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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석 작. /갤러리 토마 제공
조각가 황병석이 도구(道具)들에게 일을 멈출 자유를 선물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고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던 드릴과 각종 도구들이 전시장에서는 쉬고, 놀고, 춤추고, 여행하는 존재로 변신한다.
황병석의 다섯 번째 개인전 ‘TOOLS MARKET’이 오는 27일까지 대구 중구 예술상회토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하나의 ‘마켓’으로 꾸며졌다. 선반에 진열된 작품과 작품 곁의 라벨, 영수증 등 시장에서 만날 법한 요소들이 전시장 곳곳에 등장한다. 관람객은 갤러리에 들어서는 대신 마켓을 둘러보듯 공간을 거닐며 저마다 다른 표정과 몸짓을 가진 도구들을 만난다.
황병석의 ‘TOOLS’ 작업은 2022년 노란 드릴을 의인화(擬人化)하면서 시작됐다. 작가는 도구에 사람의 몸짓과 일상적인 상황을 더해 기능을 멈춘 도구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조각으로 풀어왔다. 이후 ‘Potential Tools’, ‘Melting Tools’, ‘Tools Factory’, ‘The Tools Trip’으로 이어오며 도구들의 이야기를 확장했다.
황병석 작. /갤러리 토마 제공
작가가 도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쓸모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의 모습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도구가 기능에서 벗어난 순간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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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지 않는 도구에 표정과 움직임을 부여하고, 스스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통해 그 안에 깃든 인간적인 면모를 끌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조각과 평면작품 약 30.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색과 유쾌한 자세를 가진 작품들은 무겁고 엄숙한 전시장보다는 친숙한 생활공간에 가깝다. 작품과 상품, 전시장과 시장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기계적인 시대 속에서 인간미 느껴지는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황병석의 말처럼 ‘TOOLS MARKET’은 도구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늘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던 존재가 잠시 일을 멈추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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