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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서。 매대가 분주해진다. 다음 해를 내다보는 트렌드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은 그 책의 열쇠말(키워드)로 이듬해 전략을 짜고 온라인 세계는 그 단어들로 채워진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내일을 전망하는 책을 펼쳐 놓고 내년 사역의 방향을 가늠한다. 트렌드에 유념하고 그것을 사역에 반영하는 일은 필요하다. 데이터를 분석하며 교회가 나아갈 길에 화두를 던져주는 이들의 수고에 경의와 감사를 보낸다. 성경은 다윗에게 모여든 잇사갈 자손을 두고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기록한다.(대상 12:32) 시대를 모르고 하는 말은 아무리 옳아도 허공을 친다. 청년들이 어떤 불안 속에 살아가는지 사람들이 어디에서 위로를 찾는지 모른 채 강단에 서는 것은 성실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를 넘어 ‘마땅히 행할 일’을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트렌드라는 말에는 본래 ‘돌다’ ‘방향을 틀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올해의 열쇠말은 내년이면 낡은 말이 된다. 유행은 처음부터 낡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의 문명사상가 스튜어트 브랜드는 한 사회를 속도가 다른 여러 겹의 층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가장 바깥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은 유행이다. 그 안쪽으로 상업과 기반시설, 제도와 문화가 차례로 놓이며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자연이다. 릴게임먹튀검증 방법 빠른 층은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고 느린 층은 기억을 간직하며 전체를 아우른다. 빠른 것이 배운다면 느린 것은 견딘다. 모든 것이 유행의 속도로 움직이면 사회는 방향을 잃는다. 교회는 시대를 따라 새롭게 일하시는 성령의 사역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마땅히 행할 일’은 오래된 가치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과 죽음, 죄와 용서, 고통과 소망, 사랑과 신실함. 이런 오래된 열쇠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전도자는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다”고 말한다.(전 1:9) 아무리 새로워 보여도 사람의 목마름은 오래된 목마름이라는 뜻이다. CS 루이스는 새로운 것이 옳고 지나간 것은 틀렸다고 여기는 태도를 ‘연대기적 속물근성’이라 불렀다. 수백 년 불려 온 찬송, 수천 년 읽혀 온 시편, 새벽마다 같은 자리에서 드려지는 기도는 유행이 되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부담이 어느새 두려움으로 자라나는 현상이 심각하다.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남들이 누리는 것을 나만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 불안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교회의 새 프로그램, 새로운 세대론 앞에서 우리만 늦은 것 같아 조급해진다. 그러나 조급함으로 교회의 방향을 바꾸면, 트렌드가 다시 바뀐 뒤에는 더 뒤처질 수 있다. 모바일 그 팽팽한 긴장에서 한발 물러섰더니 오히려 자유를 되찾았고 교회가 할 일이 선명히 보이더라는 고백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곧 놓치는 기쁨이다. 모든 흐름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유, 놓친 자리에서 더 깊이 머무를 수 있다는 지혜이다. 오늘의 교회에 필요한 것은 이런 지혜 그리고 기꺼이 뒤처지는 기쁨이다. 뒤처지는 기쁨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빠른 세상에서는 누군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무인주문기 앞에서 머뭇거리는 노인,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청년, 유행의 언어를 모르는 이웃. 예수님은 앞서가는 무리를 이끌기도 하셨지만 종종 걸음을 멈추셨다. 군중 속에서 옷자락을 만진 한 여인을 찾으셨고, 나무 위에 올라간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셨다. 주님의 걸음은 뒤처진 사람의 속도에 맞춰져 있었다. 교회가 시대보다 조금 느리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 느림 덕분에 뒤에 남겨진 사람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교회보다 곁에 남는 교회가 필요한 시대다. 올해도 트렌드 책은 쏟아지고 있고 우리는 시대의 동향에 유념해야 한다. 다만 책을 덮은 뒤 서두르지는 말자. 교회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가치가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답이 되는지 숙고하는 신학적 깊이가 필요하다. 세상이 달려가는 방향을 확인했다면 그 흐름에서 밀려난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기꺼이 뒤처져 그 사람 곁에 서는 것, 그것이 교회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새로운 기쁨이다. ht: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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