1'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외교·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주요 통로다. 루비오 장관의 방문에는 200명이 넘는 기업인 대표단도 동행해 자원과 무역 분야의 협력 확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관심은 단순한 외교 관계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설비, 첨단 무기체계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경유하는 교역로의 위험이 커진 데다 중동의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중앙아시아의 지리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이 지역의 철도·도로·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해 왔으며, 러시아 역시 옛 소련 구성국들과의 역사적·안보적 관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다고 해서 기존의 판도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강대국 중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대기보다 각국의 경쟁을 활용해 투자와 기술, 시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상 달라졌지만 길목 가치는 불변
▲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중앙아시아가 미·중·러의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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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늘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유럽과 동아시아, 중동을 잇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 지역은 수천 년 동안 사람과 상품, 종교와 기술이 오가는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실크로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지중해 세계를 연결하는 여러 교역로를 통칭했다. 비단과 향신료뿐 아니라 금속과 말, 종교, 과학기술도 이 길을 따라 이동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등은 동서 교역과 이슬람 학문,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번영했다.
실크로드는 하나의 도로가 아니었다. 육상 교역로와 오아시스 도시, 산악 통로, 해상로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였다. 이 가운데 중앙아시아의 도시와 통로를 장악하거나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력은 상업적 이익뿐 아니라 외교적 영향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교역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육상 실크로드의 상대적 중요성은 약해졌다. 이후 러시아 제국은 19세기 중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했고, 영국과 러시아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영향력을 놓고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다. 오늘날 미·중·러의 경쟁을 이해하려면 중앙아시아가 과거에도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완충지대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련 해체 이후 열린 공간… 중국 부상과 미국 재진입
현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계기는 1991년 소련 해체였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5개국이 독립하면서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모스크바의 직접적인 통치 아래 놓인 지역이 아니게 됐다. 다만 독립 이후에도 러시아는 안보·언어·경제적 연결망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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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00년대 이후 교역과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며 중앙아시아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상을 제시한 뒤 일대일로 사업은 철도와 도로, 송유관, 가스관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중앙아시아는 중국 서부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물류망이자 에너지 공급처로서 중요성이 커졌다.
미국도 중앙아시아를 외교·안보 전략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작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역내 안보 문제에 무게가 실렸다면, 최근에는 핵심광물과 공급망, 투자·통상 협력이 새로운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과 미국에 에너지·원자재 공급망의 취약성을 일깨웠다. 특정 국가나 운송 경로에 대한 의존이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하면서도 우라늄과 구리, 크롬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대체 공급처를 찾는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단기간에 중국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광물 생산과 정제, 가공 및 관련 인프라에서 강력한 기반을 확보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거나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간의 투자와 운송망 구축, 정제 기술, 안정적인 구매 계약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선택지 넓히는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경쟁을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대결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변수를 놓치게 된다. 이 지역 국가들도 자국의 경제발전과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대국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에너지와 광물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와 협력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산업 현대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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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자원 개발과 교통망 확충, 제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구조를 다변화하려 한다. 이들 국가가 미국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중국과의 교역이나 러시아와의 안보 관계를 일괄적으로 끊기는 쉽지 않다.
중앙아시아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는 결국 강대국의 외교적 수사보다 실제 투자와 경제적 성과다. 자원 개발이 지역 산업의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지, 새로운 물류망이 기존 교역로를 얼마나 보완하는지,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이 또 다른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중요하다.
한국에도 중앙아시아의 변화는 먼 나라의 외교 뉴스만은 아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에너지 산업에서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중요하다.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뿐 아니라 정제·가공 기술, 산업 인프라, 장기 구매 계약, 현지 인력 양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를 하나 더 확보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자원 개발과 국내 기업의 기술·제조 역량을 연결하고, 철도와 항만을 잇는 복합 물류망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현지 국가의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식이어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대 실크로드가 동서 문명을 연결하는 교역의 통로였다면, 21세기의 실크로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데이터와 물류망이 얽힌 전략 경쟁의 통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단과 향신료가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배터리 원료와 첨단산업 소재, 공급망 통제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는 중앙아시아의 가치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그 가치의 내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경쟁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느 강대국이 이 지역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선언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지속적인 투자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의 가치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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