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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에 이은 마지막 편입니다> 동네 시장과 동네 공원에 이어, 리스본에서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지만 관광객들은 의외로 잘 찾지 않는 곳 마지막 - 부자 아저씨들의 집과 그들이 평생 모은 물건들이다. 리스본에서 손꼽히게 복잡한 폼발 광장. 커다란 원형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도로가 뻗어나가고, 차와 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간다. 광장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리베르다드 대로Avenida da Liberdade는 고급 상.과 호텔이 늘어선 대표적인 번화가다. 그런데 이 광장에서 겨우 한 블록쯤 뒤로 물러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Museu Medeiros e Almeida이 자리한 곳.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번화가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카페에서 혼자 .심을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쁜 도시인들의 。심시간 풍경은 서울이나 리스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분위기만 보면 여의도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오래된 건물들이 깔끔하게 관리된 채 사무실이나 부티크 호텔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번에는 원서동이나 북촌의 골목이 떠오른다. 관광 명소 바로 옆에도 이렇게 다른 얼굴의 도시가 있다. 부자의 하우스 박물관, 메데이로스 & 알메이다 박물관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은 포르투갈의 사업가이자 수집가였던 안토니우 메데이로스 이 알메이다António Medeiros e Almeida (1895~1986)가 실제로 살았던 집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자동차, 항공, 호텔 등의 사업을 하고, 평생 부자로 살았다. 평생 모은 예술품과 장식품을 한데 보존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고,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는 일을 추진했다. 부잣집답게 부티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단순히 오래된 물건들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집의 주인이 어디에 앉아 손님을 맞았을지, 어느 방에서 쉬었을지, 어떤 물건을 매일 사용했을지 상상하게 된다. ▲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의 침실. ⓒ 라정진 운동하고 사교생활하던 부자 수집가 주인이 살던 공간에는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화장실에는 주인 아저씨가 사용했을 법한 운동기구까지 놓여 있다. 귀한 예술품을 수집하던 부자 정도 되니깐,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의학 전공자여서, 체력단련으로 꾸준히 관리를 하셨으려나.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꾸준히 노력했을 부자의 모습을 새삼 상상해본다. 하우스 박물관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 수집가의 화려한 취향을 구경하러 왔다가 인간적인 생활의 흔적에 더 눈길이 가 버릴 때가 있다는 것. ▲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의 화장실. ⓒ 라정진 ▲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의 거실. 바로 사람들이 들어와 앉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 ⓒ 라정진 고급스러운 거실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짙은 색 가구와 장식적인 실내, 우아한 가구 배치를 보고 있노라면 신사숙녀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잠시 후 근엄한 집사가 들어와 은종을 흔들며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라고 말할 것만 같다. ▲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의 식당. 당시 유럽 사교계의 저명인사들이 둘러 앉았을 식탁. ⓒ 라정진 식당에는 당시 만찬에 사용했던 은식기와 함께, 손님들이 어디에 앉았는지 보여주는 자리 배치도도 남아있다. 박물관 1층에서 상영하는 영상물에 따르면, 1963년 모나코의 레니에 3세 대공과 그레이스 켈 공비가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 세뇨르 알메이다는 두 사람을 자택으로 초대해 만찬을 열었다고. 당시 포르투갈과 유럽의 정치·사회 지도층과 교류하던 알메이다 부부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일화다. 오늘날이라면 누군가 유명 인사를 집에 초대하면 사진과 영상이 SNS에 올라오고, 참석자들의 이름과 오리입 얼굴 셀피가 온라인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집주인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식탁의 자리를 정하고, 좋은 식기와 예술품을 보여주며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을 것이다. 제일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시계 전시실. 프랑스와 영국, 스위스 등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시계가 모여 있다. 희귀한 회중시계, 탁상시계, 대형 시계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공식 약력에 따르면 그는 사업으로 성공한 뒤 수집에 열중했고, 시계와 중국 도자기를 위해 별도의 전시실까지 구상했다고. 