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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정현태 기자] 대전오페라단이 제37회 정기공연 '리골레토'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예술적 질문을 던진다. 전체 캐스팅의 절반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우며 청년 예술가들의 단단한 사다리가 돼줄 이번 무대는 지역적 시너지와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동시에 예고한다. 지은주 대전오페라단장을 만나 이번 무대에 담긴 연출 철학과 대전오페라단이 꿈꾸는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대전오페라단이 제37회 정기공연으로 베르디의 대표 비극 '리골레토'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덕션을 통해 대전 시민들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예술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오페라 '리골레토'를 준비하면서 가장 깊이 고민했던 지。은 바로 인간의 '선택'과 '반복'이다. 극 중 몬테로네 백작의 저주가 단순한 판타지적 불행이 아니라, 리골레토 스스로가 매 순간 타인의 비극을 조롱하며 권력에 기생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는 .을 강조하고 싶었다. 19세기 이탈리아 만토바 궁정이 배경이지만, 권력의 부패나 약자의 희생은 2026년 오늘날에도 참 뼈아프게 반복되는 현실이잖냐. 관객분들이 무대를 보면서 '만약 내 앞에 저런 수많은 선택의 문이 놓인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묵직한 질문을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
- 19세기 이탈리아라는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되살리면서도 현대 관객과의 접.을 찾는 작업이 중요했을 줄 안다. 고전의 멋과 현대적 공감대를 동시에 잡기 위해 무대나 연출 면에서 어떤 미학적 시도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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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년 전의 이야기를 무대로 불러오는 작업인 만큼, 고전의 품격과 현대적 감각의 줄다리기가 정말 중요했다. 역사적인 질감은 충실히 살리되 무대 세트나 의상, 조명에는 과감하게 현대적인 미장센을 입혔다. 오페라가 자칫 지루하거나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심리적 거리감을 확 덜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연출가의 과잉된 개입은 최대한 덜어냈다. 베르디의 음악 자체가 이미 엄청난 극적 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온전히 신뢰하면서 조명과 인물의 심리 동선만으로 시각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 오페라는 음악과 연기, 무대, 의상, 조명이 총망라된 종합예술인만큼 제작 과정에서 많은 공과 어려움이 뒤따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리골레토'를 준비하면서 단장 및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고민했던 순간은.
"민간 오페라단을 이끌면서 늘 부딪히는 현실적인 벽은 역시 '예산'이다. 하지만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예산의 숫자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확고한 고집이다. 과거에 1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을 지면서도 무대의 격을 타협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 프로덕션도 유럽 본토 극장과 견줘도 손색없는 예술적 품격을 지켜내기 위해 정말 많이 고군분투했다. 특히 류명우 지휘자의 훌륭한 해석을 바탕으로, 이미 유럽 현지에서 리골레토 역만 30회 이상 소화한 베테랑 주역들과 대전 출신의 보석 같은 성악가들의 앙상블을 완벽하게 조율해 내는 과정이 가장 큰 고민이자 짜릿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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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공연이 대전 지역 성악계 및 오페라 생태계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하는가.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자 우수한 문화 인프라를 지니고 있어 잠재력 넘치는 청년 예술가들이 참 많은 도시다. 하지만 이 뛰어난 지역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전문 연주자로 자립하려면 결국 단단한 사다리가 돼줄 무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전체 캐스팅의 50% 이상을 대전 출신이거나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력파 음악가들로 꽉 채웠다. 여기에 파리 국립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독일 울름 극장 등 유럽 현지에서 맹활약 중인 최윤정, 이혜지, 신대희 성악가와 이번에 새롭게 합류해 런던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정훈, 그리고 우리 지역의 든든한 서필 교수와 같은 훌륭한 주역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게 된다. 서양의 정통 클래식과 대전 출신 예술가들의 역량이 한데 어우러지는 셈이다. 대전 특유의 화합과 융합이라는 지역적 시너지가 무대 위에서 폭발하면서, 우리 지역 오페라 생태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든든한 상생의 플랫폼이 될 거다."
- 마지막으로 '리골레토'를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관람 팁과 함께 대전오페라단이 앞으로 펼쳐나갈 대표적인 활동 계획이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보통 '리골레토' 하면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이나 질다의 '그리운 그 이름' 같은 유명 아리아를 먼저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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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꼭 '3막 주막 장면의 4중창'에 집중해 보길 권한다. 공작, 마달레나, 질다, 리골레토 네 사람의 각기 다른 욕망과 절망이 완벽하게 얽히는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생생하게 경험하실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30일과 31일에는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황성곤 작곡의 K-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가 대기 중이다. 이 작품은 천재 시인 이상의 삶과 예술적 고뇌를 다루는데, 흔히 아는 오페라처럼 기승전결의 줄거리 위주로 전개되는 게 아니다. '거울'이나 '오감도' 같은 이상의 난해하고 초현실적인 시 자체를 중심에 두고 아주 감각적으로 풀어낸 독특한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격한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건조할 만큼 절제되고 정교한 연기를 선보인다. 암전 섞인 뚜렷한 장면 전환 대신 몽환적인 연쇄 구조로 스토리가 이어져서 관객분들이 무대와 음악을 완전히 새롭게 '감각'할 수 있을 거다. 2024년 국립극장 초연 당시 극찬을 받았던 오리지널 팀에, 이번에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역동적인 젊은 성악가들이 이중 캐스팅으로 합류해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가을엔 정통 오페라의 카타르시스를, 겨울엔 한국 문학과 서양 음악이 결합한 창작 오페라의 놀라운 예술적 성취를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이 '이상의 날개'를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어서 내년과 2028년에 유럽 무대까지 진출시킬 계획이다. 앞으로도 공공 지원금에만 기대지 않고 지역 기업들과 탄탄한 파트너십을 맺어 흔들림 없는 재정 구조를 만들고, 우리 대전오페라단이 K-오페라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자랑스러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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