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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올해 7월, 한국에서는 이달 21일 정식 출간된 '가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6번째 장편이자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작품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느덧 팔순에 가까워진 일본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7)의 새 장편소설이다. 장편으로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2023) 이후 3년 만의 출간작으로, 한국어판은 일본어 원작과 3개월 시차를 두고 이달 나왔다. 작품을 구성하는 4개 장은 하루키가 2024년부터 올해까지 자국 문예지 '신초(新潮)'에 연작 형태로 발표한 중단편 4편을 기반으로 한다. 하루키는 이번으로 16번째 장편을 내면서 처음으로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세웠다. 제목 '가호'가 주인공 이름으로, 여름 하(夏), 돛 범(帆)의 일본식 발음이다. 특이한 이름의 이 젊은 독신 여성은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가호가 작가로서 짓는 이야기들은 '소설 속 소설'이자 작품 전반의 주제와 흐름에 대한 간명한 요약이다. 물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하루키 작품답게 가호의 동화 또는 동화를 짓는 일 자체가 소설 속 현실을 추동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가호가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 남성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는 장면으로 소설은 출발한다. "솔직히 그쪽처럼 못생긴 상대는 처음이군요."(9쪽) 그래 놓고도 다시 가호를 불러내 모터사이클을 함께 타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릴게임양귀비 . "우린 아마 어딘가에서 모습을 바꿔 또 만나게 될 거야."(27쪽) 집 앞 도로에서 바이크 배기음이 들리면 숨이 가빠지게 된 불쾌한 만남을 계기로 가호는 새 그림책을 완성한다. 도둑맞은 얼굴을 홀로 찾으러 나선 소녀가 오랜 여행 끝에 자기 얼굴을, 그러니까 임시로 붙이고 다니던 얼굴을 멋지다고 칭찬해준 청년과 맺어진다는 이야기. 이후 가호는 꿈속 또는 꿈같은 현실에서 만난 브라질 정글 출신 개미핥기의 종용으로 낯선 동네로 이사를 하고 정글에서 미지의 통로를 타고 건너온 여왕흰개미에 씐 엄마와 대면하게 된다. 하루키 소설 애독자라면 이번 신작도 익숙하게 느껴질 법하다. 주인공 가호의 캐릭터는 평범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 별난 이름, 강한 의지력에서 전작 '1Q84'(2009~2010)의 여주인공 아오마메(青豆·완두콩)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가호가 엄마를 잠식한 여왕흰개미를 내쫓기 위해 마련한 치명적 도구는 아오마메가 암살 임무를 수행하며 쓴 무기와 형태가 똑 닮았다. 그 대상이 어머니로 바뀌긴 했지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설명되는 '아버지 살해'는 '해변의 카프카'(2002), '1Q84', '기사단장 죽이기'(2017)를 포함한 2000년대 하루키 장편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다. 릴게임꽁머니 가호의 그림책을 빌려 표현하자면 '내 얼굴(존재) 찾기'다. '가호'가 이들 전작과 다른 데가 있다면 한 사람의 성장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존재의 희생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짚는다는 .이다. 그간의 하루키 소설이 '아버지 살해'에서 완연히 '살해'에 방。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성장 서사의 그늘에 남겨진 '아버지(어머니)'를 조명한다. 가호에게 여왕흰개미 퇴치는 엄마는 물론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결단이었고 엄마는 자기 심장을 터뜨릴지도 모를 딸의 행위를 허락해준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오래전 집을 나가 사라진 고양이를 떠올리며 "얘, 다들 언젠가는 그렇게 사라지는 거야"라고 말했을 때 가호는 깨닫는다. "나는 지난밤, 실제로 이 사람을 죽이고 말았는지도 몰라."(370쪽) 비(非)인간이 이야기 전면에 나서면서 환상성이 두드러지는 .도 '가호'의 특질이다. 하긴, 언제나처럼 독자를 홀리며 연신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하루키 소설을 특정한 구조나 의미가 있는 이야기로 환원하는 건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후배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작품을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을 때도 하루키는 이렇게 답했다. "소설을 쓰면서 필요한 때 필요한 기억의 서랍이 알아서 탁 열려줘야 합니다.(중략) 전업작가로 살다보면 항상 그런 것을 자연히 의식하고,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감으로 알게 됩니다."(인터뷰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서) 가호·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문학동네 발행·376쪽·1만8,500원 &wr_id=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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