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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안보·통상 관련 부처와 정보당국에서 제기됐던 '한미관계 이상설'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과거에도 양국 관계에 난기류가 펼쳐진 적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 직전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신청했던 미국 비자가 보류되면서 한미관계 이상설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9일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 의원은 4선 중진이자 집권여당 대표였고 누구보다 미국과 꾸준히 소통해왔다"며 "이번 일로 정 의원의 정당한 의정 활동이 가로막힌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미국이 정 의원의 비자를 보류해 한미관계 전반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평가하며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대한민국을 향해 날아온 경제·외교·안보 재앙의 경고장"이라며 "미국은 지금 '입국 거부'와 '면담 거절'이라는 가장 단호한 행동으로 이재명 정권의 안보관을 철저히 불신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정 의원이) 여당 대표를 지낸 지금에도 입국이 거부됐다면 이건 개인의 일을 넘어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비자를 거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 같은 한미관계 이상 신호가 △대미투자 협상 △쿠팡 사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호르무즈 해협 군사적 기여 등 드러난 갈등에 더해 현 정부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해묵은 의구심이 복합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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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터져 나온 한미 갈등은 대미투자 지연과 쿠팡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만이 쌓인 가운데 지난 3월 정 장관의 한미 연합 비밀(구성 핵시설) 공개 언급이 불을 댕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8일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는 지난 3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시작됐던 한미 대북 위성 정보 공유 일부 제한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 드러났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둘러싼 정부와 유엔군사령부 간 이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의 군사 분야 핵심 목표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조건 충족 시기와 관련한 양국 간 이견 역시 한미관계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 분야 전문가는 "정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우며 청와대와 부처 간에 세심하게 조율해 '원 보이스'를 내야 할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나 대북제재 완화 등 민감한 현안을 과도하게 치고 나가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는 한미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정황이 감지된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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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중국 선전)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2월·미국 마이애미)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한미관계 이상설을 '톱다운' 방식으로 불식할 수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 간에 현안을 신속하게 협의해 나가자는 약속이 지난달에 있었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안보 협상 등이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국 측 의지와 별개로 실무선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고위급 면담이 조만간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정보 라인은 원래부터 이념적인데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정보 참모들은 특히 더하다"며 "한국 정부 일부 인사에 대한 불신이 이들을 통해 싹텄다. 대북관, 중국에 대한 인식 등에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관계를 둘러싼 잡음을 풀어 나가면서도 한국 내부에서 이를 구태여 키우는 것은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 또한 제기된다.
이날 외교안보부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는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일종의 선입견이나 의구심이 있었다"면서 "현재 상황이 과거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도 일단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 안에서도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대미 외교력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하며 "결국 사람(정부 외교안보팀)을 쇄신하는 것이 답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로 분열한다면 미국이 이를 경제·안보 협상 등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9일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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