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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을 준비하던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항공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려다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해외 출장을 다니며 쌓은 마일리지가 사망과 함께 사라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수천만원의 가치가 매겨지기도 하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은 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다. 엔씨(NC)의 ‘리니지’에 등장하는 희귀 무기 ‘집행검’처럼 고가 아이템이 담긴 게임 계정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유족에게 이전할 수 있다. 기프티콘과 간편결제 머니, 쇼핑 포인트도 상당수 상속이 가능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항공 마일리지를 합산해 항공편을 예약하려 했지만 고인의 마일리지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항공사의 설명을 듣고 당황해 하는 이용객의 모습. /그래픽=챗GPT
항공 마일리지부터 게임 아이템, 각종 포인트까지 경제적 가치를 가진 ‘디지털 자산’이 늘면서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재산을 어디까지 상속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같은 디지털 자산이라도 사업자의 약관과 정책에 따라 어떤 것은 유족에게 넘어가고, 어떤 것은 사망과 동시에 사라진다.
◇수천만원 게임 아이템은 가능… 항공 마일리지는 소멸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회원이 사망하면 보유 마일리지를 가족에게 상속하거나 이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인의 마일리지를 가족에게 양도할 경우 회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소멸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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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마일리지는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기는 어렵지만 항공권 구매나 좌석 승급 등에 사용할 수 있어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장기간 모으면 미주 등 장거리 노선 항공권을 발권하는 데도 쓸 수 있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 선수가 엔씨소프트 게임 '리니지' 무기인 '집행검'을 들어 올리고 있다./NC 다이노스 제공
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도 항공사의 이런 약관을 유효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회원이 사망하면 마일리지가 소멸하고 상속을 허용하지 않는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 역시 항공 마일리지의 양도와 상속을 제한한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더라도 예금이나 현금처럼 당연히 상속되는 재산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게임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고인이 키운 캐릭터와 아이템이 담긴 계정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가족에게 넘겨주는 업체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니지의 ‘진명황의 집행검’이다. 희소성이 높은 고가 아이템으로, 강화 수준과 서버 등에 따라 수천만원 이상의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제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는 뜻의 ‘집판검’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엔씨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고인의 계정을 가족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법정 상속인과 실제 계정을 넘겨받을 가족 간 동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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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넷마블도 유족이 요청하면 관련 서류를 확인한 뒤 계정 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넥슨 판교 사옥(왼쪽 상단),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왼쪽 하단), 넷마블 사옥(오른쪽). /각사 제공
◇기프티콘·쇼핑머니도 상속… “있는지도 몰라 못 찾는다”
기프티콘과 간편결제 머니, 쇼핑 포인트도 상당수 상속할 수 있다.
카카오는 고인이 보유한 기프티콘과 쇼핑머니 등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유족에게 환불하고, 카카오페이 잔액도 상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머니를 대표 상속인의 계좌로 지급하고 포인트는 대표 상속인의 네이버 계정으로 이전한다. 롯데멤버스의 엘포인트 역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가족이 승계할 수 있다.
문제는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마일리지·게임 계정·간편결제 머니·포인트는 여러 플랫폼에 흩어져 있어 본인이 생전에 알려놓지 않았다면 존재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디지털 자산이 물건은 아니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채권 등의 성격을 가진다면 상속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속인들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이 있는지 몰라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재산 조회 제도에 디지털 자산 항목을 포함시키는 등 유족이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고인이 남긴 서울페이 보유금을 유족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가족이 요청하면 환불받을 수 있지만 유효기간인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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