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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왼쪽) KIST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 단장이 서울 성북구 KIST 로비에서 제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IST
이종원 KIST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 단장이 서울 성북구 KIST 로봇연구실에서 휴머노이드 조립 및 실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종원 단장
20㎏이 넘는 짐을 들고도 두 발로 균형을 잡으며 걷는다. 종이컵은 살짝 쥐고 무거운 상자는 단단히 움켜쥔다. 손끝 센서로 물체가 미끄러지는지 감지해 쥐는 힘도 스스로 조절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한국형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케이펙스(KAPEX)’다. 사람의 근육·관절·감각기관에 해당하는 부품부터 움직임을 제어하는 AI까지 국내 기술로 구현했고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90%를 넘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KIST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의 이종원 단장을 11월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단장은 한국형 차세대 AI 휴머노이드 플랫폼 케이펙스를 개발하고 핵심 부품 국산화와 산업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단장은 “과거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미리 정해준 동작을 정해진 무대에서 정확히 해내는 데 초。이 맞춰져 있었다”며 “AI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로봇이 눈으로 보고, 말을 알아듣고, 어떻게 움직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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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여주는 로봇’이던 휴머노이드가 사람 대신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일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케이펙스의 핵심은 사람의 근육·뼈·관절·감각기관·두뇌에 해당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해 하나의 로봇에 통합했다는 。이다. 근육 역할을 하는 구동기는 사람 관절 크기에 들어갈 만큼 작지만 최대 300Nm(뉴턴미터·회전시키는 힘인 토크의 단위)급 회전력을 낸다. 1m 길이 막대 끝에 30㎏짜리 쌀 포대를 매달아도 버틸 수 있는 힘이다. 뼈와 관절은 인체 구조를 본떠 사람처럼 부드럽고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다섯 손가락의 여러 마디가 각각 움직이도록 자유도를 높였고 손끝에는 물체에 닿는 느낌(촉각)과 누르는 힘(역감)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았다. 덕분에 물체 특성에 맞춰 쥐는 힘을 조절할 수 있다.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두뇌 역할은 AI가 맡는다.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손끝으로 물체 상태를 감지하며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뒤 몸과 손을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특히 가상 환경에서 수없이 걷는 연습을 반복해 보행 방법을 학습하고 다음 순간 몸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해 균형을 유지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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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케이펙스는 20㎏이 넘는 물체를 들고도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으며 구동기와 관절, 제어 기술의 통합 최적화를 통해 전신 에너지효율도 기존 대비 2배 이상 높였다.
KIST가 개발한 AI 휴머노이드 ‘케이펙스(KAPEX)’. 사진 제공=KIST
케이펙스는 구동기와 관절, 감각 센서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90%를 넘는다.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대신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해외 부품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로봇의 성능을 개선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은 로봇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해외 의존도가 높을 경우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기술 개선과 제품 개발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어 국산화가 중요하다. 이 단장은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사 오면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성능을 개선하는 일까지 외국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며 “진정한 기술 자립은 부품 설계와 통합은 물론 AI와 학습 데이터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KIST는 지난해 9월 케이펙스의 핵심 기술을 LG전자에 이전했다. 이후 LG전자가 로봇 플랫폼, LG AI연구원이 피지컬 AI, 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 로보스타가 양산을 담당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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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보틱스를 비롯한 중소기업과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대학, 한림대성심병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기관이 확보한 핵심 기술을 국내 기업의 제조·양산 역량과 결합해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KIST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이 서울 성북구 KIST 연구실에서 케이펙스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KIST
현재 연구진은 연구소 내부에 부엌과 거실을 실제 가정처럼 꾸민 생활실험실(리빙랩)을 마련하고 휴머노이드가 주방 도구를 이용하거나 다른 로봇과 협력해 집안일을 수행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 병원과 공공시설 등 실제 생활환경으로 실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휴머노이드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짧은 시연에서 특정 동작을 성공시키는 것과 낯선 환경에서 몇 시간, 며칠씩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자율 작업을 위한 AI의 판단 능력과 정교한 손동작, 배터리 성능, 내구성, 안전성 등이 추가로 개선돼야 한다.
이 단장은 “진짜 상용화는 시연장이 아니라 실제 일터에서 사람이 옆에서 조종하거나 지켜보지 않아도 몇 달 동안 제 몫의 일을 해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5년, 10년 안에 병원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고 어르신의 식사 준비를 돕거나 위험한 공장에서 힘든 일을 대신하는 휴머노이드를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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