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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젊은 세대와 거리가 먼 종교로 여겨졌던 불교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절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는 20·30대가 늘고 있으며, 사찰음식과 명상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처럼 즐기는 경우도 많다. MZ세대는 불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듣고 불교 굿즈 상품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SNS에선 ‘힙불교’라는 표현도 흔히 쓰인다.
'어려운' 불교에서 '재밌는' 불교로
26일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람객은 2023년 7만2000명에서 2024년 13만명, 지난해 20만명, 올해 25만명으로 늘었다. 2023년 22%였던 20·30대 관람객 비중은 2024년 67.8%, 지난해 73.4%, 올해 72.1%까지 높아졌다. 무종교인 비중도 2024년 45.8%, 지난해 47.5%, 올해 40.8%를 기록했다.
젊은 세대가 불교를 접하는 방식은 이전과 다르다. 반드시 종교적 신앙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여행처럼 떠나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감각적으로 재해석된 불교문화 콘텐츠,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명상 등을 통해 먼저 불교를 경험한다. 재미와 취향을 따라 들어온 뒤 자연스럽게 수행이나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는 방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이런 흐름은 조계종이 추진해온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진우스님이 제37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후 조계종은 선명상과 청년세대, 불교문화의 대중화를 주요 화두로 제시해왔다. 2022년 말에는 총무원장 직속 미래본부를 신설해 불교 중흥과 미래사회 대응 전략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이후 선명상 프로그램 개발과 대중화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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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 현대인도 수행 쉽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통적인 수행법인 선(禪)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낸 ‘선명상’이다. 종교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스트레스와 불안, 인간관계 등 현대인이 일상에서 겪는 현실적인 고민에 불교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어렵고 긴 수행 대신 ‘하루 5분’처럼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특징이다.
조계종은 2024년 ‘하루 5분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명상 길라잡이>를 발간했다. 선명상 지도법사 51명도 양성했다. 지난해에는 공교육과 연계한 ‘선명상 기반 사회정서학습(RISEL)’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올해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AI 시대의 선명상-마음처방전’을 선보였다. 홍보영상과 초등학생용 애니메이션, 방송·라디오 프로그램 등으로 콘텐츠도 확장했다.
반응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 국제선명상대회에는 2일간 약 5만명이 참여했다.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은 55.9%에 달했다. 지난해 5개 권역에서 열린 지역 선명상 축제에는 총 35만명이 참여했다. 조계종은 이를 두고 선명상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수행 방식이 아니라 청년층이 ‘마음 훈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결과로 보고 있다.
템플스테이와의 결합도 진행됐다. 조계종은 2024년 전국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 가운데 57곳을 선명상 템플스테이 시범운영 사찰로 지정했다. 지난해 47개 사찰에서 진행된 ‘선명상 템플스테이 특별주간’에는 연인원 3937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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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에는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전국 98개 사찰에서 총 7000여 명 규모의 ‘청춘 선명상 템플스테이’를 운영했다.
"절 오라" 대신…청년 있는 곳으로
불교문화 자체도 젊어지고 있다. 연등회에는 EDM과 응원봉이 등장했다. 2024년 연등회에는 진우스님이 미래세대와 함께 행렬에 나섰고 EDM 난장과 연등회 응원봉 ‘연봉이’가 새롭게 도입됐다. 올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4대가 봉행위원단과 함께 행렬에 참여하고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시민들에게 축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1700년 전통의 불교 의례에 젊은층이 익숙한 문화와 최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불교계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는 젊은 세대와의 단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절에 오라”고 요구하기보다 불교가 먼저 젊은 세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접근법을 택했다. 조계종은 캠퍼스 포교 지원사업을 통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95개 대학에서 1만427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7165명이 대학 불교 조직의 신입회원으로 들어왔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올해 기준 전국 18개 지부와 140개 지회, 약 90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조계종은 개별 행사를 열어 청년을 일시적으로 모으는 방식에서 벗어나 캠퍼스 지원과 불자회 조직 육성, 리더 워크숍, 수계법회 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초。을 맞추고 있다. 조계종은 청년층의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회성 체험에서 지속적인 신행과 조직 참여로 연결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진우스님은 “편안함과 포용으로 젊고 역동적인 불교를 만들어가겠다”며 “불교가 청년의 벗이자 안식처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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