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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이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파트너로 ‘불사조 시장’으로 불려온 황치판(黃奇帆·74) 전 충칭시장이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당 중앙기율검사위는 13일 오후 은퇴 8년 차인 황 전 시장이 엄중한 규율·법률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는 26일 항저우의 한 금융포럼 메인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틀 전 급작스럽게 포럼이 취소됐다.
황치판은 중국 정계의 대표적인 금융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다. 입지전적인 인생 역정은 상하이의 한 공장에서 시작됐다.
열여섯 살 소년은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상하이의 코크스 공장 노동자가 됐다. 6년 뒤 상하이 과학기술대의 전신인 상하이 기계학원에 진학, 1976년에는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 1977년 졸업 후 공장으로 돌아와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거쳐 6년만인 1983년 부공장장에 올랐다.
당시 한 기자가 물었다. “야근이 잦으시죠?” 황 공장장은 고개를 저었다. 일은 근무시간에 끝내고, 쉬는 시간에 책을 본다고 대답했다. “현대사회는 효율의 시대입니다. 몸으로 때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효율의 관료’의 서막이었다.
부공장장이 된 지 반년도 안 됐던 1983년 12월. 상하이 당조직에서 연락이 왔다. 시 정당(整黨) 사무실 연락원이 되어 31세에 관직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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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부국장급으로 승진했다.
황치판의 도약대는 상하이 푸둥이었다. 개발 초기 주룽지 시장을 직접 찾아가 푸둥 개척팀에 자원했다. 주룽지는 “푸둥 개발을 위해서는 도시개발공사 최소 3개사, 각각 수백 억 위안이 필요한데 지금 1억 위안밖에 없다”며 “3000만 위안씩 나누고 개척팀 운영에 1000만 위안을 써라”고 당부했다. 일주일을 고민한 황치판은 토지를 자본으로 바꾸는 금융마술을 고안했다. 정부가 개발공사에 자본금을 넣고, 공사는 그 돈으로 정부로부터 땅을 사고, 정부는 땅값을 받아 다시 재정을 불리는 방식으로 등록자본금 15억 위안의 개발공사 세 곳을 설립했다.
다시 중국은행, 초상국 등을 끌어들여 외국 투자를 유치해 30억 위안 규모의 합자 기업으로 키웠다. 몇 년 뒤 세 회사는 모두 상장했고 자산은 각각 200억 위안을 넘기며 주룽지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셈이 됐다. 이후 7개월간 베이징의 당 중앙판공청 파견,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의 경영학석사(EMBA) 과정까지 거치며 노동자 출신 금융 전문 테크노크라트로 단련했다.
2001년 10월 그는 양쯔강을 거슬러 충칭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반년 만에시 당 상무위원에 올라 국유자산·공업·금융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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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직할시 승격 이후 네 번째 시장이 되어 시진핑의 정적 보시라이 당서기와 호흡을 맞췄다.
충칭은 황치판의 실험실이었다. 국유자산 플랫폼인 위푸모델(渝富模式)을 만들었다. 부실 국유기업의 자산과 은행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토지를 얹어 은행 대출을 받아 인프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충칭은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집값도 잡았다. 부동산 투자를 고정자산투자의 25% 안팎으로, 토지가격은 집값의 3분의 1로 묶는 방식으로 눌렀다.
황치판의 이력에서 가장 극적인 대목은 금융공학이 아닌 생존의 노하우였다. 보시라이가 몰락했을 때도, 집안에서 용포(龍袍)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쑨정차이가 낙마했을 때도 그는 시장 자리를 지켰다. 2016년 말 64세 정년을 맞아서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재경위 부주임이 됐고, 2018년 정계를 완전히 떠났다. 세간에서는 그를 ‘중국 정계의 오뚝이(不倒翁·부도옹)’, ‘불사조 시장’으로 불렀다.
퇴임 후에는 ‘왕훙(網紅·인터넷 스타) 경제학자’로 명성을 날렸다. 푸단대 특별초빙교수, 중국국가혁신발전전략연구회 상무부주석, 중국금융 40인 포럼 학술고문 등으로 활약했다. 2018년 10월부터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부이사장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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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샤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13일 당 중앙기율위가 그의 조사를 발표했고 중국 언론들은 낙마(落馬)라는 표현을 썼다. 은퇴 8년만에 비위 사건에 연루돼 정치적으로 몰락했다는 의미다. 올해 54번째로 낙마한 중관간부(中管幹部)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집계했다. 중관간부는 당 중앙조직부가 직접 관리하는 장관급 고위 간부로 약 440여명으로 알려진다. 2022년 20차 당 대회 이후 충칭에서만 여덟 번째 낙마다.
74살 노령의 금융 테크노크라트의 진짜 낙마 이유는 해석이 엇갈린다. 차이신은 황치판이 충칭시장 재임 기간 일부 국영기업의 소유제 개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연루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훙야오난(洪耀南) 대만 단장대 교수는 “현재 발언이 아닌, 지나간 ‘옛 장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다른 원로들에게 과거는 언제든 다시 정산하겠다는 경고”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커우젠원(寇健文) 대만 정치대 교수는 “황 전시장은 보시라이·쑨정차이 사건을 겪고 은퇴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과거의 문제는 정리됐을 것이므로, 이후 발생한 사건 탓이고 다른 고위 인사가 얽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치판이 퇴임 후 부이사장으로 활동한 CCIEE의 부패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홍콩 명보는 14일 CCIEE 전임 이사장 비징취안이 올해 9월 징역 14년을 선고받았고, 1월에 주관 부처가 바뀌며 정비에 들어갔다며 이 기관의 부패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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