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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한 자리 건너에 앉아 있었다. 1m쯤 됐다. 폴 가스니에는 십 년 넘게 이 순간을 상상했다. 어머니를 죽게 한 남자와 마주치는 장면. 사과를 받을 수도, 따져 물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프랑스 기자이자 작가 폴 가스니에. 그는 2012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10여 년이 지나 사건 기록을 다시 펼쳐, 가해 청년의 삶과 그를 둘러싼 프랑스 사회의 균열을 추적했다. 그 기록을 담은 책이 '부딪힌 삶'이다. Diverto 남자의 이름은 사이드. 2012년 6월6일 오후 5시13분, 프랑스 리옹 크루아루스의 좁은 비탈길을 오토바이로 질주했다. 면허는 없었고 대마초를 피운 상태였다. 친구들 앞에서 앞바퀴를 들어 올린 채 시속 80㎞로 달리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54세 여성을 들이받았다. 여성은 일주일 뒤 숨졌다. 가스니에의 어머니였다. 사건만 놓고 보면 설명은 어렵지 않다. 무고한 여성,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전과 많은 청년, 마약과 무면허 운전, 그리고 죽음. 신문 사회면 몇 단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갈리고 분노가 갈 곳도 정해진다. 가스니에도 오랫동안 분노했다. 스물한 살이었다. 당시 인도 뭄바이에 있던 그는 어머니의 장기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했고, 장례를 치렀다. 어머니가 쓰러진 자리에서는 사이드의 친구들이 사고 오토바이를 치우려다 행인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나흘 뒤에야 오토바이를 찾아냈다. 가스니에는 훗날 그 시절의 분노를 사람을 잠들게 하고 현실을 단순하게 만드는 '마약 같은 쾌락'에 비유했다. 책을 쓰게 만든 것은 사고가 아니라 그로부터 10년 뒤의 한 정치 집회였다. 2022년 프랑스 대선. 기자가 된 가스니에는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의 집회를 취재하고 있었다. 이민자 범죄, 상습범, 무너진 사법제도에 대한 격렬한 말들이 쏟아졌다. 듣고 있자니 묘했다. 그 정치인이 말하는 '피해자'가 바로 자신 같았다. 어머니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정치적 문장 속에서 너무도 매끄럽게 설명되고 있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10년 동안 덮어두었던 사건기록을 열었다. '부딪힌 삶'의 탐사는 여기서 방향을 튼다. 아들은 죽은 어머니보다 어머니를 죽게 한 사이드를 더 오래 들여다본다. 경찰 조서와 재판기록을 읽고 경찰관과 판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사이드를 알던 사람들을 찾아간다. 왜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조사할수록 익숙한 이야기는 자꾸 어긋났다. 사이드의 부모는 모로코에서 프랑스로 건너왔다. 아버지는 프랑스군에서 복무했고 건설현장에서 평생 일했다. 어머니도 청소와 육아 일을 했다. 사이드는 리옹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반대로 가스니에의 어머니와 가족은 프라하와 밀라노, 런던을 옮겨 다녔다. 가스니에는 자신보다 사이드가 훨씬 더 '리옹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흔히 이민자에게 붙이는 '뿌리 없음'이라는 말이 두 가족을 놓고 보면 엉뚱한 쪽을 향한다. 가난도 충분한 답은 되지 못했다. 같은 집에서 자란 형제자매들의 삶부터 달랐다. 형은 마약의 세계로 들어갔지만 누이들은 공부를 붙잡고 다른 삶을 만들었다. 사이드는 성인이 된 뒤 가족을 꾸리고 사업도 시작했지만 범죄의 순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사회가 그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의 선택이 남고,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면 그가 자란 환경과 제도의 실패가 남는다. 가스니에는 결국 이상한 곳에 도착한다. 사이드를 가장 멀리까지 취재했는데, 처음보다 그를 덜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책의 힘은 바로 그 실패에 있다. '부딪힌 삶'은 가해자를 이해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가난과 이민이 범죄를 낳았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사이드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는 누군가를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오토바이를 흉기처럼 몰았다. 가스니에는 그 사실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이해와 면책 사이에 선을 긋고, 그 선 위에서 계속 질문한다. 그러니 법정에서 마침내 사이드를 만났을 때 할 말이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십 년 동안 상상했던 '가해자'는 한마디로 증오하기 쉬웠다. 자료 속에서 한 사람의 생애가 된 사이드는 훨씬 어려웠다. 말을 걸어 설명을 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의 삶이 이미 그의 말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묘한 후일담도 있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부딪힌 삶'은 2025년 공쿠르상 1차 후보에 올랐고, 전국 교도소 수감자들이 심사하는 '공쿠르 수감자상'을 받았다. 이후 한 교도소에서 책을 읽은 수감자가 가스니에에게 자신도 오토바이 폭주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된 책을, 누군가를 죽인 적 있는 사람이 읽었다. 그렇다고 이것을 화해의 결말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가스니에는 사이드를 용서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러는 중"이라고 답한다. 아마 이 책에는 그 정도의 미완성이 어울린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오후 5시13분까지 복원된다. 오토바이 속도도,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순간도, 사고 뒤 누가 무엇을 했는지도 기록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런데 252쪽을 다 읽고도 사이드라는 인간은 한 문장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어쩌면 제대로 된 탐사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몰랐던 것을 아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너무 쉽게 안다고 믿었던 것을 다시 모르게 만드는 일. 부딪힌 삶 | 위고 | 폴 가스니에 지음 | 조민영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옮김 | 252쪽 yle="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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