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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가위의 인연은 태어나자마자 시작한다. 열달 동안 엄마와 아기를 이어온 탯줄을 끊는 데 가위가 쓰이지 않는가. 무언가를 끊어내는 도구가 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셈이다. 그렇게 삶의 첫 순간부터 함께하지만, 평소에는 너무 흔해 서랍 속에 무심히 넣어둔 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이 물건에 뜻밖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곳이 있다. 말의 두 귀처럼 봉우리가 우뚝 솟은 전북 진안 마이산도립공원에 자리한 ‘진안가위박물관’이다. 전북 진안가위박물관 앞에 전시된 가위 형태의 조형물. 이곳의 앞마당에 들어서면 높이 8m가량의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하늘을 향해 곧추선 가윗날 끝에 웬 지구본이 얹혀 있다. 세계 각국의 가위를 한데 모았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2016년 12월 문을 연 이곳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보여주는 동서양의 가위 1500여。이 모였다. 진안에 박물관이 들어선 데는 사연이 있다. 용담댐 건설을 앞두고 수몰될 예정이던 용담면 수천리 일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고려시대 철제가위 5.이 출토됐다. 이 발견이 설립 계기가 됐다. 진안군 용담면 수천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가위. 진품은 국립전주박물관에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쭉하고 날렵한 것부터 짧고 뭉툭한 것까지. 생김새가 이렇게 다양했나 싶다 릴게임손오공하는법 . 전시 안내에 따르면 가위의 역사는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손잡이를 C자 모양 용수철로 연결한 ‘스프링 가위’ 등이 쓰였다. 오늘날 익숙한 X자형이 유럽에서 자리 잡은 건 르네상스 이후라고 한다. 김희진 진안가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히 자르는 도구를 넘어 시대별·문화권별로 예술성과 실용성을 결합한 다양한 물품을 전시했다”면서 “전시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관람의 재미가 배가 된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전시품을 구경하는 모습. 여러 소장품 가운데 눈여겨볼 건 ‘황새가위’다. 긴 부리와 날렵한 목, 둥근 몸통까지 황새의 생김새를 그대로 담았다. 유럽엔 이 새가 아기를 물어다준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1838년 안데르센이 발표한 동화 ‘황새’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설화를 알고 칼날을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보자기에 싸인 아기가 새겨져 있어서다. 풍요와 축복의 상징 황새 가위. 다산과 풍요의 의미를 담은 이 가위는 유럽 여성들이 아기 옷을 짓거나 자수의 실밥을 정리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출산이나 결혼처럼 특별한 날 축복을 비는 선물로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인근 진안마이산명인명품관에서는 이를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인순씨는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릴게임 오션파라다이스 상어 .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건 영국 왕 조지 4세가 소유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가위다. 철제 몸체에 식물 줄기 모양을 따라 금을 상감한 모습이 하나의 예술품을 방불케 한다.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과 공예품을 수집했던 왕의 취향이 엿보인다. 왕이 세상을 떠난 뒤 이 작품은 제작 공방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왕실의 유산이라는 이유로 귀하게 보관했다고 한다. 독일 야전가위.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야전병원에서 쓰이던 수술기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기자의 마음에 오래 남은 건 전쟁의 상흔을 떠올리게 하는 수술가위 세트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야전병원에서 활용한 수술도구를 제작했던 회사의 제품이다. 왕의 소장품과 달리 화려한 장식도, 정교한 무늬도 없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이 물품이 사람을 살리는데 요긴했으리라 생각하니 달리 보인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마이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란히 솟은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마치 하늘을 향해 벌린 가윗날 같다. 늘 가까이 있어 무심히 지나쳤던 물건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이야! 자르고 끊는 일이 고통스러운 파괴라고 여길 수 있으나 이는 단견이다. 때론 어두운 과거와의 단절일 수도 있고,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결별일 수도 있다. 두 날 바짝 세워 간담을 서늘케 하는 가위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그래픽=전현정 미를 담은 이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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