그는 시계를 사서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조사하고,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알아보고, 소장품을 정리하고, 마침내 자신이 살던 집에 별도의 전시실까지 만들었다. 시계를 모으는 데 자신의 시간도 함께 쓴 셈이다. 그렇다면 수집가는 시간을 소유하려는 사람일까? 아니면 한평생을 바쳐 시간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사람일까? 시간의 비물질성,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시계라는 물질적 형태로 표현한다는 。에 그토록 끌렸던 것일까? ▲  사진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의 시계전시실. 다양한 시계가 백 여개는 족히 넘게 전시되어 있다. 작은 시계들은 무척 섬세하고 아름답다. ⓒ 라정진 부자의 집 구경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집주인이 자신의 취향과 소장품을 어떤 방식으로 남기고 싶어 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메데이로스&알메이다 박물관을 나와 또 다른 수집가의 세계로 향했다. 칼루스트 굴벤키안 박물관Museu Calouste Gulbenkian이다. 석유재벌의 방대한 수집품들 이곳은 앞서 소개한 박물관처럼 개인의 집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우스박물관은 아니다. 규모도 훨씬 크다. 하지만 출발。은 비슷하다 - 한 사람이 평생 모은 소장품이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는 박물관이 되었다는 것. 2020년부터 본관과 현태미술센터을 번갈아 개보수하다가, 2026년 7월에야 전면 재개관했다. 굴벤키안Calouste Sarkis Gulbenkian (1869~1955)은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난 아르메니아계 사업가로, 국제 석유 산업에서 큰 부를 쌓았다. 그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여러 지역의 예술품을 수집했는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마의 유물부터 이슬람 미술, 중국과 일본의 공예품, 유럽의 회화와 장식미술까지 범위가 넓다. ▲  굴벤키안 박물관의 이집트전시실에서 석조 부조. 얕게 파낸 선들이 옷감의 주름과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 무척 섬세하다. ⓒ 라정진 고대 이집트의 유물 앞에 서 있다가 조금만 걸으면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과 동전이 나오고, 다시 이동하면 이슬람 세계의 도자기와 직물, 중국의 도자기와 옥, 일본의 칠기를 만난다. 유럽의 회화와 가구, 장식미술을 지나면 르네 랄리크의 보석과 유리 작품도 기다린다. 한 사람이 모았다고 하기에는 세계가 꽤 넓다. 그의 취향은 특정 시대나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고대 문명에서 유럽 근대미술까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이 이 박물관의 매력이다. ▲  굴벤키안 박물관의 동아시아 컬렉션에서, 표주박형 병과 짙은 코발트블루 색상이 돋보이는 도자기 ⓒ 라정진 개인의 취향이 시공을 넘어 박물관으로 이집트 유물을 지나 이슬람 도자기와 아줄레주쪽으로 이동하는데, 초등 저학년인 큰 애가 제법 진지하게 감상을 건넨다. "엄마, 왜 박물관이 좋은지 알겠어요. 이것들 ,아주 아름다워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감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많은 작품이 단순히 한 부자의 재산 목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개인의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이 연구와 보존의 대상이 되고,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개인 수집품이 박물관이 되는 과정에는 소유와 거래, 문화재의 이동 같은 복잡한 역사도 함께 따라온다. 아름다운 물건을 감상하는 일과 그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일은 별개가 아니다. 박물관을 나오면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큰 연못과 우거진 나무들을 요리조리 잘 배치해서, 아늑한 느낌이 드는 장소도 있고, 시원하게 트인 전망을 즐기며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잔디밭도 있다. 박물관은 유료지만 정원은 무료로 개방해서 아무나 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평화롭다. 부자들의 수집 취향을 따라가는 여행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을 남겼고, 어떤 사람은 세계 곳곳에서 모은 예술품을 남겼으며, 또 어떤 사람은 건물과 정원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었다(리스본 근교, 신트라의 헤갈레이아 별장Quinta da Regaleira - 부유한 사업가 카르발류 몬테이루가 조성한 정원과 건축물, 상징적인 장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유명).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무엇을 소유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후대에 남겼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은 더 이상 오래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그들의 취향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한 곳에서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바다이야기 꽁머니 . ize: xx-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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