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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 사진 ‘stevestevens’. 아이내추럴리스트 갈무리
“무언가를 그 자체로만 떼어내어 살펴보려 하면, 그것이 우주의 다른 모든 것과 서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뮤어는 온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먹고 먹히는’ 관계야말로 이 상호연결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관계다. 우리나라 동학에서는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먹고 먹히는 하늘의 섭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먹는가’(Who Eats Whom)는 지구 생태계의 이런 깊은 상호연결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막연하게 ‘담비가 쥐를, 새가 물고기를 사냥한다’는 식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간 어떤 종이 다른 어떤 종을 먹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들은 거의 집적된 바가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모으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려, 이젠 과학자들이 개별 개체들의 꽁무니를 쫓지 않아도 전세계 대상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졌다.
‘누가 누구를 먹는가’는 시민과학 플랫폼인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에서 2019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만든 브래들리 올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최근 이를 소개하는 논문을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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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우리의 목표는 종들의 먹이 관계에 대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누구나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상호작용의 연결망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밝혔다.
아이내추럴리스트에서 야생동물의 먹이활동 행태를 관찰한 결과를 제출하면 ‘누가 누구를 먹는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운영진은 ‘먹이’를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섭취하여 에너지나 영양분을 얻는 모든 상호작용”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포식뿐 아니라 초식, 기생, 사체 섭식·분해, 꽃가루 섭취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꿀벌’을 찾아보면, 거미에게 잡아먹히는 모습뿐 아니라 각종 식물에서 꿀을 채취하며 꽃가루를 퍼뜨리는 모습에 대한 관찰도 함께 제시된다. 29일 기준으로 이 프로젝트에 2350명의 참여자가 5937종에 대한 1만8562건의 관찰 결과를 제출하고 있다.
운영진은 먹이사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기 위해 ‘인터랙티브 먹이망’(Interactive Food Web)도 구축했다. ‘붉은꼬리매’를 찾아보면 붉은꼬리매가 잡아먹는 수많은 소형 동물들이 나타나고, 그중 하나인 미국울새로 초.을 옮겨보면 그가 먹는 갈매나우뫄 호랑가시나무가 제시되는 식이다.
‘누가 누구를 먹는가’에 제출된 관찰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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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날개갈매기가 얼룩별불가사리를 먹고 있는 모습(A), 남아프리카기린이 다이커베리를 먹고 있는 모습(B), 큰로드러너가 육줄채찍꼬리도마뱀를 먹고 있는 모습(C), 미국악어가 。쏠배감펭을 먹고 있는 모습(D), 갈색깡충거미가 파리를 먹고 있는 모습(E). 사진 Scott Veirs, MJ Botha, Jody Shugart, Carlos Domínguez-Rodríguez, Mirko Schoenitz. 논문 갈무리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영리 기후매체 ‘그리스트’는 “누가 누구를 먹는지 더 잘 이해함으로써 종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로 많은 종이 상대적으로 서늘한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변화가 생기면, 외래종이 토착종을 멸종시킨다거나 먹이가 사라져서 약화되는 종이 나타나거나 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먹이사슬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이런 문제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단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의 큐레이터인 피터 루프나린은 “너무나 많은 종과 다양한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로 우려해야 할 종이 어떤 종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고 그리스트에 말했다.
운영진은 앞으로 자료를 더 쌓아 생태계가 지구 전체의 변화와 함께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밝히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내걸고 있다. 올프 박사후연구원은 “종들은 단순히 공간이나 서식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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