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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판매 넘어 생산·수확·체험까지 한자리
30여 품종·10개국 수출… ‘스마트팜’ 변화
제12회 화성송산포도축제에서 한 가족이 얼음 조각 체험을 하고 있다. /화성시 제공
“포도밭 온도요. 휴대전화로 봅니다.”
9월 초 화성시 송산면의 한 포도밭. 수확을 앞둔 포도송이 사이로 농민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화면에는 밭의 온도와 습도 등 생육환경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40년 가까이 이어온 송산포도 농사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의 눈과 손에 의존하던 농업에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들어왔다.
이런 변화는 지난 5~6일 열린 제12회 화성송산포도축제에서도 확인됐다.
화성에코팜테마파크와 동탄호수공원 등에서 열린 올해 축제에는 시민과 관광객 12만여 명이 찾았다. 단순히 포도를 사고 맛보는 데서 벗어나 포도가 생산돼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축제의 범위를 넓힌 것이 눈에 띈다.
제12회 화성송산포도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포도 밟기 체험을 하고 있다. /화성시 제공
주 행사장인 화성에코팜테마파크에서는 포도 수확과 농원 체험, 포도 밟기, 품종 전시와 시식 등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포도 아이스크림·인절미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생산 농가가 직접 재배한 포도를 판매하는 직거래장에선 소비자가 산지 포도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공연과 버스킹, 영화 상영, 석양을 배경으로 한 현악 공연 등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축제의 성격이 ‘농산물 판매장’에서 ‘농촌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한 단계 확장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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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포도가 축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데는 40년에 가까운 농업의 축적이 있다.
송산포도의 시작은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조제 건설 전 송산면 일대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함께하는 반농반어 생활을 했다. 생업 기반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소득원이 필요했고, 서해안의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 큰 일교차, 간척지 토양에 주목해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캠벨얼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품종도 다양해졌다.
전국 최초로 ‘노지 과수 포도 스마트팜 프로그램’으로 육성된 화성 송산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화성시 제공
현재 화성지역에선 샤인머스캣을 비롯해 베니바라드, 코코볼 등 30여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재배면적은 약 750㏊, 농가는 1천500여호, 연간 생산량은 약 2천400t이다. 40여 농가가 참여하는 수출협의회는 매년 약 200t을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10개국에 수출한다.
농업의 변화는 품종에 그치지 않는다.
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노지 과수 포도 스마트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농장에 설치된 센서가 10분 단위로 온도와 습도 등 환경정보를 수집하고 농민은 휴대전화로 농장 상태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환기창이나 유동팬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현재 70개 포도농가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팜이 농민의 경험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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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 데이터를 더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와 농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품종 실증도 진행 중이다. 화성농업기술센터 과수명품화사업소에서는 20개 품종을 대상으로 생육 특성과 당도, 숙기 등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40년 전 간척지에 포도나무를 심었던 농민들이 이제는 새로운 품종과 기술로 다음 40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스마트팜 프로그램. 온도, 습도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표시하고 있다. /화성시 제공
이번 축제의 12만여 명 방문은 이런 송산포도의 변화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축제의 성패를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하기에는 과제도 남는다.
많은 사람이 축제장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도 구매로 이어지고, 다시 농가의 판로 확대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유통망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농업 체험과 관광 콘텐츠 역시 포도 수확철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의 다른 자원과 연계해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명근 시장은 “화성송산포도의 우수한 품질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고 농가의 판로 확대와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간척지에서 시작한 송산포도는 40년 동안 품종과 재배방식을 바꿨다. 이제는 포도를 알리고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도 바꿔야 할 시.이다.
올해 축제가 보여준 12만명의 관심을 어떻게 농가의 소득과 브랜드 가치로 연결할 것인지. 그것이 40년을 넘어 다음 세대로 향하는 송산포도의 새로운 과제다.
송산면 일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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